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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 Review
  • 편집부
  • 등록 2006-07-12 15:5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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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희 도예전
2006.4.7 - 2006.5.3 한국미술관

흙의 물성표현을 통한 신앙의 표출

글 김진아 _ 홍익대학교 도예연구센터 연구원

우리는 역사 속에서 종교적 믿음으로 창작되었거나 종교적 사실을 제대로 다룬 예술 작품들을 종종 보아왔다. 그 중에서도 특히 그리스도교 예술은 성경에 나오는 구절을 시각화하여 보여주기 때문에 구구절절한 설명이 없더라도 종교적 감동이나 심오한 신앙심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경기도 용인에 자리한 한국미술관에서 열린 서동희 교수의 개인전에 출품된 작품들 - <생명수의 강>, <생명나무>, <열매>, <권좌에서> 등은 성경의 요한계시록 22장의 구절들을 조형적으로 표현한 것들이다.
종교예술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성상聖像의 표현이다. 성상은 초월적인 존재를 가시화하여 신과 인간 사이의 매개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동희의 작품에서는 그리스도교를 상징하는 그 어떤 도상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구체적인 형상 없이 흙의 본성이 그대로 드러난 조형물만이 눈에 들어올 뿐이다. 물론 그의 작품은 깊은 종교적 감성을 바탕으로 제작된 것들이다. 그러나 작가의 끊임없는 학문적 호기심과 예술적 열정이 성경 구절을 재해석 하고 실험적인 형태를 창조하게 함으로써 관객들은 그의 작품을 종교예술이 아닌 현대의 조형도자 작품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서동희 교수의 작품을 특징짓는 것은 마치 바다의 조류潮流를 따라 흔들리는 말미잘의 촉수 같은 형태와 색들이다. 그는 한 덩어리의 흙을 자르거나 깎아내어 형을 만들고, 이미 바른 유약을 닦아내어 전체적인 색을 만들어 내는 등의 제작방법을 선택하였다. 또한 점토에 톱밥이나 펄프를 넣어 조형의 가능범위를 넓히고, 표면의 텍스추어를 이끌어 냄과 동시에 번조 후 작품의 질량을 확연히 줄이고 있다. 이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작가의 오랜 연구와 실험에 대한 기술적인 역량이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는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변형에 대한 욕구와 질료에 내재된 가능성에 대한 탐색을 즐기고 있는 듯하다. 자연스럽게 늘어지고 구부러진 곡선들과 도구에 의해 잘려진 단면이 보여주는 직선들은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신의 너그러운 은총과 거역할 수 없는 절대적 신앙으로 은유된다. 그리고 그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은 작품의 외형적 형태에서 여과 없이 보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숙련된 기법과 형태의 변형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은 작가의 표현 의도를 극대화하고 전시에 전체적인 통일감을 유지하는 것에 일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제시된 성경 구절과 명제표가 없다면 전시의 전체적인 구성은 물론 개별적인 작품의 의미를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그것은 곧 작가의 제작기법과 형태들이 어떤 서사를 일궈내기 보다는 작품 자체가 지닌 조형적인 매력에 더 치중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가진 신앙과 지칠 줄 모르는 열정, 창조적 자세는 확실히 그의 작품들을 미적 가치를 지닌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켜 많은 관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정호진 청자전
2006.5.3 - 2006.5.9 공예갤러리 나눔

