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최남길 도예전 2002. 11. 5 ~ 11.10 현대아트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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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문정 홍익대학교 도예연구소 연구원
그의 작품은 편안하다. 단순한 형태와 차분한 색감, 그리고 익숙한 소재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작품을 계획하는 단계에서 이미 고려된 것으로, 최남길은 작가란 작품을 통해 관람자와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것을 ‘관람자에 대한 배려' 혹은 ‘작가의 여유'라고 그는 덧붙여 설명한다. 이와 같은 그의 입장은 작품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작가가 작품의 의사소통 코드로 선택한 것은 바로 전통적인 한국의 미, 자연의 아름다움이다. 전통적인 소재를 채택하는 작가들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 가운데서 최남길의 표현 방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표현된 대상의 조형성에 우선하는 의사소통의 매개물로서의 가치이다. 그렇다고 그의 작품에서 보이는 조형적 아름다움과 완결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견고한 완성을 통해 그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작가는 강원도 고성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에게 있어 자연적인 것, 토속적인 것은 생활 그 자체였다. 그는 가장 익숙한 것, 편안한 것을 자신의 작품에 끌어들였고, 성공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그는 규모가 큰 추상적인 인체형상의 조형작품에서 탈피하여 3회 개인전에 이르러 전통적인 소재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고, 4회 개인전부터 일관된 그의 작업스타일을 찾게된다.
그는 토속적인 소재를 매우 안정감 있게 표현한다. 절구통, 구유, 나막신과 같은 형태들이 꾸준히 반복되어 나타나고 그 위에 여러 가지 장식적 효과를 주었다. 여기서 작가는 오랜 시간 축적된 제작 기술과 흙에 대한 자신감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유약과 석고틀을 이용하여 돌, 나무껍질 등을 점토로 실감나게 복제하거나, 금속과 같은 오브제들을 조합하였다. 이처럼 두 가지 방법으로 제작된 결과물은 쉽게 그 차이를 구별하기 어렵다. 또한 제작과정이 까다로운 용기들은 그 마무리가 완벽하여, 단아하고 고요하게 그의 뛰어난 작업 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작품의 견고한 완성을 통해 ‘꾸밈’과 ‘쓰임’의 조화를 꾀하려고 한다. 이는 상대적인 개념으로 사용되는데, 기본 형태 위에 오브제들을 결합하여 새로운 의미 형식을 시도한다. 오브제는 그 크기에 상관없이 기본 형태의 부속품이 아닌 동등한 대조 가치-실용(用)에 대응하는 장식(美)의 개념-의 역할을 하고 있다.
4회 개인전부터 모든 작품의 제목은 ‘古’이다. 이를 통해 그의 일관된 창작 작업에 대한 의지를 알 수 있다. 또한 작가는 작품 제목에 붙여진 다양한 부제(副題)들을 통해 즉흥적으로, 때로는 서정적으로 관객들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것은 작가와 나누는 가벼운 대화와도 같아서 관객은 더욱 편안한 마음으로 작품을 대할 수 있다.
관객이 없는 작품은 최남길에게 무의미하다. 그는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방법으로 작품을 제작한다. 작가는 토속적인 한국의 아름다움을 관객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공통소재로 파악하고, 그것을 가장 충실한 방법으로 재현해낸다. 작가가 의도한 대로 관객은 작품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그 안에 담겨진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 결국 작품을 매개로 작가와 관객들이 대화를 나누며, 어울려 함께 바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최남길은 ‘공예’ 개념에 더욱 접근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공예는 작품을 감상할 뿐만 아니라 항상 곁에 두고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객들과 거리가 매우 가까운 예술이다. 작가의 계획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그것은 관객에 대한 고려가 작품 형성의 적극적인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작가의 작품 스타일이 새로운 방향으로 전향되기에 이른다는 것이다.
사실 작가는 성실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사람이다. 그는 교육자로서, 작가로서,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항상 최선을 다한다. 필자가 작가와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그의 겸손함이었다. 아직도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자신의 작품을 평가하는 작가를 통해 작품의 꾸준한 발전과 새로운 세계로의 진출을 가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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