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중앙연구소 건재/실리콘/신소재 연구총괄 변종오 상무
‘국가 기간산업을 하겠다는 사람이 원료를 일본인 손에 넘겨주고 할 수는 없다’
“판유리 사업 진출 당시 규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호주산 규사를 10% 이상 할인된 금액으로 장기공급을 하겠다고 찾아왔던 미쓰비시상사 담당자를 돌려보낸 후 정상영 명예회장님이 하셨던 말씀입니다” KCC의 사업철학에 대한 질문에 KCC 중앙연구소 변종오 상무가 제일 먼저 꺼내놓은 답변이다. 서울대학교 요업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당시 (주)금강에 입사한 변종오 상무의 첫 번째 과제였던 판유리 사업. 그러나 당시 국내 판유리 시장을 독점하던 타 기업이 전국의 모래란 모래의 준설권을 모두 확보하며 시장진입을 막았고, 이 정보를 접한 일본 미쓰비시 상사는 당시 톤 당 20불 하던 호주산 규사를 18불에 장기공급 하겠다며 접촉해 온 것. 당시로썬 미쓰비시 측 제안을 받아들이던가 아니면 판유리 사업 진출을 포기 하던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변종오 상무를 비롯한 유리사업부에 떨어진 과제는 “강이나 바다에 없으면 산에서 찾아라”였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추정 매장량 1억4천만톤. 허가구역 내 매장량만 1,120만톤에 달하는 가평광산인 것이다.
판유리 사업 진출당시 일화에서도 알 수 있듯 KCC는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폴리실리콘 사업에 있어서도 다른 기업들과는 행보를 달리 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턴키방식으로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것과 달리 KCC는 더디고 위험하더라도 파일럿 공정에서부터 착실하게 기술력을 습득한 후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이 없으면 기술자가 아니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기술에 대한 애착이 강한 분이 바로 명예회장님”이라는 변종오 상무는 “어설픈 정보 수집엔 불호령만 떨어질 뿐이어서, 명예회장님이 직접 기술자들과 동행 러시아, 중국 등을 돌며 얻어 오신 정보로 전주 1공장이 세워졌다”고 덧붙인다. 즉, 판유리, 유기실리콘 사업에 진출하면서 고집스럽게 확보한 기술력이 무기실리콘 사업을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 셈. 전 세계적으로도 몇몇 기업만이 보유한 실리콘 생산기술을 그 누구도 쉽게 내어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턴키방식으로 생산라인을 들여오는 것도 공급이 딸리는 상황에 자체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KCC의 의지가 없었다면 결코 불가능한 시도였다.
유기실리콘에 이어 무기실리콘까지 세계 4대 실리콘 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한 KCC의 역동적인 행보에 세라믹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폴리실리콘 등 세라믹산업의 대표적인 원료가 바로 무기실리콘이기 때문입니다. KCC의 무기실리콘 사업이 세라믹산업의 발전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으리라 생각하시는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KCC가 유기 silicone은 물론 무기 silicon 사업까지 투자하여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실리콘 기업으로 거듭나게 되었음은 해당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적으로도 기쁜 일입니다. 이제 한국의 KCC 란 기업이 그야말로 세계적인 기술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싸워 그 틈을 비집고 세계 4대 실리콘 기업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며, 실리콘 기업이 있다는 이야기는 곧 그 나라에 특별한 기술이 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유기 silicone 사업에서 여러 형태의 2차 가공품은 물론 기초 polymer 제품도 다양하게 출시되므로 세라믹 산업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 기초 소재를 제공할 수 있고 이를 사용하여 각종 산업자재는 물론 소비자품목까지도 국산 자재를 쓸 수 있어 산업경쟁력을 더 한층 끌어 올릴 수 있습니다. 특히 세라믹 산업 발전에는 여러 모로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장 알기 쉬운 예로 IT 산업은 국가 발전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인 데, 이 산업이 발전하려면 산업 동맥으로서 꼭 필요한 것이 광통신망입니다. 이 광통신망을 이루게 하는 기초 소재가 바로 광섬유인 데, 이를 제조하는 기초 소재가 초고순도 실리카이고 이 실리카를 제조하는 기본 원료가 사염화규소로서 이 원료가 바로 무기 실리콘 제조 공정에서 만들어집니다. 이 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세라믹산업 발전에 기여할 부분이 있으며 하나하나 제공하여 드릴 계획입니다.
KCC는 비단 폴리실리콘과 유리만이 아닌 알루미나 메탈라이징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세라믹산업의 대표주자로서 세라믹산업에 지대한 역할을 수행해 오셨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세라믹산업에 대한 KCC의 활동이 뜸해진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로 인해 산업발전의 토양이 되는 대기업의 사회적인 역할에 대한 주문 또한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대한 상무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최근 세라믹분야에 대한 투자가 뜸한 것은 사실이었으나 아주 중단한 것은 아닙니다. 세라믹 소재는 세계 1등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터라 알루미나메탈라이징에 주력하여 이제는 세계 top class에 도달하였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 관련자 여러분들이 고생을 많이 하였습니다만 여기서 쉬어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 새로운 개발 품목을 가지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것입니다. 그 중 한 가지가 세라믹 기판입니다. 세라믹기판은 여러 분야에서 쓰이고 있기 때문에 우선 절연재료로 쓰이는 기판소재를 시작으로 여러가지 응용제품을 개발하여 왔고 세계시장에 대응할 예정이며, 외국 수요처에 이미 사용 시험을 시작하였습니다. 곧 양산 대응할 예정입니다. KCC 의 한국 세라믹 산업 토대 배양 작업은 사실상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아직 구체적 제품명을 발표하기는 이르지만 한국의 주력 성장 엔진 산업을 뒷받침하는 기초 소재를 계속 개발 대응하여 나갈 것입니다.
