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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브라운의 살인 미스터리
  • 편집부
  • 등록 2005-02-25 01:2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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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rder Mysteries by Daniel Brown 글+사진 전신연 _ 도예가 몇 일 전 필자는 미국 델라웨어 현대미술센터Delaware Center for Contemporary Arts에서 시작한 도예가 다니엘 브라운Daniel Brown의 개인전를 방문했다. 신비스럽고 약간은 기괴한 그림이 그려진 그의 거대한 항아리는 보는 사람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다니엘은 최근에 완성한 다섯 개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많은 수는 아니지만 갤러리 공간을 적절히 분할해가며 배치되어 있었고, 전혀 모자람을 느낄 수 없었다. 이번 전시회는 델라웨어 현대미술센터 큐레이터인 수잔 아이잭Suzan Issac의 기획으로 마련된 것으로 오는 3월 27일까지 열리고 있다. 델라웨어 현대미술센터는 7개의 갤러리와 26명의 아티스트 스튜디오, 기프트 샵, high-tech auditorium으로 이루어져 있고, 미국 동북부 델라웨어 주의 윌밍턴에 위치하고 있다. 다니엘 브라운은 40년 동안 작품 활동을 해왔다. 그는 희극적, 비극적 인간사의 요소를 커다랗게 성형해 Cone2(섭씨 1162도)에서 구워낸 토기terra-cotta에다 화장토와 아크릴릭 물감을 써서 그려낸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 출품한 작품들에는 섬세한 붓터치를 이용해서 살인의 미스터리 이야기를 담은 초현실주의적인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작품은 어린 시절 추리소설에 심취한 경험이 있는 필자에게 아무 그림이 없는non-imagery 글로 읽었던 소설들이 완벽하게 그림으로 형상화돼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게다가 평면적인 캔버스가 아닌 볼륨을 가진 커다란 입체적인 항아리에 빙 둘러가며 그려진 인간의 살인 미스터리 이야기를 서술해 나가는 그의 작품들은, 심플하면서도 웅장한 커다란 세련된 항아리의 형태와 복잡하고 서술적으로 둘려진 이야기 그림과의 조화를 보여주고 있었다. 즉 그의 작품에는 간결성과 복잡성, 그리고 고전과 현대가 함께 어우러져 공존하고 있었다. 작가는 대학원 졸업 후 3년간 캐나다 국경에 인접한 뉴욕 주의 북쪽에 가마를 짓고 전업도예작가production potter 생활을 했다. 당시 그는 육체적으로도 힘들고 계속해서 많은 양의 도자기를 만들어야 하는 일을 아프거나 나이가 들어서까지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 그 생활을 접고 1973년부터 메릴랜드 볼티모어 북쪽 타우슨 대학으로 와서 지금까지 약 30년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학생들과 함께하는 시간, 여유로운 자신의 작업생활을 무척 즐겨왔다고 하면서 이 직업이 아닌 다른 것을 했다면 이만큼 잘 할 수 없었을 것이고, 좋아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필자와 인터뷰 중에 그는 예술가란 숙명적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만지고 다듬는 사람으로 정의하면서, 자신도 작품 활동을 하지 않을 때라도 항상 무언가를 만드는 데에 열중하는 스스로를 발견한다고 한다. 그의 작품 제작 과정은 먼저 나레이티브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데서부터 시작된다. 그 다음은 이야기에 맞는 크기, 형태를 생각해서 기물을 제작하고, 표면을 아주 매끄럽게 정돈한 후에 기본 화장토를 전체 항아리에 덧입힌다. 그리고 이 흙terra-cotta의 기물이 아주 단단해지는 온도(cone 2)까지 끌어 올려 굽는다. 그 후에 항아리 위에다 아크릴 물감과 붓으로 그의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작가는 항상 작품에서 보여지는 그림 밑에 무언가 다른 내용을 암시하고 있는 수수께끼가 숨어 있다고 얘기했다. 나레이티브한 성격의 작업을 함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씌워진 이야기에 의해서 도자작품의 본질을 잃는 것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관객에게 보여지는 작품은 당연히 그가 제시한 이야기에서 시작되기는 하지만 그것은 그가 던지는 실마리일 뿐이고, 작품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것은 전적으로 관객들의 몫이다. 