사모하는 것을 닮아간다는 것

글 임헌자 _ 단국대학교 도예연구소 책임연구원

‘남도답사 1번지’로 유명한 전라남도 강진에는 문화유산 가운데 가장 으뜸으로 꼽는 고려 청자가 있다. 한국 예술의 최대 걸작품으로 세계가 인정하는 고려청자의 성지가 바로 강진군 대구면 사당리 도요지이다. 정호진은 바로 그 곳 사당리에서 오랫동안 그가 꿈꾸어 왔던 청자를 빚어 조심스레 선보였다.
분청작업을 주로 해오던 그가 강진 청자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바로 1년 전이다. 강진군과 단국대학교의 자매협정으로 강진도예연구소를 강진 대구면 사당리에 개소하면서 그가 자청하여 내려갔다. 그는 강진의 아름다운 산하와 부드러운 강진의 흙을 느끼며 더욱 고려청자를 사모하게 되었다
사모하는 것을 닮아간다는 그것이 사실일 거라는 생각이 이번 전시회를 보고 난 후의 필자의 느낌이다. 비취빛 청자의 아름다움을 찾아보고자 강진의 산과 들의 흙을 찾아 나섰으며, 그 청자를 빚었던 고려도공의 혼이 남아 있는 사당리에서 밤새 물레를 돌리고 조각을 했다. 스승인 단국대학교 박종훈 교수에게서 수련 받은 단단한 물레기술과 정신은 그의 작업의 근간이 되었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진 정호진의 청자는 기존에 다양한 곳에서 재현돼 온 차가운 푸른빛과는 다른 부드럽고 따뜻함이 도는 푸른빛이었다. 그가 만들어 놓은 비취빛은 밖으로 열려 있었다. 따라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저절로 감흥이 일어나게 만든다. 세련되고 간결한 청자완의 모습에서 힘찬 물레질의 역동감을 느낄 수 있음은 탄탄한 물레기술의 기초가 있었기에 나올 수 있는 것이었다.
청자의 푸른 허공을 날고 있는 학을 상감기법으로 표현해, 청자의 화려함보다는 자연스러움이 전면으로 나선다. 포용과 무심의 미학이 중첩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그 간결함과 부드러운 율동미는 무위자연을 느끼게 하며, 그의 생활이 청자만을 생각하고 만들고자 하는 허심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그가 직접 강진의 산야에서 찾아내 흙과 유약으로 빚어낸 청자라 더욱 강진을 닮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천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강진의 고려청자가 아니겠는가!  
짧은 시간일 수도 긴 시간일 수도 있는 일 년간의 시간은 정호진에게 큰 의미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강진에서 보낼 시간은 더 많은 의미를 가질 것이다.
이제 작가 스스로에게 어떻게 청자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 갈 것인가? 라는 숙제가 주어졌다. 고려청자의 귀족적 화려함에 대한 인식 속에서 우리 정서에 맞는 이 시대의 청자색과 형태 등 앞으로 주어진 시간에 더 많은 청자에 대한 연구와 실험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전통의 철저한 이해와 연구가 뒷받침 된 후에 현대의 새로운 전통으로 이어져 간다는 성현의 말이 재인식되며 스승이 써준 서문처럼 “청자를 공부한다는 것은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요 전통을 지켜나가는 일이다” 그리고 ‘청자는 나’ 정호진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원승재 도예전
2006.5.3 - 2006.5.9 가나아트스페이스

봄볕 닮은
가족 이야기

글 박경순 _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도자공예학과 교수

아기를 등에 업고 있는 엄마 개, 그 앞에 어깨를 늘어뜨리고 서 있거나 돌아누운 엄마 개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아빠 개, 바닥에 누워 정답게 한곳을 바라보고 있는 가족들… 도예가 원승재의 세 번째 개인전 ‘봄볕 닮은 가족 이야기’는 개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개는 작가 자신을 상징하는 것으로 현재의 삶 속에서 경험하고 있는 일이나 일상적인 느낌을 표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개의 모습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보편적인 가장의 모습이며, 가족의 모습이다. 화목한 가정의 모습을 표현해 아이에게 칭찬을 해 주기도 하며, 아직 태어나지 않은 엄마 뱃속의 어린동생을 기다리는 순수한 모습을 그리기도 한다. 때론 그의 작업은 부부의 문제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시간의 차를 두어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가고 있다.

가족이 모였어요.
엄마도 생글생글 아빠도 허허허 나도 까르르
오늘, 우리 집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답니다.
왜냐면요, 제가 학교에서 달리기를 1등 했거든요.
“에고, 우리 둥이, 건강이 최고야, 그럼 그렇고 말구...”

작가의 글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현재의 시각으로 작품의 주제를 보게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솔직하고 순수한 작가의 내면세계를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이해의 시작이며, 그 안의 또 다른 세상인 가정을 통한 새로운 발견이기도 하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전시를 통해 보여준 작가의 관심사는 동물의 우화적 요소로써 이번 전시의 주제와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예전 작업이 작가의 기억이나 어린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동물의 변형과 의인화 된 표현 작업을 이끌어왔다면 이번 전시에서 보여지는 작품들은 그가 속해있는 현실을 인간과 가장 가깝고 친밀한 동물인 개에 투영시켜 솔직한 일상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담아내었다. 개들의 순박한 표정과 넉넉한 느낌의 형상들은 작가 자신의 심성과 인생관을 보여주는 듯하다.

