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전시의 재점검
졸업작품전의 지도방향
글 우관호 _ 홍익대학교 도예유리과 교수
매년 가을학기가 시작되면 학생들에게는 마지막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졸업작품전이 기다리고 있다. 학교마다 내용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2년 또는 4년의 과정을 총결산하는 자리니 만큼 교수나 학생 모두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틀림없다.
1학기부터 준비하는 학교도 있겠지만 대부분 2학기에 접어들어 시작하는 것이니 만큼 모든 학교들이 지금쯤은 숨가쁘게 돌아갈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각 학교의 교수별로 어떠한 규범이나 원칙에 의한 개별적인 지도방향은 이미 설정되었으리라 본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종합적이고 모범적인 지도방향에 대해 제안하기 보다는 필자 개인이 실천하고자 하며 또 희망하는 것을 중심으로 서술하고자 한다.
필자의 경우 이번 학기에는 공교롭게도 4학년 학생들의 수업을 전담하게 되었으며 그것은 곧 졸업작품과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다. 학생들 가운데에는 이미 4학년 1학기부터 자신의 방향을 설정하고 1학기의 작품을 심화시키는 경우도 있는 반면 일부는 전혀 새로운 작품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되는 경우들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원칙을 정해놓고 졸업 작품을 지도하기로 하였다.
수용의 원칙
이십여명의 학생들은 모두 개성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각 개인의 작품방향을 무조건 수용하기로 하였다. 예를 들어 조각적 성향의 작품들, 다분히 전형적이고 기술 중심의 작품들, 디자인개발 지향의 작품들 등으로 크게 나누어지지만 그 안에서 또 세부적으로 자신들의 취향과 개성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사람도 같은 성질의 것은 없는 상황이었다.
우선 각 개인별 면담을 시작하면서 첫 번째 취한 조치는 크든 작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작품에 대한 마케트 또는 실제작품의 제작이었다. 학생들의 스케치와 구두 설명으로는 짐작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일단은 제작을 하면서 방향을 잡아나가기로 하였다.
책임부여의
원칙
필자의 경우에는 아이디어스케치 검사 등을 지양하는 편이다. 가능한 학생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주고 또 어떠한 작품이라도 일단은 동의를 한다. 다시 말해 “이런 작품 해도 될까요?”라는 질문보다 “이렇게 하겠습니다”라는 통보형식의 상담을 권장하고 있다. 왜냐하면 3년 이상의 과정을 거친 학생들이라면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하여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기초적인 과정은 마쳤다고 보며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자기 자신의 작품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을 체득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간간이 엿보이는 문제들 역시 학생 본인이 고민하고 스스로의 책임 하에 시정되어야지만 완성 후의 성취감 또한 크기 때문이다.
지속적 관심의 원칙
일단 작업이 시작되면 지속적으로 그 학생들의 작품을 관찰하고 진행방향에 대해 의논을 한다. 학생들에 따라 대작 1점에 매달리는 경우도 있고 소형작품을 다량으로 제작하여 설치 또는 조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제작시간의 안배와 재료의 선택 및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 항상
관찰하고 지도하여야 한다. 심지어는 완성된 작품의 설치에 대한 작품대나 보조재료들에 대해서도 미리 아이디어를 교환하여 전시 당일의 시행착오를 줄여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오늘날의 도예작업은 과거에 비해 발색재료나 부재료 등이 풍부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관심도 수시로 환기시켜 성형과 소성의 과정에서 작품의 특성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재료들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방향전환의 원칙
누구나 겪어 본 일이지만 제작 중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 작품의 방향을 바꾼 적이 있을 것이다. 학생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앞서 말한 지속적 관심을 가지고 학생들의 작품을 관찰하다 보면 약간의 방향선회로 훨씬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는 여지가 보인다. 그러한 때 학생과의 상담을 통해 넌지시 방향의 전환을 유도하곤 한다. 예를 들어 현재 만들고 있는 작품을 그대로 끝내지 말고 한 부분을 더 만들어 조립하여 크기를 키워보라든가 또는 수직의 작품을 수평으로 바꾸어 조형의 변화를 모색하라는 식의 충고는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NPNS의 원칙
No Program No Schedule의 약자로서 정해진 수업시간은 별도로 하고 서로가 시간이 되는 범위 내에서 언제든지 지도를 한다. 4학년의 경우에는 교양과목이나 기타과목들이 상대적으로 적고 또 본인이 원하면 철야작업이 가능한 환경이기 때문에 실기실에서 작업을 하는 한 언제든지 지도가 가능하다. 물론 교수가 하루종일 실기실을 지킬 수는 없지만 바로 옆의 실기실에서 수업을 하다가도 언제든지 4학년 학생들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기 때문에 효율성이 높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문제는 야간 또는 철야작업의 경우에는 이 원칙이 지켜지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조기완성의 원칙
되도록 가마가 붐비기 전에 소성을 완료하도록 권장한다. 장르의 특성상 학교 내에 아무리 많은 가마가 있어도 학기말이 되면 전 학년이 가마를 사용하므로 밤을 새서 줄을 서는 경우도 허다하고 그러다 보면 정작 본인이 원하는 온도에 맞추기도 힘들어 애써 만든 작품이 마지막 순간에 망쳐지는 경우도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비록 한 가마를 다 채우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학생이 원하는 온도와 분위기에 맞는 소성방법을 권장하고 있다. 당시에는 연료비의 낭비라는 생각을 할지는 몰라도 결과적으로 계산하면 작품의 완성도 제고와 시간절약 등에서 득이 되기 때문이다.