그는 행복하고 일상적인 내용을 자신의 작품에 그릴 수도 있었겠지만, 그것은 흥미롭지 못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오늘 두 작은 소녀가 쿠키를 구우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라고 한다면 그것은 전혀 뉴스거리가 아니지만, ‘오늘 한 작은 소녀가 다른 소녀를 죽였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아주 흥미로운 뉴스가 될 것이다. 그는 같은 개념이 그의 작품에 적용되고 있다고 했다. 그의 작품이 특별히 살인의 미스터리를 그림으로 풀어나가는 것은 그러한 이유이다. 그가 소재로 삼는 미스터리는 그가 읽은 소설에서 나온 이야기, 혹은 거기다 그 자신이 상상력을 이용해 더하고 빼고 해서 전개한 것일 수도 있다. 그는 관객들이 그 그림들을 나름대로 해석하고, 또한 그려진 이미지들을 흥미롭게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그가 아크릴 물감을 쓰는 이유는 화장토를 쓸 때 생기는 색상과 시간적 제한에서 자유롭기 위해서이다. 화장토는 완전히 마르기 전에 그림을 마쳐야 하고, 또한 표현할 수 있는 색상이 한계를 가지고 있다. 아크릴을 사용하면 그가 원하는 색감과 이미지가 나올 때까지 고칠 수 있고 얇은 층을 계속 덧입히면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다. 그는 전업 도예가 생활 후 타우슨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는 줄곧 정교하고 섬세한 서술적인 세라믹 조각 작품들을 만들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흙으로 표현하던 섬세한 서술적 이야기를 단순한 형태의 커다란 항아리에 그려진 그림으로 바꾸었다. 그 이유는 흙으로 만드는 형태로는 중력gravity, 습기moisture, 아주 얇고 가는 모양, 날아가는 물체 등 여러 가지 표현에서의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라고 했다. 게다가 번조과정을 거치면서 그 문제는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아크릴 페인트로 매제를 바꾼 후에는 그의 아이디어들을 옮기는데 시간적, 물리적 구애 없이 표현하는 것이 가능했다. 다니엘은 자신이 만드는 항아리는 삼차원 캔버스의 역할을 한다고 했다. 필자는 차라리 회화 작업을 하는게 낫지 않겠냐는 우문愚問을 던졌는데, 그는 항아리가 주는 입체적인 느낌을 캔버스에서는 살릴 수 없다면서 무엇보다 큰 이유는 자신이 도예가이기 때문이라고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가 좋아하는 미국 도예가들은 잭 얼Jack Eral, 웨인 힉비Wayne Higby, 돈 라이츠Don Reitz, 크리스틴 패트리기Christine Federighi 등이 있다. 또한 그에게 예술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친 스승은 지금은 작고하신 타우슨 대학 도예과의 데이비드 교수와 조각과의 진 밀러 교수 등이 있다. 데이비드 교수는 작가에게 항상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보다는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것을 창조하라고 강조함으로써 예술가적인 정신을 일깨워주었고, 밀러 교수는 잘 만들어진well-made 오브제를 추구하는 장인정신craftsmanship을 강조했다고 한다. 점점 복잡해지고 무엇을 표현했는지 알아보기 힘든 미술작품들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작가의 스승들이 가르친 위의 두 가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히려 작가는 매사추세츠 대학원 시절 세라믹과의 스승들에게서는 그다지 큰 영감을 받지 못했고, 대신 회화과와 조각과에서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그때부터 흙을 이용해, 혹은 흙의 표면에 드로잉, 화장토 등을 써서 나레이티브한 작업을 쭉 해왔다고 한다. 작품에서는 언제나 작가의 서술적인 성향을 읽을 수 있다. 그것은 도예작품이 아닌 회화작품에서 더 많이 찾을 수 있다. 실제로 그는 세라믹보다는 페인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미국 현대 미술 화가들 중 에드워드 후퍼Edward Hopper, 벤 샨Ben Shan, 그렌트 우드Grant Wood, 토마스 허트 벤톤Thomas Hart Benton 등이 그의 회화 작품에 영향을 끼쳤다. 작가는 세라믹 작품들을 보는 것을 즐기지만 자신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따로 있다. 그는 볼티모어 이너하버Baltimore Inner Harbor에 위치한 Visionary Art Museum을 예로 들며 그 곳에 가면 자신을 흥분시키는 많은 작품을 볼 수 있다고 했다. Visionary Art Museum은 필자도 가끔 시간을 내서 들르곤 하는 곳이다. 