원승재는 이번 전시를 통해서 가장 인간적인 삶, 희로애락이 깃든 솔직한 삶을 춥지도 덥지도 않은 봄날의 따스한 햇살에 비유하여 가족의 소중함을 나타내고자 하였다. 문명화된 현대 사회 속에서 인간과 동물과의 친화적 관계를 통해 현대인의 삶을 재인식하고 동물 형상의 은유적 표현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대중과 소통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핵가족화 되어가고 있는 바쁜 현대인들의 일상 속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전시였다.

 

오규영 도예전
2006.5.10 - 2006.5.16 통인화랑

토기의 조형성과 덤벙분청의 감각

글 서정걸 _ 미술평론, (재)세계도자기엑스포 도자연구지원센터장

오규영의 작품 속에 배어 있는 어떤 요소가 아주 먼 기억 하나를 건드린다. 그 기억은 우리의 마음속에 탯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조형적 감각을 더듬게 한다. 먼지 쌓인 선반 위의 토기 속에서 본 듯한, 또는 분청사기 속에서 본 듯 한 감각이다. 그것은 강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그 작품들의 밑바탕에 고여 있는 주요한 요소라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오규영이 구사하고 있는 조형적 요소들은 멀리 가야로부터 조선시대까지 까마득한 시간을 왕복한다. 그는 가야토기의 조형요소들과 분청사기의 감각들을 건져 올린다. 그것을 자기화하고 응용한다. 전통적 요소들을 사용할 때 흔히 빠지기 쉬운 오류는 그것에 담겨있는 미의식이 아니라, 그것이 가지고 있는 형태에 집착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단지 옛 기형들과 비슷한 것을 만드는 의미 이외에 아무 것도 없다. 자신의 작품 속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감성이 담겨야 하는 것이다.
오규영은 토기나 분청 등에 담겨 있는 옛 사람들의 감각을 탐구한다. 그 감각 속에서 그릇의 미학을 배우고, 바탕에 깔려있는 철학을 배우고자 한다. 그리하여 그의 조형을 과거에 탯줄을 매고 있는 오늘날의 조형으로 완성시키고자 한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편병의 조형적 변형이다. 그의 편병작업은 과거의 편병과 유사하지 않다. 편병이 갖고 있는 정서를 자신의 감각으로 잘 살려냄으로써 새로운 맛을 내고 있다. 물레성형 후에 기형에 가해진 두드림과 깎아냄의 흔적들로부터 그의 감각을 느낄 수 있다. 그 감각적 선들과 면들이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번에 발표된 작품들은 형태 면에서 아주 견고하고 아름다운 선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작품들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기법의 선택이다. 우선 덤벙기법이 눈에 띈다. 덤벙기법은 조선시대 분청사기에서 볼 수 있는 기법이다. 귀얄기법과 함께 가장 자유분방한 느낌을 주는 것으로 현대미술의 감각과도 상통하는 것이어서 각광을 받아왔다. 그러나, 그 두 기법은 공예적이라기 보다는 회화적이다. 그 기법들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감각이 요구된다. 덤벙과 귀얄문이 성공적으로 완성되었을 때의 맛은 어떤 기법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니게 된다.
상감으로 새겨 넣은 겨울나무의 이미지와 기형 사이의 어울림이나, 덤벙기법의 완숙도에서 아직은 미숙한 부분이 발견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오규영이 가진 열정이나 성실성, 감각 등을 감안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음 전시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안진석 도예전
2006.5.10 - 2006.5.15 대백프라자갤러리