KCC는 일부 세라믹품목의 경우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세라믹 사업분야를 다각화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KCC에서 세라믹분야가 차지하는 비중과 향후 어느 정도로 사업을 강화하실 계획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KCC는 무기화학 기술을 기반으로 한 (주)금강과 유기화학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고려화학(주)가 합쳐진 즉, 유무기화학 기술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탄생된 회사입니다. 이는 곧 KCC에서의 세라믹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KCC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KCC는 세라믹분야에서 성장하였으며, 세라믹분야를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향후 세라믹 분야에 전력을 다해 사업을 강화해 나갈 예정입니다.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것이 KCC입니다. 고기능성 및 품질을 갖는 세라믹 제품은 무기화학 기술만으로는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세라믹기판을 예로 들면, 완제품은 세라믹 제품이지만 유기화학 기술이 합쳐지지 않으면 이를 제조하기가 불가능합니다. 기술의 융합화가 필요한 이유가 이것입니다. 이런 면에서는 금강과 고려화학이 합쳐져서 탄생된 KCC의 잠재력과 기반은 매우 높고 튼튼하다고 할 수 있으며, 이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KCC에서는 그동안 국내시장을 대상으로 전통적인 세라믹 제품들을 생산하여 왔습니다. 이러한 제품을 개발/생산하면서 축적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파인세라믹 분야에 진출한 제품이 알루미나 메탈라이징 제품입니다. 지금은 사정이 조금 나아졌지만 KCC가 이 분야에 진출할 당시에는 파인세라믹 분야는 국내시장이 매우 협소하였습니다. 국내시장을 보고 고가로 수입되는 세라믹제품을 대체할 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많은 회사들이 실패한 것을 보고, KCC는 처음부터 세계적인 업체들과 세계시장을 두고 경쟁할 것을 결심하고 사업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동안은 파인세라믹 분야에서의 안정화를 위해 즉, 살아남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하였습니다. 이러한 결과, 현재는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시장에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근래에는 이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력과 경험을 기반으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제 곧 새로운 모습의 KCC를 세라믹분야에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한국에서의 세라믹 사업의 미래는 매우 밝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어려운 과정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기술력과 경험 및 시장을 알고 있는 KCC에서 바라보는 미래는 더욱 그렇습니다. 향후 KCC는 전통세라믹에서 최첨단의 파인세라믹까지 세계시장의 중심부에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한꺼번에 모든 것을 얻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하나씩 선정하여 세계로 진출할 예정입니다.
현재 정부에서는 대일무역 불균형의 근본 원인이 세라믹 등 부품소재 산업의 경쟁력 약화에 있음을 주지하고 이에 대한 근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KCC의 무기재료 분야 연구개발을 총괄하고 계시는 상무님께서는 한국 세라믹산업의 문제점에 대해 중소기업과는 또 다른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세라믹산업의 발전을 위한 상무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예외는 있지만 세라믹산업은 전형적인 소량다품종 시장의 형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각각의 분야마다 특출한 소수의 회사가 세계시장을 과점하면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은 짧고, 고품질과 저가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세라믹분야에 진출하여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계시장에서 경쟁자를 압도할 수 있는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가지고 장기간에 걸쳐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기초 원료를 국산화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원료를 남의 손에 넘겨주고 우리가 1등을 하겠다는 것은 몇 가지 예외 상황에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예외를 주력으로 사업을 벌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벤처산업에서는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창의성이 중요하고 성공에 큰 역할을 하지만 세라믹산업에서는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갖고 있는 우수한 다수의(다다익선) 엔지니어들이 장기간에 걸친 기술개발과 설비투자를 통해 생산기술적 경쟁력을 확고히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기초조건을 충족한 후에도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인내의 시간을 참아내야 합니다. 즉, 확고한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전 세계 시장을 목표로 장기적인 투자를 할 수 없으면 참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산업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기술력과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서 진행하기 매우 어려운 분야가 세라믹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점이 한국 세라믹산업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하고, 한국 세라믹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러한 점이 충족할 수 있는 회사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 질의 중 미진했던 부분이나 월간세라믹스 독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월간세라믹스 독자 여러분들은 세라믹 산업 발전을 위하여 여러 분야에서 각자 나름대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시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들은 산업 현장에서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하여 각종 세라믹 소재를 국산화 하고,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신기술 및 신공정을 개발하여 나갈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 회사도 더욱 튼튼하게 키워 나갈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격려해 주시고 고견을 아낌없이 주시기 바라며, 우리 후배 세라미스트들이 자랑스러워하고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KCC로 키워내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후배 세라미스트 여러분들의 관심을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약력
1981년 서울공대 요업공학과 학사
1983년 서울공대 요업공학과 석사
1994년 고려대학교 재료공학과 박사
1996년 미국 Alfred New York 주립대 postdoc.
1984년 (주)금강 입사 이후
현재 중앙연구소 건재/실리콘/신소재 연구 총괄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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