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도예가 조지선
10년만에 다시 찾은 흙맛 이제 평생 할 일
대학시절 관심없던 도자조형작업 매력에 심취
학창시절 선생님 공방 찾아 다시 도예작업
인천시 서구에서 작업하고 있는 조지선(43)씨는 다시 도자기를 시작해 새로운 삶을 열어가고 있다. 인하공전 공예과를 졸업하고 섬유디자이너로 일하다가 결혼해 아이를 낳고 돌보느라 많은 작업을 할 수가 없었다. 재택근무로 섬유디자인이나 섬유핸드페인팅 등을 했으나, 평생동안 열성적으로 할 일에 대해 모색해오다 도자기를 다시 시작했다.
인천시 서구 백석동의 벽제도예연구소에서 작업하고 있는 조지선씨는 조용한 이곳에서 종일 작업하며 보내는 시간이 가장 편안하고 즐겁다. 이곳 공방은 전통도예가 고상순씨의 작업장으로, 도자기를 하고 싶어하는 그에게 남편이 출퇴근길에 봐오던 곳을 소개시켜 준 것이다. “막상와서 보니, 학교다닐때 도자페인팅 수업을 하시던 선생님이시더라고요. 지금 제가 하는 작업은 선생님의 성향과는 전혀 다른 것이지만, 그렇게 인연돼 작업장을 함께 사용하고 있어요.”
주먹구구식으로 해온 무모한 작업들 난관에 봉착
오히려 학교 다닐 때 미처 알지 못했던 도자조형에 빠져 지난 10여년 동안 가르쳐주는 이도 없는 작업을 주먹구구식으로 해왔다. 공예과 재학시절 잠깐잠깐 배웠던 기억과 자신의 감각만을 믿고 해온 작업은 큰 기쁨이 되기도 했지만, 가마문을 열고 망연자실해질 수밖에 없었던 적도 많았다.
“조형작업을 하고 싶어서, 그냥 만들고 싶은 것들을 만들었는데, 청자토로 만든 조형물이 가마안에서 터지기 일쑤였어요. 지금생각하면 정말 무모했다 싶어요.”
도자기를 하기로 마음먹은 후 많이 보는 것이 배우는 길이라는 생각에 전시도 되도록 많이 보고 관련서적들을 늘 봐왔다. 이것저것 보는 것이 많아지다 보니 대학시절 도자에 특별한 관심이 없어,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던 도자조형작업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처음엔 그저 열심히 하면 되겠지 하던 생각이었는데, 많이 보면 볼 수록 알면 알 수록 아마득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많았다.
인천지역공모전 다수 입상
전국규모 현대도예공모전 전람 후 진학결심
조지선 씨는 혼자하는 작업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궁금해 지역에서 열리는 인천미술전람회나, 인천노동문화제 등의 공모전에 출품하기도 했었다. 지난해에는 인천미술전람회의 우수상과 노동문화제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인천 서구청에서 주최해 열린 대한민국현대도예공모전을 보고 그동안 인천지역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보다 확실히 규모나 작품이 틀리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계기가 돼 체계적인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됐다.
도예대학원 진학 계획
취미 아닌 평생직업도예가 희망
그것이 계기가 돼 그는 지금 단국대학교 학점은행과정에 진학해 2학기째 다니고 있다. 학점은행에서 일정학점을 이수한 후 대학원에 진학 할 예정이다. “지난학기에 욕심을 부려 8과목을 수강했는데, 수업에 쫓겨 작업할 시간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번학기는 수업을 조금 줄이고 5과목을 수강하면서 작업도 열심히 병행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공부해 볼 결심으로 시작한 일이라 취미도예라는 말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대학교때 기계에 대해 잘 아시던 친정아버지가 손물레랑 모터로 전기물레를 만들어주셨다.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그 물레가 도자기를 전공하는 친구에게 빌려준 후로 행방이 묘연해졌다고 한다. 친정집 지하실에서 아버지의 물레를 돌리던 기억도 새록새록 하다.
최근에는 학교에 다니면서 멀게만 느껴지던 유약실험과 다양한 태토를 접하게 됐다. 10년 동안 풀어내지 못한 매듭들이, 하나씩하나씩 풀어지면서 자신의 작업을 바라보는 눈 또한 냉정해지고 객관적으로 돼 간다.
“점점 더 공모전에 작품을 낸다는게 어려워져요. 아직 갈길이 멀었으니까 좀 여유롭게 생각하면서 작업하고 공부하는데 열중하려고요.”
대학생같은 풋풋함으로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희망찬 발걸음
최근 작업을 보여달라는 말에 얼마 전에는 박순관 도예가의 수업으로 그의 작업장에서 라쿠번조한 작은 토기들을 내놓는다. “아직 이게 내거다 하고 내세울만한 것은 없어요. 배우면서 되도록 많이 접해보고 싶은 생각이에요. 처음엔 조형도자가 좋았는데, 만들어서 사용하는 재미도 솔솔하더라요.” 살면서 느껴지는 감상들을 담은 추상적인 조형작품들도 만들고, 전통의 멋에 취해 사발도 빚고, 쓰고 싶은 그릇도 만든다.
조지선씨에게는 대학 신입생 같은 생동감이 느껴진다. 그는 삶의 목표를 찾았고 현재 그 목표를 향해 희망찬 발걸음들을 떼고 있어 참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다.
서희영 기자 rikkii@naver.com
1 조형작품의 주제는
삶에서 느껴지는 감흥들이다
2 다양한 사발들
3 최근 작업한 라쿠번조
작품들
4 자연스러운 느낌의
다관과 찻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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