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첨단세라믹산업을 위해 간담회를 개최해 주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만큼 고무적인 일이며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정장선위원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한국파인세라믹스협회 정무수 회장의 말처럼 세라믹을 위한 첫 국회간담회가 개최됐다. 지난 10월호 월간세라믹스 인터뷰지면을 통해 세라믹산업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주겠다던 정장선 위원장은 약속을 지켰다. 아니 그 이상이다. 정장선 위원장은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열정을 세라믹산업을 위해 기꺼이 선사했다.
지난달 10일 국회의사당 본관 3층에 자리한 귀빈식당에는 오전 7시부터 세라믹계는 물론 국회, 정부내 주요인사들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정장선 위원장이 마련한 세라믹만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우선 행사를 주최한 정장선 위원장을 필두로 4선의 관록을 자랑하는 무소속 최연희 의원, 지식경제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인 재선의 민주당 노영민 의원, 96년 부산경남중기청장 시절부터 1일1사 방문을 12년째 지속하고 있는 한나라당 허범도 의원, 민주당 원내부대표를 맞고 있는 김재균 의원, 여성최초 법원장 출신으로 청원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인 자유선진당 이영애 의원까지 모두 6명의 국회의원이 참석해 이날의 행사를 빛냈다.
AM 7:20 예상보다 많은 국회의원 참석으로 좌석 명패 긴급 철수
당초 정장선 위원장 외에 2~3인의 국회의원이 추가로 참석할 예정이었던 이날 간담회는 모두 6명의 지식경제위원들이 참석해 하나의 소위원회가 구성된 듯한 착각마저 일게 했다. 이로인해 행사직전 좌석마다 배치되었던 명패를 긴급철수하고, 일부 참석자들이 보조의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더욱이 한나라당 이달곤 의원이 다른 행사를 서둘러 마치면서까지 이날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달려왔지만, 행사 종료가 막 선포된 후에 도착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만큼 세라믹산업에 대한 국회의 관심은 특별했다. 무엇보다 이날 간담회를 주최한 정장선 위원장의 세라믹산업육성을 위한 열정이 돋보였다. 자동차, 조선, 섬유, 정보통신(IT), 디자인, 로봇 등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산업별 조찬간담회의 서두를 세라믹으로 장식했으니 말이다. 또 지식경제위원회 권대수 수석전문위원(차관보급)과 지식경제부 윤수영 국장(신산업정책관), 요업(세라믹)기술원 김경회 원장, 김광진 선임본부장, 김종희 본부장이 각각 입법부, 행정부,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자격으로 배석했으며, 학계를 대표해 서울대 홍국선 교수, 강릉대 박상엽 교수, 그리고 행사를 주관한 한국파인세라믹스협회 정무수 회장과 언론계를 대표해 월간세라믹스 황호연 발행인도 자리를 함께 했다.
하지만 이날의 주인공은 역시 세라믹산업. 대주전자재료 임무현 회장, 솔믹스 주광일 대표, 쌍용머트리얼 김진영 상무가 공급기업의 자격으로 참여했으며, 필코CND 김동범 대표, 삼성전기 이동명 상무가 수요기업을 대표해 의견을 제시했다.
AM 7:35 빔프로젝트 고장으로 암울한 분위기속 주제발표
정장선 위원장의 참석자 소개로 시작된 이날 간담회는 주제발표를 앞두고 일순간 암울한 그림자가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전날 사전답사 때까지만해도 멀쩡하던 빔프로젝트가 갑자기 말을 듣지 않았던 것. 정장선 위원장은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주제발표 후로 조찬식사를 미뤘지만 여전히 준비된 영상자료는 화면에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조찬식사가 시작되는 가운데 김종희 본부장이 인쇄된 배포자료와 구두설명만으로 ‘첨단세라믹산업 발전전략’에 대한 주제발표를 이어 갔다. 그러나 분위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고, 어수선한 분위기속에서 참석자들과 김종희 본부장의 표정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역력하기만 했다. 아마도 세라믹계 참석자들의 대부분은 이미 이번 간담회에서 큰 성과를 얻기는 힘들겠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을 시점이기도 했다. 하지만 단 한사람 식사를 물려가면서까지 발표에 집중하고 있는 이가 있었다. 바로 정장선 위원장. 그의 눈빛만큼은 점점 진지해지고 있었고, 이에 힘입어 김종희 본부장의 목소리에도 점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AM 8:10 첨단세라믹산업 육성을 위한 법안 마련 요청
휴대폰, PDP 등의 첨단 전자기기의 70~80%가 첨단 세라믹 부품이자, 정부의 신성장동력 6대 분야 22개 부문 중 19개 과제의 핵심기능소재가 바로 첨단세라믹임을 강조한 김종희 본부장은 금속이나 화학처럼 이제는 국가적인 산업 육성 정책의 시급함을 주장하며, ‘첨단세라믹산업진흥법’에 대한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어 한국파인세라믹스협회 정무수 회장은 “첨단세라믹분야의 2008년 대일무역적자가 40억불에 달한다”며 “세라믹 기술의 종속이 지속될 경우 20~30년 후의 상황은 실로 심각한 문제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라믹산업의 꽃인 MLCC로 연간 7,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삼성전기 이동명 상무는 “지난 25년간 세라믹에 막대한 돈을 투자해온 삼성전기도 최근까지 사업을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해왔다”며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불과 2~3년전에 불과할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산업발전에 한계가 있다”고 강조한다.
