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한국도예계를 돌아본다
2005년 한국 전통도예
글 이대영 _ 전통도예가
우리나라 전통도자기는 일반적으로 크게 나누어 청자, 분청, 백자 등으로 시대적 상황이나 흐름에 따라 흥하고 쇠하며 부침을 거듭해왔다.
한동안 명맥이 끊어지다 시피한 전통도예의 맥이 다시 흥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중반이후 부터라는 것은 도예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조그마한 굴곡은 있었지만 1965년부터 1980년대 중후반까지는 전통도예의 부흥기를 맞이하여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많은 발전을 가져왔으며 1980년대 후반부터 다시 장기적인 침체기로 접어들었다.
이에 전통도예인들은 전통도예산업의 발전계기를 마련하기 위하여 2001년 세계도자기엑스포를 개최하고자 1995년 관계기관에 요청하여 1996년 타당성조사와 계획에 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도자기엑스포 계획이 진행되어 가는 과정에서 어느새 현대도예가 중심이 되고(전통도예와 현대도예의 구분도 모호하지만), 전통도예는 중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결코 현대도예가 참여한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전통도예가 중심이 되고 그 바탕위에 현대도예의 참여가 있어야 했다는 뜻이다. 도자기엑스포를 개최하는 본래의 취지는 우리나라의 우수한 전통도예를 세계에 알리고 홍보하여 전통도자 발전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하고 그 토대위에 우리나라가 세계도자의 중심지가 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3회에 걸친 도자비엔날레 행사를 치루면서 전통도예의 많은 발전을 가져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전통문화 중에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전통도예를 충분히 알리고 홍보 했느냐 하는 점에는 그렇지 못했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는 것이다. 그 좋은 기회를 극대화 시키지 못한 것이 전통 도예인들에게는 항상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올해에도 많은 도자 관련 행사들이 개최되었다. 2005년 한 해 동안 얼마나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느냐 하는 점에는 약간의 의문이 있겠지만 몇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각 지역 축제 등 이벤트 행사를 살펴보자.
구체적인 내용들은 이미 본지에서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간단한 소개만 하기로 하겠다.
도자기 행사로는 가장 큰 제3회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가 4월 23일부터 59일간 개최되었다. 이번행사에서 청자를 주제로 한 세계청자전과 국제 청자 학술세미나는 우리 청자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획이었다고 생각한다. 중국과 한국의 청자를 형태, 문양, 색 그리고 재료까지를 비교하고 연구하고 토론 할 수 있는 소중한 자리였다. 이러한 행사를 한국, 중국, 일본이 아닌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도 개최하여 우리전통도자문화를 폭 넓게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제3회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와 함께 이천, 광주, 여주 도자기 축제가 개최되었다. 특히 이천도자기 축제에서는 생활 도자기와 함께 작은 소품에서부터 대형벽화까지 전통문양을 응용한 다양한 도판들이 선보였다. 앞으로 도판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많아지면서 또다른 전통 도자분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7월 30일부터는 강진청자문화제가 개최되었다. 단국대학교부설 강진 도예 연구소가 기획한 청자 학술세미나 등이 새로운 시도로 돋보였으나, 지역의 한계를 벗어나 국제적인 행사로 발돋움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해와 문경의 도자기 축제는 항상 그래 왔듯이 다도구 위주와 차문화 행사가 주를 이루었다. 특히 문경은 차 문화와 전통다도구를 연계시켜 차문화와 같이 발전해 나가는 대표적인 도자 행사이다.
두 번째로 금년에 개최된 전시회를 살펴보자. 전통 도자기와 다도구 전시회도 많이 개최되었는데 그중에서도 다도구를 비롯한 생활도예 전시회가 가장 많이 개최된 것 같다. 수년전부터 차인들의 저변이 확대되고 일반인들의 생활 도자기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다도구와 생활도자기분야에 관심을 갖고 작업하는 도예인들이 많이 증가 하였다. 개인전을 비롯한 전시회 작품의 형태와 문양, 그리고 색과 질감이 예년에 비해 대체적으로 다양해지고 화려해졌다는 느낌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노력하는 도예인이 많은 것 같다.
세 번째로 전통도예를 연구하고 가르치는데 관심을 갖는 기관이 생겨났다. 요업기술원 이천분원은 서울에 있는 요업기술원과 달리 주로 전통도자기에 관한 연구개발과 함께 교육 및 기술지원, 신상품 개발과 수출 등 여러 분야에서 전통 도예를 지원하게 될 것이다.
이천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도예 전문학교인 한국도예고등학교에서는 전통도자기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기관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전통도자기의 발전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전통 도예 교과서를 제작하여 고등학교 때부터 체계적으로 전통도자기를 배울 수 있도록 준비 하고 있다. 전통 도예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예를 창조해 나가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논리를 지금까지 제대로 실천해오지 못한 것은 전통도예를 기초부터 가르치는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금년부터 한국도예고등학교에서는 지역 도예인들과 연계하여 학생들에게 전통도예를 기초부터 차근차근 교육하고 있다.
순수 민간단체로서 장작가마연구회가 설립되어 가마제조와 소성방법, 옛가마연구와 가마터 답사, 장작가마 소성작품전시회등 다양한 계획을 가지고 활발히 활동 중이다. 가스가마의 출현으로 점차 사라져가던 장작 가마가 몇 년 전부터 다시 활성화되기 시작하였다. 가스가마 소성작품과 같이 깨끗한 이미지에 싫증난 도자 애호가들이 점차 증가하면서 장작가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 같다.
네 번째로 제도적으로 정부나 시·도 차원에서 전통도예를 육성하려는 노력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대한민국명장제도와 이천시 명장제도, 그리고 경기도 무형 문화재 제도가 그것이다. 전통 문화라는 것은 국가적차원을 넘어서 세계가 보호하고 육성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몇 천 년을 이어져 내려온 도자문화를 잠시 침체되었다고 경제적인 잣대로 재단하여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사양산업이라고 결론짓는 일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본고는 2005년도 한 해를 전통도자기분야에 한정해 돌아보며 필자가 느낀 것을 간단히 글로 옮겨본 것이다. 전통과 전승의 구분과 전통도예와 현대 도예의 구분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이견이 많을 줄로 안다. 독자 분들의 넓으신 이해를 부탁드리면서 글을 맺는다.
필자약력
러시아 페테르 브르크 한국전통도자 특별전
일본 사쓰마 도자기 400주년 기념한일 도자 교류전
프랑스 파리 한국전통 도자전
전 이천 도자기 조합 이사장
경기도예 협회장
조선도예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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