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니시 마사카주 개인전 2002. 11. 20~11. 26 갤러리블루
유탁유로 이뤄낸 도예세계
글/한정림 갤러리블루 큐레이터
나카니시 마사카주(中西 正貨)씨는 고회(藁灰-짚재·나무마를 고, 재화 회)를 사용한 유탁유(乳濁釉)가 일본에 전해져 여러 곳에 활용이 되면서 전역에 퍼지게 된 과정과 유탁유의 근원이 한국임을 알게 되었다.
그는 한국을 방문하여 유탁유(乳濁釉)를 사용하는 국내 작가들을 만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국내 작가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유탁유의 모체가 회령 백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회령 백유를 재현한 신정희요(申正熙 窯)의 인연과 함께 나카니시 마사카주씨는 한국에서의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다.
나카니시씨의 도자기는 일본의 아사히요(朝日窯) 근처의 산에서 직접 채취해서 사용한 것이다. 유약은 짚재유를 주로 사용했고, 이외에도 화산재유도 사용한다. 많은 연구를 통해 확보한 소지와 유약의 데이터를 토대로한 가마의 요변을 즐긴다. 초벌구이 이후 분장하고 재유을 엷게 바른 것을 1180℃ 로 13시간 동안 약하게 환원소성을 한다. 그의 작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중성 느낌의 엷은 환원소성작품과 1250℃의 짙은 환원소성작품은 유약 밑으로 흐르다 멈춰진 하늘빛과 같은 색으로 표현되었다. 소성온도의 차이로 인해 유약의 표면은 청색, 녹색의 차색이 어우러진 다양한 발색이 나타난다. 그의 작업은 재를 조합한 자신만의 유약에 자연의 일부인 불이 주는 요변의 조화이다.
그는 일본의 도예대가 아사히 야키(朝日燒)의 15대손 松林(마츠바야시)에게 도자기를 사사 받았으며, 회령백유의 작업들에 대한 의문점으로 도자기를 만들게 되었다. 우리나라 통도사에 위치한 신정희요의 신한균씨도 이번 전시를 방문해 나카니시씨에게 “도공은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만드는 철학이 있어야하며 특히 목적의식이 있는 신념이 있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아마도 이런 철학이 나카니시씨를 이끌어주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
동양인 최초로 뉴베리상을 수상한 린다 수 박의 동화 ‘사금파리 한 조각’은 도공이 되기 위한 고통을 감수하며 인내하는 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 소년을 곁에서 지켜보는 두루미아저씨의 말 중 “만일 누군가 어떤 발상을 혼자서 간직하고 있을 경우에 그 발상을 몰래 취하거나 속임수로 손에 넣는다면, 그건 도둑질이라고 볼 수 있어, 하지만 그 사람이 자신의 발상을 다른 사람들에게 털어놓는다면, 그 발상은 그 때부터 그 사람의 것이 아니라 온 세상의 것이 되는 거야”라는 말이 있다.
나카니시를 곁에서 보며 그가 한국의 장인들의 불후의 작품을 닮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동화의 소년처럼 느껴졌다. 그는 도공의 철학까지 닮아 가고 싶은 소년의 마음과도 같았을 것이다. 또한 자신이 연구한 데이터를 스스럼없이 알려줄 수 있는 것은 유탁유가 국내에 두루 퍼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였을 것이다.
그는 전시를 통해 평가받기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많은 작가를 만나서 교류하고 계속될 자신의 전시가 한국작가들과의 활발한 교류가 될 것이라 믿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이미 많은 것을 배웠고, 자신의 것으로 만듬에 있어 분별력이 뛰어나다. 그는 자신이 만든 흙과 유약은 일본의 것이지만 그가 만드는 기법이라든지 유탁유가 한국에서 전해졌다는 것을 인정하며, 한국의 문화를 제대로 알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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