모기업인 쌍용양회의 중앙연구소를 시작으로 민간에서는 국내최초로 세라믹연구를 시작해온 쌍용머트리얼의 김진영 상무는 “3대 소재 중 하나인 세라믹은 부품소재특별법에서도 8대 사업분류에 조차 포함되지 못해 화학이나 비금속광물제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며 “신성장 동력산업의 제1소재인 세라믹산업의 육성을 위해 ‘첨단세라믹산업진흥법’의 제정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홍국선 교수는 “금속분말은 나노 크기로 되는 순간 폭발하고 만다. 따라서 나노소재의 70~80%가 바로 세라믹이다. 그러나 우수한 재료분야 인재들을 육성해도 국내에는 취업할 만한 대기업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인재들의 해외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무궁한 잠재능력을 보유한 세라믹소재를 육성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본지 황호연 발행인 역시 참석자 전원에게 배포된 ‘세라믹산업육성법과 도자기전쟁’이라는 자료를 통해 “정장선 위원장님과 국회의원 여러분들께서 가장 잘 하시는 일이 바로 좋은 법을 만드시는 일이며, 세라믹산업에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세라믹산업 육성법”이라며 법안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AM 8:40 왜 이렇게 중요한 산업을 아직도 육성하지 못하고 있나?
세라믹산업육성법의 필요성 못지않게 특정산업 육성법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사실 법안 마련에 대한 세라믹계의 요구는 그만큼 조심스럽고, 또 혹여나 첫 간담회에서 무리한 부탁은 아닐지 걱정이 앞섰던 것이 솔직한 분위기. 그러나 “왜 이렇게 중요한 산업을 아직도 집중적으로 육성하지 못하고 있나?”라는 최연희 의원을 필두로 지식경제위원회 의원들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분위기는 급속히 고조되기 시작했다. 최연희 의원은 또 삼성그룹 차원에서 세라믹산업에 대한 투자가 미진한 이유와 지식경제부에서 세라믹산업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지적하며, 단독법이 안된다면 기존법안에 세라믹을 포함하는 식으로라도 세라믹산업진흥법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를 주문했다. 허범도 의원은 “상공부 과장 시절 수출 정책에 치중할 수밖에 없어 세라믹은 다소 순위에서 밀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법안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지경위원회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하면 좋은 결과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법안 제정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영애 의원 역시 “세라믹산업진흥법 제정을 위한 정부의 시도가 과거에 없었다면 이제라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며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지경위에서 나서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의 화룡점정은 정장선 위원장의 입을 통해 완성됐다. 정장선 위원장은 마무리 강평을 통해 “법 제정을 포함하여 정부에서는 ‘세라믹산업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해 국회에 보고할 것”을 주문했다.
AM 9:10 꿈☆은 이루어진다.
“가히 폭발적인 분위기였다” 국회의원들의 반응에 대한 정장선 위원장실 보좌진의 답변이다. 그랬다. 국회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리고 그저 이번 기회를 통해 세라믹산업육성법에 대한 목소리라도 한번 내보는 것은 어떨까? 고심 끝에 조심스레 나온 법안 제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른 새벽 세라믹산업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자리를 마련하고 또 경청해 준 것 만해도 세라믹산업은 큰 용기와 희망을 얻었을 것이다. 그런데 법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정장선 위원장이 정부에 법안 마련을 주문한 것은 의원입법 대신 정부발의를 주문한 것이다. 통상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법안 중 20% 미만이 제정되는 것에 비해 정부발의는 90% 이상이 통과된다”며 “법안 발의가 의원 개개인의 중요한 성과임에도 정부발의를 주문한 것은 그만큼 법안 마련의 필요성과 상임위원장으로서 개인보다는 국가발전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세라믹이 특정산업이면, 부품소재도 특정산업이다.
