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움켜쥔 세라믹 소재기술 없이는
신성장동력 산업의 발굴도, 육성도 꿈같은 일
신성장동력기획단(단장 서남표)이 오랜 고심 끝에 63개 후보군을 발표했다. 지난 6개월여 간 각 분야 360여명의 전문가들이 수많은 토론과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도출한 400여개 후보군이 1차 예비심사를 통해 압축된 것. 지난달 3일 서울 코엑스에서는 지식경제부가 주최하고 신성장동력기획단이 주관하는 ‘신성장동력 대국민 공개토론회’를 통해 공개된 이번 후보군은 공개토론회와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번에 선정된 63개 후보군은 주력기간산업, 신산업, 에너지·환경산업, 지식서비스산업의 4개 분과별로 취합됐다.
주력산업을 뒷받침할 첨단소재개발
우선 주력기간 산업 분과는 주력기간산업의 고도화를 통한 성장 2배, 소득 2배 달성을 목표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조선, IT융합, 플랜트, 항공 분야와 이들 산업을 뒷받침하는 첨단소재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력산업은 말 그대로 수출의 45~50%, 제조업 부가가치 40%, 고용 45%를 담당하고 있는 우리경제의 핵심산업. 이번 신성장동력 기획단에서 눈여겨 볼 대목은 주력산업의 지속적인 경쟁력확보를 위해 세라믹, 금속, 석유화학, 섬유 등 관련 전문가 18명으로 구성된 첨단소재 소위원회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효성기술원 성창모 원장이 주력기간산업 분과 위원장을 맡았으며 부품소재산업진흥원 윤문섭 본부장이 간사를 담당했다. 첨단소재 소위원회(단국대 홍인권교수) 외에도 수송 소위원회(자품연 김병수본부장), 기계·항공 소위원회(기계연 최병익본부장), 전자 소위원회(인천대 조중휘교수) 등 4개 소위원회로 구성된 주력산업분과는 퓨전시스템반도체, 차세대디스플레이, 임계성능소재, 에너지소재 등 18개 후보군을 도출했다.
세라믹의 경쟁력이 나노, 통신, 융합기술의 경쟁력
서울대 한민구 교수가 분과위원장을 맡은 신산업 분과는 정보통신연구진흥원 이명기 본부장이 간사를 담당하고 융합(KAIST 조동호교수), 로봇(생기원 김홍석단장), 나노(KIST 박종구본부장), 의료·바이오(KETI 박효덕본부장), 통신·방송(유비쿼스 박상훈부사장), 부품·소재(삼성전기 박용조상무) 등 6개 소위원회로 구성됐다.
신산업분과는 반도체조명, 로봇, 차세대 무선통신, CNT기반 복합소재·융합부품, 나노계측·공정 장비 등 16개 후보군을 선정했다. 아쉬움이 남는 것은 각 후보군의 소재분야로서가 아닌 세라믹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 자체가 후보군에 오를 수는 없었는가 하는 점이다. 세라믹산업이야 말로 이번 신성장동력 기획단의 신산업분과가 추진하는 미래메가트랜드에 대응하고, 우리나라가 새롭게 개척하는 그리고 기존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하는 취지에 가장 부합되는 산업이다. 더욱이 장치산업인 소재산업은 특성상 각 품목별 기술개발보다는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육성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금속, 석유화학, 섬유 등에 비해 가장 취약하면서도 산업 전반에 대한 파급력과 미래시장성이 뛰어난 세라믹산업의 경쟁력 확보없이 첨단산업의 경쟁력 확보는 요원하기 때문이다.
에너지·환경산업 분과 22개 최다 후보군 배출
SK에너지 구자영사장이 위원장을 맡은 에너지·환경산업 분과는 에너지경제연구원 심상렬본부장과 청정생산지원센터 이영수소장이 공동간사를 담당했다. 소위원회는 그리오션(생산기술연구원 김경수본부장), 신재생에너지(에너지기술연구원 송진수박사), 해외자원·에너지(한양대 성원모교수) 3개 위원회가 활동. GDP의 10%에 해당하는 에너지 수입을 대체하고 고갈되는 화석에너지에 대한 대비와 신재생에너지 확대, 온실가스 문제 등의 현안에 대처하기 위한 에너지·환경산업 분과는 가장 많은 22개 후보군을 도출했다.