참고로 그 박물관에는 아카데믹한 배경이 없이 그저 미술을 좋아하고 시간을 쏟아온 수많은 무명 미술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 무명작가들 중에는 정신병자도 있고, 시골에 은둔해 있는 사람들, 전혀 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전혀 형식과 재료에 구애받지 않고, 일반적인 사고의 장벽을 넘어서 찢고, 붙이고, 덧바르고, 쌓고 해서 원시적인 초현실적인 작품, 어린아이같은 천진난만한 작품, 혹은 원색의 야수적인 그림까지 다른 미술 박물관에서는 볼 수 없는 완전히 또 다른 세계의 미술 작품들을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미국 도예계는 과거 20~25년 전에 비해 큰 변화가 없다고 했다. 1960년대의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로버트 아네슨Robert Arneson을 위시한 funk art movement 이후 현대 세라믹 아티스트들은 과거의 것을 답습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 나왔던 아이디어에 근거한 작품들이 재생산되고 있어서, 근래의 작품들을 보면 도예계에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남지 않았고, 남아있는 것들 또한 독특해 보이지도 않아서 실망스럽다고 한다. 타우슨 대학에서 풀타임 도예과 교수로 30여년간 재직하고 있는 그는 인체조소와 도예, 디자인을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그는 학생들에게 친구같은 교수로 정평이 나 있는데, 항상 자신의 학생들에게 “작업을 함에 있어서 망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라. 자꾸 망쳐야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고 작품이 좋아진다. 열심히 작업하고 많이 만들어내라”를 강조한다. 필자는 작가에게 좀 막연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예술과 예술가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해 보았다. 대답하기를 “아티스트는 온 우주의 중심이 우리 안에 있는 인간으로서 무엇이든지 창조해 낼 수 있다. 하지만 아티스트가 만들어 내는 작품의 이미지란 본인에게 관련된 아주 중요한 어떤 것이어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그것은 두 가지 측면을 지니게 된다. 즉 예술가가 창조해낸 객체로서의 창조물, 또 하나는 그 안에 숨겨진 아티스트 그 자체의 반영이다. 그는 예술이란 관객과 같은 외부요소와 예술작품 사이에 존재하는 숨겨진 비밀스런 무엇(공간)에서 정의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아티스트에 관련된 어떤 것이다”라고 했다. 다니엘의 작품에는 사실성과 은유, 순수미술과 공예, 그 곳에서 볼 수 있는 예술가로서의 자유함과 절제된 미, 훈련된 장인의 손에서 나오는 정교함 등 여러 예술작품의 요소들이 골고루 배어 있었는데, 그것은 그의 오랜 동안의 경험과 예술가적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의 결과로 보여 진다. 예를 들어서 그의 항아리는 겉으로 보기에는 동양의 옹기와 비슷하지만, 그 제작방법은 3~4년에 걸친 부단한 시행착오를 통하여 얻어낸 그만의 고유한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갤러리를 방문해 그의 작품을 감상하고, 긴 인터뷰를 마치며 필자는 그의 40년이 넘도록 끊임없이 계속되는 예술가로서의 노력과 정진, 무엇보다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치밀하게 발전시키려는 시도와 도전에 대해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그의 예술에 대한 생각과 관점은 예술가로서의 오랜 경험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작가와의 만남은 필자에게 작가가 던진 화두처럼 무엇이 현대 도자예술인가에 대한 더욱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계기를 주었다. 작가 다니엘 브라운은 메릴랜드 타우슨 대학에서 BS, 매사추세츠 대학에서 MFA, 볼티모어 대학University of Baltimore에서 MBA를 취득했다. 필자약력 이화여대 미술대학 BFA 미국 메릴랜드 프레데릭 후드 대학원 도예과 CE 미국 메릴랜드 그린벨트 시티 커뮤니티센터 레지던트 아티스트 (2001~2004) 현, 메릴랜드 타우슨 대학 도예 전공 MFA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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