성숙함과 변화의
조화

글 김동진 _ 대구가톨릭대학교 공예디자인과 교수

안진석의 이번 도예전은 시간의 축적에 따른 성숙함과 변화의 조화가 작품으로 형상화된 외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지금까지 생각하고 추구해 온 생활과 실용에 근거한 삶의 한 부분을 잇는 생활도자기를 근간으로 해왔기 때문이다. 과거의 작품은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가진 무심無心의 표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내비추고 있었다는 것이 다르다.
그동안 안진석은 생활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기器의 조형세계를 이해하고 예찬 감정을 갖고 실제적인 제작 경험을 통해 얻은 것 중에서 찻그릇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다구에 대한 역사적인 이론과 그에 따른 조형성 연구를 체계화하는 과정을 눈여겨보면 알 수 있다. 그의 작품 중 다병茶甁이나 다호茶壺 또는 다관茶罐의 주전자 형태 속에는 몸통과 주둥이 그리고 손잡이 등의 표현에서 구성요소간의 균형과 조화 그리고 통일 등의 완벽한 구성미를 갖추고 있다. 이것은 마치 서로 다른 다양한 모습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웃처럼 정답게 노래하며 노는 아름답고 행복스러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마치 작가 자신도 작업을 통해 이러한 감정을 함께 공유하는 듯 하다. 
작가 안진석이 생각하는 작품은 그의 작품명인 다아茶我, “차와 나”, 다아일여茶我一如로 같은 존재적 일체를 통하여 호흡하고 생명을 갖는다. 이것은 각기 다른 독자성을 지니고 하나가 되는 또 다른 생명의 잉태를 위해 생산하는 합일合一의 형상으로 수용돼 새로운 조형계획으로 시도 되는 듯 하다. 이것이 다아일여茶我一如의 자연적인 순응의 미의식美意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유약의 처리에 있어서는 형과 색의 조화를 이루도록 시유되었다. 무유와 시유의 차별도 각기 다른 질감적인 표현으로 표출돼 작품의 완성도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우리가 쉽게 들을 수 있는 해석적 용어 중의 하나가 ‘무작위無作爲의 작위作爲’이다. 안진석의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성숙한 변화는 고정관념에 의한 표현방식과 단지 예쁘게 보이기 위한 조형행위 고집과 같은 작위적作爲的인 표현과는 사뭇 다르다. 차라리 이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창작적이고 예술성이 있는 과감한 조형의지와 자신을 드러내는 조형언어에 대한 필요성이 성숙한 변화다.
끝으로 작가 스스로에게 이번 전시회가 좋은 경험의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전하며 무한히 뻗어 나갈 안진석의 작업미래에 한껏 기대를 걸어 본다. 


김지선 제3회 개인전
2006.5.3 - 2006.5.9 가나아트스페이스

작음과 작음이 어우러진 잔(자잘한) 미감의큰 표현

글 윤태석 _ 미술사

19세기말 쇠라Georges Pierre Seurat, 1859~1891는 인간의 착시를 이용한 점묘법點描法을 통해 개별 색채가 갖는 특성을 존중하면서도 하나의 작품으로 귀결되는 회화의 한 형식을 구현했다. 거기에는 색채고유의 채도와 명도가 고스란히 유지될 수 있도록 작가의 그 어떠한 개입도 배제된 색감이라고 하는 원형질原形質이 있다.  
2005년에 가졌던 김지선의 제2회 개인전에 던진 본인의 평은 쇠라를 통한 이미지의 대입이었다. 그렇다면 이번에 보여준 그의 그릇은 1년 전과 어떠한 변화를 보이고 있는가. 필자가 본 김지선의 이번 그릇에서는 작음의 보다 실제적 구현을 통해 보다 큰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김지선은 이번 전시에도 작년과 비슷한 느낌의 자잘한 찻잔과 말 찻잔을 주류로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 작음을 더욱 강조하게 하는 고만고만한 찻주전자를 빚어 보여주었다.
주전자와 찻잔은 작가의 의도대로 매우 잘 어울리고 있으며 마치 작은 것과 작은 것이 만나 비교 상대를 그보다 크거나 다른 대상에서 찾는 것보다는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려 자족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그 작음은 그 다구를 이용하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소담스럽게 하기에 충분하며 또 차를 마시는 범위(2명 이내로 국한한)까지 제한하여 작음의 미학을 체감하게 한다.

12세기 청자유병은 키가 작으며 주둥이를 뺀 기형器形이 마치 주판알 모양을 갖출수록 미감이 뛰어나 보임을 알 수 있다. 그릇을 빚은 후 균등한 힘으로 위에서 압력을 가해 만들어진 기형을 하고 있는 유병은 특유의 미감과 더불어 유병이 갖는 기능성(예컨대 기름의 점액성을 고려한 주구의 넓이와 주구입술의 각도의 형태)까지도 함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완결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 유병에는 매우 귀한 신분을 위한 아주 소량의 기름을 담았을 것으로 그 용도의 제한성을 짐작하게 한다.
김지선의 그릇역시 그와 일맥상통한 형식을 함축하고 있다. 주전자의 손잡이와 주구는 작지만 미감과 실용을 적절히 혼용하고 있다. 주구의 고개 들림의 정도에 따라 찻물의 유형流形이 결정되는 만큼 그의 주구에서는 각별한 성형의 고뇌가 얹어 있다. 또한 주전자의 한일자(一) 돌출형 손잡이는 미세한 각도로 인해 예술과 기능의 칼날 위를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다. 이는 매우 감성적이며 감각적인 표현으로 김지선의 미학적 가치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김지선에게 있어 또 다른 가능성을 객관화 시키는 작은 모험적 성격이 있다. 익히 검증되어서 알고 있지만 그의 함축적 구조를 획득한 찻잔은 그의 구릿빛 피부처럼 탄탄하다. 여기에 경남 산청토土 등을 그만의 조제방식으로 배합한 태토는 그의 손길과 불길을 받아 작은 주전자로 탈바꿈되어지고 있다. 이는 그의 주전자가 이미 그만의 미감과 표현적 이입으로 승화됨을 의미한다.
김지선은 부지런하면서 주저함이 없는 완숙성이 서서히 배어나는 작가이다. 이번전시에서 그는 작음의 미학적 결구를 통해 이와 같은 스스로의 진취적 방향성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점이 바로 김지선을 주목해야만 하는 이유 중 하나인 것이다.

