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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
  • 편집부
  • 등록 2007-01-03 16:2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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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06년 한국도예계를 돌아본다 -전통도예

우리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

 

글 유용철 _ 녹원요 대표, 도예가

 

경기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도자기 시장도 몇 년째 제자리걸음만 걷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전통 도자기는 그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요즘 그나마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도자기는 트렌디한 디자인에 강도와 경도가 뛰어나고 향균성 기능까지 갖춘 기능성 생활 자기정도이다. 우리가 쉽게 말하는 현대자기인 셈인데 여기서 문득 의문이 생긴다. 과연 전통과 현대를 가르는 잣대는 정확히 무엇인가? 본지에서도 한 해 동안 있었던 도예계의 정황을 정리하기 위해 전통도예와 현대도예의 분야를 나누고 있다. 그러나 전통도예를 하고 있는 필자도 제대로 전통도예를 계승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긴 어렵다. 필자는 정확히 전통과 현대를 가르는 그 잣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필자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그리고 전통도예가 조금 더 변화하기 위한 과제와도 맞닿아 있고, 여태까지 우리가 추구해온 전통도예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앞으로 전통도예를 발전시키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 본고에서 필자의 의견을 부족하게나마 밝혀 보려고 한다.

21세기의 화두는 바로 인간이다. 이전의 산업사회에서 도태되었던 인간이 21세기가 되자 비로소 논의의 중심으로서 서게 되었다. 이것은 과학의 발전에 따른 위기감에서 온 것이라고 할 수 있고, 드디어 우리 인간이 온전하게 자신의 삶을 누리는 방법을 깨우치게 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인간의 이해’에 대한 관심만으로는 역부족하다. 보다 온전하게 현재의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과거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의 전통을 익히고 이것을 현대적으로 계승해야 한다는 문제와도 상통한다. ‘전통傳統’이란 말에서 ‘전傳’은 ‘역驛’과 같은 말로 시간적으로 연속한다는 의미이며, ‘통統’은 ‘본本’과 같은 말로 근본이나 본질을 뜻한다. 따라서 전통은 그 근본이 단절되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전통이란 과거로부터 시작돼 현재에 이른 것으로 마땅히 미래에도 이어져야 할 것이다.  
그럼 오늘날 전통도예라 불리고 있는 것은 정확히 무엇인가?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전통’이라는 의미는 ‘현대’라는 뜻 또한 내포하고 있으며, 이것은 더이상 ‘전통’을 가시적인 의미가 아닌 관념적인 의미로 보아야 할 것을 시사한다. 그런데 오늘날의 전통도예를 보자면, 단순히 과거의 방법만을 답습하는데 그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전통’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잘못된 인식이 전통도예의 맥을 잇고 있는 도예인들에게 커다란 굴레로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여태까지 보고 익힌 도자기에 대한 관념의 틀을 깨지 못하고 있다. 아니, 변화에 대한 그 자체를 두려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것은 도예인들의 다양한 창의성과 창조성을 가로막게 되는 원인으로서 작용하였고, 비슷한 디자인의 나열은 현대의 개성 있는 소비자들에게 멀어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또한 이것은 전통도예의 맥을 이으려하는 열정적인 젊은이들의 부재로 이어지게 되었고, 전통도예의 앞날을 고심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상황을 초래하였다.
전통도예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전통도예를 사랑하고 관심을 갖는 주 고객층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매년 열리는 도자기 축제의 본질적인 목적과도 통하는 것이다. 그러나 매해 같은 내용만을 답습하고 있는 일관적인 행사진행은 일반 사람들에게 전통 도자기의 진정한 매력을 알리기엔 분명 한계가 있다. 여기서 우리는 행사 방식이 아닌 우리의 태도를 먼저 바꿔야 할 것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사람들이 다가와 줄 것을 바라지 말고, 우리가 그들에게 먼저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전통을 기반으로 한 현대적인 발상과 변화가 그리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이것은 전통 도자기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전엔 이 전통도예를 배우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잡일을 도맡아가며 요장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에만 1여년이 걸렸다. 그리고 조각사들이 조각해 놓은 기물에 상감 넣기만을 또 다시 1년, 그제야 이 초보 도공은 조각칼을 겨우 잡을 수 있었으며 먼저 흙 상감 조각을 익히고 난 후에 본격적으로 구름과 학을 조각할 수 있었다. 또한 구름과 학을 2~3년 정도 더 익히고 난 후에야 비로소 곡선과 직선을 적절히 구사할 수 있는 진정한 조각사의 단계에 이를 수 있었다. 