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이 도예전 2002. 12. 17~12. 22 전주공예품전시관
강정이의 삶과 비상(飛上)전
글/손청문 미술평론, 미학박사
생활도예와 현대도예 등을 통하여 독창적인 조형의식을 개진하면서 꾸준히 작품을 선보여 왔던 여류 도예가 강정이(康貞二)가 오랜 침묵을 깨고 첫 번째 개인전을 맞게 되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도자가 지닌 전통도예 개념의 한계를 넘어 실용성이나 기능성에 연연하지 않고 오브제로서 도예의 가능성, 조형성과 예술성에 입각한 일련의 의미가 내포된 내면적 삶의 심상 표현에 주안하고 있다. 이른바 원형, 방형, 삼각형과 같은 입체 기하로서의 형태요소를 근간으로 하는 최소한의 조형여건을 가지고 독특한 도예예술을 실현하고 있는데 그가 추구하는 조형적 질서의 특징이라면 미니멀리즘을 연상케하는 절제와 함축미를 기초로 한 모더니즘적 구조에 있다 하겠다. 따라서 일견 조각적 심미성마저 획득하고 있는 근작들은 순수 조형적 가치로서의 형식미를 포함한 상징체계, 즉 의미의 담지체로서의 추상도예인 셈이다.
조형어휘의 단초는 원형(圓形) 나아가 그것을 모티브로 한 도형 안팎의 총체적 관계설정에서 찾을 수 있는데 원형은 우주만이 아니라 삶의 노정 예컨대 생의 인연과 윤회, 탄생과 소멸의 순환성을 아우르고 있다. 이 같은 기하학적 조형인자는 궁극적으로는 우주의 원리에 상응하는 근본과 본질의 경계를 지향하는가 하면 존재의 무한궤도, 작가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탐색과 이탈에의 욕구, 고뇌의 흔적 그리고 끊임없이 자문하는 예술가의 유목적 기질을 반영한 것이다. 또한 반원의 오브제는 의문을 던지면 삶을 관조하는 불완전한 실존의 상황성 내지는 한 작가와 여성으로서 체험될 법한 사랑, 고독, 외로움을 표현하고 있다.
그밖에 다양한 유약의 앙상블, 표면의 선묘적 장식과 점토의 질감 처리와 같은 자잘한 변화의 이입, 흙의 가소성에서 얻어진 중후한 안정감과 유연한 볼륨은 기하학의 건조함이 제어된 예컨대 고요한 감흥이 배인 심도 있는 이상주의적 관념계에로의 동경의지마저 반사해 내고 있다.
이처럼 결핍된 현실과 자아에 대한 치열한 인식 나아가 그것들에 대한 너그러운 포용적 제스쳐와 일상의 굴레를 벗어나 비상을 꿈꾸는 내적 열망이 꾸밈없이 견고한 어법으로 승화된 작품 속에는 차분한 정서와 힘, 정돈된 사유의 자취 그 면면들이 스며있다.
따라서 <삶과 내적 비상> 시리즈는 형태 단위로서의 기하학적 밸런스를 통한 남성성과 여성성, 음양의 조화와 대비로 인해 일종의 중화된 형상들인 셈인데 원형과 예리란 방형의 교차, 원형과 유려한 곡선의 조응관계는 한치의 군더더기도 용납지 않는 명쾌한 단순미와 긴장미를 창출함과 동시에 생명의 숨결과 마음의 리듬, 정서의 순화와 같은 여성적인 온기마저 살아 숨쉬게 한다. 그 가운데에서도 내면적 비상의 의지를 효과적으로 투사하고 있는 유연한 곡선을 관통하는 강인한 직선 예컨대 원심력의 파동으로서 세밀한 예각의 개입 바로 그 지점이 금번 전시가 갖는 조형미학의 요지가 아닐까 싶다.
이렇듯 조형예술의 한 장르로서 기능성이 탈각된 오브제들은 현대 도예 개념의 의미와 범주의 확대라는 시대적 추이와 맞물리면서 조형미와 표현성에 주안한 파인아트로서의 도자 예술 그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하겠다.
「삶과 내적 비상-Ⅰ」
「삶과 내적 비상-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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