 

오쿠다 미에코 개인전
2006.5.10 - 2006.5.14 일본 동경 갤러리 순

이미지에서 실재로

글 박수아 _ 일본리포터, 동경예술대학 일본동양미술사 연구실

일본 시가라키의 도예가 오쿠다 미에코가 도예작업을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27여년 전, 현재의 남편인 도예가 오쿠다 히로무와의 만남 이후부터이다. 이전에 회화작가로 활동했던 경력을 말해주듯, 그녀의 작품에서는 도자기가 가진 재료적 특성, 프로세스적 한계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분방한 색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전시의 작품을 주제군과 부연군으로 나눈다면, 다양한 형태의 파란색 향로를 주제군의 위치에 놓을 수 있을 것이다. 바다색의 발색을 목표로 개발했다는 이 유약은 매트한 느낌을 가지면서도 흘러내리기 때문에 모서리나 굴곡이 심한 부분에서는 소지의 색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특징이 있다. 이것을 기본으로, 군데군데 금으로 장식해 재미를 더했다.
향로의 모양은 그야말로 다양하다. 먼저, 의자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보이는 향로는 등받이와 의자의 윗면이 뚜껑 역할을 하고 있다. 계획 없이 그저 손가는 대로 뚫어 놓은 것 같은 구멍은 향로의 연기가 빠져나가는 투공의 역할을 한다. 갤러리 입구를 따라 진열돼 있는 정육면체의 향로는 열려 있는 면을 위로하면 바닥에 놓는 용도로, 열려있는 면을 앞으로 하면 벽에 거는 용도로 사용이 가능하다.
향로가 전시의 주제를 나타내고 있다면, 이것과 어우러져 전시장 분위기를 구성하는 역할은 같은 색감의 화병이 담당하고 있다. 어디에서 모티브를 얻었는지, 어떤 것을 표현하려 했는지 확실히 드러나지 않는, 그저 자연물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대강의 추측만을 가능케 하는 이들 화병은 무엇보다도 성형 시 흙과 손이 접촉하면서 만들어졌음직한 손맛을 가득 담아내고 있다. 
전시장의 한 쪽 벽면에 놓여 일본풍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붉은색의 항아리와 기물들은, 붉은색의 독특한 느낌으로 도자기가 아닌 칠기로 오해를 살 법하다. 같은 유약을 시유한 위에 서투른 솜씨를 위장한 토끼드로잉이 베풀어져 있는 그릇들 주변에 배치하여 재미를 더하고 있다.

작품의 장르를 굳이 따지자면 실용성을 강조한 생활도예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작가는 “실용기이지만 그 안에 이미지가 존재 한다”라는 말로 자신의 작품을 대변한다. 작품구상의 과정에서, 실용성을 우선으로 하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려는 것이 아닌,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에 기반하여 형태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실용성을 가진 기물로 탄생한다는 것이다. 연구와 실험을 거듭하여 원하는 느낌의 소지와 유약을 찾아내고, 이를 이용하여 이미지를 형상화한다. 이렇게 제작된 작품을 대중에게 선보일 때에는 전시의 시기(계절), 전시장 위치, 내부공간의 구성, 전체의 분위기 등을 고려하여 출품작을 선택한다. 전시장을 꾸미는 것 역시 작업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실용과 조형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칫 어수선하게 보일 수도 있는 갖가지 작풍을 갖기에, ‘오쿠다 미에코는 이런 작업을 하는 작가이다’라고 한마디로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반면, 그것은 곧 좋아하는 방법으로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든다는 작가 자신의 독자성에 가장 중요한 가치와 큰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단체와 협회가 난무하는 현대 일본의 도예계에서 어느 곳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다는 것 또한 이러한 작가의 의지를 보여주는 일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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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cerazin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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