해양유래 바이오연료 및 바이오소재, 미래형 신도시 개념의 Green City 건설 등 2개 융합부문과 무공해 석탄에너지, 이산화탄소 회수·저장 및 자원화 등 그린오션 소위에서 6개 후보군. 그리고 차세대 태양전지 및 대규모 태양광발전, 수소에너지기술의 신성장동력 주력산업의 육성 등 신재생에너지 소위에서 6개를 선정했다. 또 해외자원에너지 소위에서는 친환경·지능형 융합기술에 의한 전략광물 자원 확보, 스마트 원자로 등의 8개 후보군을 발굴했다. 에너지분야는 고온과 부식, 극한의 환경으로 인해 전통적으로 세라믹소재·부품의 역할이 중요시 되는 분야. 하지만 개발된 기술이 산업화하기에는 시장성 등 넘어야 할 과제들 또한 산적한 분야가 바로 에너지산업이다.
낙후된 서비스산업 육성으로 산업전반의
경쟁력 강화
마지막으로 지식서비스 산업분과는 KIET 오상봉 원장이 위원장을 맡고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지석구 단장이 간사를 담당했다. 총괄소위원회와 전문서비스(KAIST 이태억교수), 전시·디자인·패션·패키징(삼성전자 정국현부사장), 컨설팅·엔지니어링(서강대 김용진교수), SW·이러닝(서강대 남기찬교수), 시험인증(산업기술대 이재학교수) 소위를 운영한 지식서비스 산업분과는 총 7개의 후보군을 도출했다. 가치창출형디자인, 스마트물류, 전시산업 등이 선정된 지식서비스 산업분과는 서비스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시급한 국민경제적 과제를 반영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성장성, 고용창출, 타산업 기여도, 경쟁력, 미래지향성 등의 평가지표를 통해 도출된 후보군의 육성을 통해 서비스산업의 생산성과 국제수지 적자를 개선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서비스산업은 1990년부터 매년 적자기조를 유지해 왔으며 근래 적자폭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분야. 2007년 기준으로 사업서비스수지 84억달러, 특허권 등 사용료수지 32억달러 등 총 206억달러의 국제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세라믹소재 산업의 경쟁력 확보방안
논의는 했으나, 방법이 없었나?
이번 선정된 63개 후보군은 향후 5~10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대표적인 산업임에 틀림없으며 탈락됐다고 중요하지 않은 분야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첨단 산업의 쌀눈’이라는 세라믹소재는 시장규모가 아닌 산업전체의 파급력이 더 중요한 산업이며, 전 세계 첨단세라믹 시장의 50%를 독과점하고 있는 일본의 핵심 경쟁력이자 대일 기술종속의 주범이기도 한 분야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신성장동력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소재산업, 그 중에서도 가장 취약하고 가장 대일의존도가 높은 세라믹소재산업에 대한 육성책이 시급하다. 모든 소재의 경쟁력을 갖출 필요도 가능성도 없다. 따라서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나 제품이 첨단화 되고 집적화 될수록 금속, 고분자, 세라믹 3대 소재별로 특화된 기능이 발휘되어야 한다. 따라서 3대 소재 중 어느 하나의 기술력이 없다는 것은 그 하나 때문에 모든 산업이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적어도 범용성과 미래가치에 따라 특화된 다수의 세라믹소재에 대한 기술력과 생산기반을 갖추어야 지금의 대일 기술종속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금속과 화학소재만으로 융복합 신소재가 가능하고, 첨단제품이 기능을 발휘할 수 있고, 또 특정한 일부 산업에서만 사용되는 소재가 세라믹이라면 일본과의 기술격차를 생각해서라도 일본에 의존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세라믹소재의 경쟁력 없이는 신소재도, 첨단산업도, 부품소재산업도 건실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시간이 걸리고, 많은 비용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키워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이번 후보군에서 세라믹분야는 요소요소에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품목별 연구개발자금 지원만으로 세계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일본의 거대 세라믹기업과 경쟁이 가능할까? 실험실 수준에서 소재를 개발해내는 것과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만드는 것은 너무나도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가차원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큰 그림을 그리는 이번 프로젝트에서조차 세라믹소재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안이 논의되지 않았다는 점은 단순히 세라믹산업만의 아쉬움이 아니다. 세라믹산업의 경쟁력 없이 이를 핵심부품, 소재로 사용하는 첨단산업들이 과연 대일 기술종속에서 자유로 울 수 있을지는 의문점으로 남기 때문이다.
안광석 기자 doraz@naver.com
63개 신성장동력 후보군
기사를 사용하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s://www.cerazin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