간담회가 끝난 후 지경부에서는 법안 마련을 위해 기초작업들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특정산업 육성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인 상황. 따라서 별도의 법안아래에 세라믹이 포함되는 것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세라믹이 과연 특정산업인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부품소재나 나노처럼 세라믹은 산업전반에 걸쳐있고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특정산업만을 위한 법도 설득력을 잃겠지만 그렇다고 산업육성법 하나만으로 모든 산업을 육성할 수는 없는 일이다. IT, 디스플레이, 자동차, 로봇, 태양전지 등 신성장동력산업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재가 세라믹이자, 초전도성, 반도성, 유전성, 압전성 등의 기능성 뿐 아니라 극한상황을 이겨내는 구조재료로서 세라믹은 첨단산업의 쌀눈과도 같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 일본이 세계시장을 독과점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산업 기반이 적을 뿐 세라믹을 특정산업으로 분류한다면 부품소재산업도 특정산업이며,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같은 것은 더더욱 타당성이 부족하다. 따라서 ‘세라믹소재기술을 적용한 고기능성 모듈산업 육성법’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세라믹산업육성법, 세라믹의 힘으로 완성해야…
그리고 그 법은 세라믹산업 스스로가 만들어가야 한다. 법을 만드는 이유가 단순히 R&D자금을 조금 늘리는 것이라면 지금의 법을 조금 수정해도 충분히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세라믹산업이 필요한 것은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종합적인 지원책 마련. 이제라도 세라믹산업이 한 목소리로 정부에 산업이 필요로 하는 법안 마련을 적극적으로 주문해야 할 때이다. 아울러 세라믹산업을 위해 동료의원들을 설득해가면서 귀중한 자료를 마련하고 또 아낌없는 열정을 쏟아준 정장선 위원장과 세라믹을 빛내준 여러 의원들에게 이제는 세라믹산업이 물심양면으로 지지와 성원을 보내야 할 때가 아닐까? “소홀해 지기 쉬운 세라믹산업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허범도 의원의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세라믹산업에 너무도 귀중한 선물을 안겨준 그들이 앞으로도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국회로 계속 불러들이고, 세라믹을 잊지 않게 하는 일. 세라믹산업이 해야 할 또 하나의 숙제이자 권리가 아닐까?
세라믹산업육성법과 도자기전쟁
월간세라믹스 발행인 황호연
거대 산업의 틈새에서 제대로 목소리 한번 내기 힘들었던 세라믹산업을 위해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해 주신 정장선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님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요즘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 경제가 휘청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일본은 돈 잘버는 효자산업 덕분에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다고들 합니다. 바로 세계시장의 50% 이상을 독과점하고 있는 첨단세라믹산업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품소재산업의 경쟁력 확보는 물론 관련 장비와 전자산업, 자동차 산업 등 완성품 산업의 경쟁력까지도 향상시킬 만큼 일본 경제를 받치는 주축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 독일 등 소재강국들도 무릎 꿇린 일본의 세라믹기술은 사실 일본의 것이 아닙니다. 바로 일본인들이 ‘도자기전쟁’이라고 부르는 임진왜란 당시 끌려간 조선도공들의 피와 땀, 그리고 한이 서려있기 때문입니다. 임진왜란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과 한국밖에는 만들지 못했던 고품질의 도자기는 유럽에서 금과 같은 무게로 거래될 정도로 고가의 상품이었습니다.
고려청자를 유럽에 전했던 아라비아상인들에 의해 코리아라는 명칭이 생겨났듯 세라믹은 한때 일본이 아닌 우리나라에 막대한 부를 안겨주던 주력 수출상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임진왜란 후 불과 50년 만에 도자기는 일본이 아시아 패권국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막대한 부를 안겨주었으며, 도자기를 만들던 기업들은 지금 세계를 지배하는 첨단세라믹기업으로 변신해 일본경제를 떠받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어떻습니까? 400년전 일본의 총과 칼에 빼앗긴 세라믹기술을 아직도 되찾아 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과학기술의 놀라운 발전은 세라믹을 더 이상 식기가 아닌 빛과 전기를 만들어내고, 반도성, 초전도성, 유전성 등을 자랑하는 첨단소재로 탈바꿈시켰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구시대적인 산업으로 밖에 인식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라믹기술을 차지하기 위한 열강들의 총성 없는 전쟁은 4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율곡 이이의 10만 양병설처럼 대한민국 세라믹산업의 육성은 그저 한낱 기우로 밖에는 취급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모닥불에 점토를 넣고 아무리 많은 장작을 태운들 좋은 도자기는 결코 얻을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세라믹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적인 세라믹기업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육성정책, 즉 법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대학생과 초등학생만큼이나 현저한 체격차이에도 불구하고 부품소재특별법이라는 틀 안에서 철강, 화학, 세라믹을 함께 육성한다는 것은 결국 성장이 아닌 생존만을 강요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정장선 위원장님과 국회의원 여러분들께서 가장 잘 하시는 일이 바로 좋은 법을 만드시는 일이며, 세라믹산업에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세라믹산업 육성법’입니다. 어렵게 마련해 주신 자리에서 더욱 어려운 부탁을 드리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기계신 여러분들이 세라믹산업의 미래를 지켜주지 않으신다면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이 자리를 빌어 부탁을 드리고자 합니다. 세라믹산업이 서로의 몸을 녹여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용광로보다 뜨거운 불을 지필 가마를 만들어 주십시오. 그리고 그 불이 꺼질 때까지 사흘 밤낮을 지켜봐 주십시오. 그 가마를 통해 새롭게 태어나는 세라믹산업은 분명 대한민국을 수천 년간 빛낼 명품산업으로 탈바꿈해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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