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고

Top
기사 메일전송

[ 통권 458호 2026. 07 | 기고 ]

[김대환 교수의 문화재 기행 64]_백자 철화 난초무늬 병
  • 관리자
  • 등록 2026-06-29 16:13:39
기사수정

도자문화


[김대환 교수의 문화재 기행 64]


먹빛으로 피어난 난초, 흙과 불의 기록


백자 철화 난초무늬 병 

白磁鐵畵蘭草紋甁


글_김대환 동곡뮤지엄 관장·문화유산 평론가


사진1. 「백자 철화 난초무늬 병」 조선시대⎜높이 31cm, 입지름 7.5cm, 굽지름 8.5cm


조선 전기 15세기, 백자는 단순한 그릇을 넘어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매체로 자리 잡는다. 고려청자의 비색이 물러난 자리에는 절제와 청렴한 정신을 중시하는 유교적 미감이 들어섰고, 그 중심에는 관요에서 만든 초기 백자가 있었다. 그러나 이 시기의 백자 가운데서도 철화안료로 난초를 그린 대형 옥호춘병(나팔모양으로 벌어진 입, 가늘고 긴 목, 풍만한 아래 몸통을 지닌 우아한 S자 곡선의 술병으로 중국 송나라부터 만들어진 대표적인 도자기)

은 매우 드물며, 오늘날 확인되는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사진1)  


  이 유물은 키가 큰 형태로, 전형적인 옥호춘병 계열의 비례를 따른다. 주둥이는 바깥으로 완만하게 벌어지며 얇게 처리되어 있고, 목은 길지만 과장되지 않아 자연스럽게 어깨로 이어진다. 특히 어깨에서 몸통으로 내려가는 곡선은 긴장감과 완만함이 공존하는데 이는 조선 초기 관요 백자의 특징적 조형감각이다. 별다른 장식이 없이 형태 자체로 아름다운 균형을 이루는 점에서, 15세기 관요의 절제된 미의식을 잘 반영한다. 사진2~5)


  유약 상태는 완전한 순백이 아니라 미세한 청회색 기운을 띤 반투명 유약이다. 이는 철분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태토 위에 시유된 초기 백자의 특징이며, 환원염 소성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색조이다. 몸통의 표면에는 균일한 유리질 광택이 있으나, 확대 사진에서 보이듯 미세한 철점black speckle이 흩어져 있다. 이런 현상은 태토 속 철분 입자가 환원 소성 중에 발현된 것으로 자연스러운 발생적 특징이다. 또한 주둥이 안쪽 면에서는 유약 흐름에 따른 미세한 유약 층 두께의 변화와 함께 빙렬이 관찰된다. 이는 고온 소성후 냉각과정에서 형성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초기 백자에서 자주 확인되는 특징이다. 사진7)


  철화무늬는 이 유물의 핵심이다. 난초는 두 줄기 중심으로 구성되며, 꽃과 잎은 비교적 단순화된 형태로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철화 안료의 발색 구조이다. 짙은 흑갈색 중심부를 이루고, 그 가장자리에 황갈색 번짐iron bleed halo이 형성되어 있다. 이는 철화안료가 고온에서 유약과 반응하여 퍼지는 전형적인 조선 초기 철화의 특징이다. 사진6)


  철화의 붓질 또한 주목되는데, 줄기는 속도감 있게 한 번에 내려 긋는 필법이며, 잎은 붓을 눌렀다가 들어 올리는 방식으로 처리되어 있다. 이는 회화적 완성도를 과시하기보다, 필획의 생동감을 중시한 표현이다. 조선 초기 문인화의 정신이 도자 공예에 투영된 특별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사진9)


굽바닥은 비교적 넓고 낮은 편인데 안정적인 형태로 접지면은 가는 모래 받침을 사용한 후에 깎아낸 흔적이 보인다. 특히 굽 안쪽에는 철분 산화에 따른 적갈색 착색이 보이는데, 당시 고온 소성 환경을 그대로 보여주는 흔적이다. 몸통의 아랫부분에 옅은 황갈색 얼룩은 이 유물이 부장품으로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사진8) 


  한국 도자사에서 이 유물은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첫째, 철화 기법이 관요 백자에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이전의 과도기적 실험 단계를 보인다. 둘째, 청화 안료의 수급이 어려웠던 시기에 대안으로 철화가 사용된 사례이다. 셋째, 대형 옥호춘병에 철화 난초무늬를 적용한 점은 기술적 난이도와 실패 위험을 고려할 때 매우 이례적이다. 무엇보다 이 유물의 가치는 희소성에 있다. 15세기 관요 백자 가운데 철화 난초무늬가 확인된 사례는 거의 없으며, 특히 이처럼 온전한 대형 병은 거의 전하지 않는다. 단순한 수량의 문제가 아니라 제작 자체가 제한적이었음을 의미한다. 결국 이 「백자 철화 난초무늬 병」은 조선 초기 도자 기술의 실험성과 유교적 미의식, 그리고 물질적 제약 속에서 이루어진 창의적 대응이 응축된 결과물이다. 유약 속에 스며든 철의 흔적과 붓끝에서 피어난 난초의 형상은 단순한 장식을 넘어, 15세기 문인과 장인의 손과 불의 기억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이 유물은 1970년대 후반 일본 동경의 다이마루 백화점에서 전시했던 것으로 현재는 국내로 환수되어 개인 소장가가 소중히 보관 중이다. 사진10)


-----이하 생략

<본 기사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세라믹코리아 2026년 7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e-북, PDF 전체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기사를 사용하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s://www.cerazine.net

 

0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정기구독신청_2026
세로형 미코
02이삭이앤씨 large
이영세라켐
03미코하이테크 large
해륭_250509
케이텍
진산아이티
삼원종합기계
오리엔트
미노
대호CC_240905
01지난호보기
월간도예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