가감의 원칙 
소성이 끝난 작품들은 결과가 어쨌든 간에 디스플레이라는 과정을 거쳐 비로소 대중앞에 선보이게 된다.
어떤 작품들은 한 점 만으로 완성되지만 많은 작품들이 별도의 배경을 만들거나 다른 재료들을 부가함으로서 훨씬 돋보일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다. 정해진 공간 안에서, 공평하게 나누어진 자신의 자리에서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스스로 알아서 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역시 지도교수의 조언은 필요하다. 많은 작품을 내보이고 싶어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오히려 한 두점을 빼거나 다른 분위기로 유도하면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려고 한다.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들을 더해주고 방해가 되는 것들을 과감하게 제거해주는 조언이 작품의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상의 몇 가지 원칙들은 사실 원칙으로 지켜지기가 쉽지 않은 것들도 있으며 간혹 학생과의 관계를 불편하게 하는 것도 있다. 학생들의 아이디어에 대해 무조건 수용하다 보면 지도를 회피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쉽고 특히 스스로 책임지라는 방법은 다분히 방기한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더욱이 NPNS의 원칙은 아침형과 야간형 학생들과의 사이에서 잘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교수는 주로 주간에 나타나지만 학생은 야간에만 나타나 며칠이 지나도 얼굴 한 번 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결국 위의 원칙들은 지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가능한 충실을 기하려는 의도에 다름 아니며 궁극적으로는 학생 한사람 한사람에게 각기 다른 방법들을 적용하여야 하고 최대한 시간을 할애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작품제작에만 노력을 기울인다고 해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애써 만들어 놓은 작품들은 학생 본인과 동료 및 교수 그리고 부모들만의 잔치로 끝나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시내의 갤러리나 미술관에서 전시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교내의 시설들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가장 부족하기 쉬운 것이 홍보이다.
일반적으로 전시도록을 만들면 관계대학의 학과나 교수들에게 발송하는 것이 통례이지만 이제는 좀 더 다른 방법들을 강구하여 자신의 작품을 과감하게 알려야 할 것이다. 외국의 경우 대학의 졸업작품전은 그 지역의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는 파티와도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관람객들 가운데는 즉석에서 작품을 구입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의 학생이 대학원을 진학하거나 하면 장학금지급 약속을 하는 등 소위 후원자로 나서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외국의 사례가 반드시 타산지석의 일만은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의 대학들도 졸업작품전을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하여 집안 잔치에 그치게 하지 말고 많은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유도하여야 하고 학생들이 힘을 얻는 계기로 이용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선 얇은 체면을 버리고 조금만 수고를 하면 자신들을 알리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방법 또한 크게 어렵지 않다. 인터넷을 이용하거나 지역 케이블TV, 신문전단지 배포, 지역상점내 포스터 부착 등의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면 된다. 한걸음 더 나아가 관람객들이 같이 즐길 수 있는 약간의 이벤트를 곁들이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가 새로운 길을 가야하는 학생들에게 솔직하고 적극적인 방법으로 자신을 알리게 하는 것 그것이 졸업작품전 지도방향의 마무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러나 이런저런 충심들 즉, 아무리 열정적인 교수의 지도가 있다 하여도 그것을 따라주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승화시키려는 학생들의 진지함이 없다면 모든 것은 헛수고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청출어람은 상호 노력과 수용 그리고 이해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지 일방통행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 우관호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공예과와 동 대학원 공예디자인과를 졸업하고 개인전 5회(서울 후쿠오카 교토)와 한일현대도예4인전(이타미시립공예센터, 일본), 싸이코드라마(성곡미술관, 서울), 국제도예초대전(포샨, 중국), 한미일 현대도예 교류전(긴자갤러리, 일본), EX:CHANGE(마이애미, 미국) 등 국내외 단체전 100여회를 가졌다. 현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도예유리과 부교수에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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