성형의 경우 배움에 있어 그 고초와 인내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이러한 고된 도공의 길에 쉽게 발을 들이는 사람이 없게 된 것은 당연지사이며, 도제식으로 이루어지는 교육의 한계를 딛고 자신만의 창조세계를 피력하는 도공이 나오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이것은 바로 전통도예의 현대화와 맞물리는 과제이기도 하다. 바로 전통도예의 틀을 다변화시켜 까다로운 사람들의 눈을 돌려야 하는 것이다. 과거의 정형화된 도예기법에서 탈피하여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자세로 작업에 임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전통을 발견해 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소비자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 도예인들은 이미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인과의 교류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것은 몇 십년간 외길만 고집해온 그 굳은 의지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은 내부에서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의욕을 인지하더라도 혼자서만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 금세 난관에 부닥치고 좌절하게 되는 적극적이지 못한 자세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전통도예를 널리 알리고, 현대적으로 계승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모두가 한데 뭉쳐야 한다. 보다 변화된 전통자기를 만들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하고, 적극적인 홍보와 판매의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요즘은 인터넷 쇼핑몰이 그 대안으로서의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이것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 요장이 드물 뿐만 아니라 고가의 전통 도자기를 모니터 상으로만 보고 구매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은 일이다. 설사 구매가 성사된다고 해도 납기나 물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필자만의 경우인지는 몰라도 촉박한 납기일이나 수량이 부족한 품목의 주문에 당황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품목별 크기별로 항상 충분한 수량을 준비하고 있기란 사실상 소규모 개인요장에선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공동의 판매방식을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떤가? 바로 뜻이 맞는 요장끼리 모여서 공동의 브랜드를 개발해 내는 것이다. 각각의 요장에 맞는 특색 있는 작품을 정하고 그 작품만큼은 그 요장에서 철저히 관리하면 까다롭고 성미 급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일조할 것이며 이것은 도자기의 판매가 요장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다 자유로운 창조의 세계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통도예의 교육방식에 대한 혁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전통도예를 익히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전통도예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지치지 않고,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을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리고 더 이상 기술만을 습득하는 도제식 교육에서 벗어나, 보다 전통도예에 대한 근본적인 정신을 배우고 다양한 창조적 방식을 발현시켜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물론 전통도예가 배움에 길에 들어선 예비 도예인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여건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기관에서 학생들의 장래를 한정시키지 말고, 그들이 자유롭게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여 보다 넓은 차원에서 전통도예의 미래를 의논해 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학생들도 전통을 배우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내면화하여 그들이 생각하는 전통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릴 수 있도록 심도 있는 고민을 해 보아야 할 것이다.
 
2006년은 필자에겐 참 뜻 깊은 한 해가 되었다. 이천 설봉공원에서 새해맞이 장작 가마 불 지피기를 통해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 장작을 던지면서 새해 첫날의 문을 활짝 열었고 한해가 저물어 가는 지금 부족하기가 짝이 없는 필자가 감히 올 한해를 뒤돌아보는 넋두리로 한 해를 마무리하려니 민망하고 송구스럽기 그지없지만 도예인 여러분의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시길 바라며 우리모두 따뜻한 마음으로 2007년을 맞이하시기를 바란다.


필자 유용철은 명지대학교 도자기 기술연구회와 한국 공예예술가협회, 한국전통가마연구회, 한국전승도예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현재 경기도 이천에서 녹원요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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