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부, 국회 방문 특별법제정의 당위성 피력
타들어가는 대지위에 씨앗을 뿌린들 추수철 황금물결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하지만 농부는 괭이질을 멈추지 않는다. 구름 한 점 찾을 길 없건만 어디선가 작은 빗방울 하나 점을 남기곤 사라진다. 배수로를 정비하는 농부의 마음은 다급해만 간다. 먼산 너머의 비구름이 뿜어내는 물 냄새로 들판은 이미 출렁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지를 적시고 또 적실 거대한 비구름이 몰려오고 있음을. 그리고 지금 배수로를 정비해 두지 않으면 씨를 뿌릴 들판이 온통 물웅덩이로 바뀌게 될 것임을 농부는 오랜 경험으로 체득하고 있는 것이다.
정책지원에 목말라하던 세라믹 산업에도 작은 빗방울들이 하나, 둘 점을 남기기 시작했다. 첨단세라믹산업 육성법 추진위원회(위원장 백성기 / 이하 추진위)가 지식경제부와 국회를 방문하고 1차 추진위 회의를 소집하는 등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한 것. 지난 5월25일, 26일 양일간 백성기 위원장을 필두로 정무수 회장(한국파인세라믹협회), 하조웅 대표(이노쎄라) 등 추진위는 지식경제부 임채민 차관, 조석 신성장동력실장,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최연희 의원(강원도 동해)을 잇따라 면담하고 특별법 제정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추진위 추진력은 마하급
조석 실장, 임채민 차관, 최연희 의원 연쇄 면담
지난 4월 한국세라믹학회 춘계총회를 통해 정식으로 추대(2009년 3월호, 5월호 참조)된 백성기 위원장이 추진위원회의 공식 출범에 앞서 소수의 실무위원들과 함께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한 것. 산학연을 망라한 세라믹계 인사들의 전폭적인 지지이유를 실감케 했다.
또 추진위의 이번 대정부, 국회 방문을 통해 최연희 의원의 세라믹산업 육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정장선 위원장이 마련해 준 간담회(2009년 1월호) 이후 추진위가 결성되기 전부터 업계 인사들을 초청해 의견을 수렴하고 지원방안을 모색해 온 최연희 의원은 ‘첨단세라믹산업 육성법(가칭)’의 대표발의 의원으로도 힘을 실어줄 예정이다.
추진위 한 인사는 “이번에 추진위 활동을 하면서 대한민국의 3권 분립이 참 잘 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예전에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던 국회가 참 개방되어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산업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나 중소기업에는 친절하고 정부에는 매서운 감시자 역할을 하는 모습이 참 신선하게 다가왔다. 특히 최연희 의원에게 두 번이나 식사대접을 받으면서 국회에 대한 선입관을 바꾸게 됐다”고 설명한다. 4선의 국회의원 그것도 지식경제위원회 예산심사소위에서 활동하는 그를 만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10분간의 면담도 감사할 따름이지만 최연희 의원은 세라믹계 인사들과 만날 때는 항상 서교동의 단골 중식당으로 초청해 오랜 시간 식사를 함께 하며 따뜻이 환대해주었기 때문이다.
다만 지식경제부의 분위기는 다소 유동적인 상황. 독립법 제정에는 부정적이지만 법률적,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다. 추진위 방문 당시 임채민 차관이 개별법 제정에는 반대했지만 관련법 개정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는 것이 이날 참석했던 추진위 관계자의 설명. 이로 인해 독립법과 부품소재특별법 개정 등 다양한 법률안 초안이 마련되었지만 부품소재특별법이 2011년까지만 적용되는 한시법으로 개정안도 확실치는 않은 상황이다.
세라믹기술원에서 1차회의 개최
한편 지난달 23일 한국세라믹기술원에서 개최된 1차회의는 추진위의 공식출범에 앞서 회칙마련과 운영이사회 구성, 사업 경비 등 추진위의 구체적인 골격 마련과 향후 추진방향, 업계 활성화 등 심도있는 논의로 진행됐다. 그동안 10여 차례 이상 실무진을 중심으로 소규모 모임과 학회 행사 등을 통해 추진위 활동이 진행되어 왔지만, 추진위원장 명의의 정식회의가 소집된 것은 이날이 처음. 세라믹계 인사들의 추진위 참여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그간의 경과보고와 향후 활동 수위를 조율하고 업계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회의에는 백성기 위원장, 한국파인세라믹스협회 정무수 회장, 쌍용머티리얼 이영조 대표, 이노세라 하조웅 대표, 써모텍 김인태 대표, 삼성코닝정밀유리 박봉모 상무(이헌식대표 위임), 한국알루미나 이성오 공장장, 한국세라믹기술원 김종희 본부장(김경회원장 위임), 월간세라믹스 서승종 편집장(황호연발행인 위임)이 참석했다.
세라믹 주제로 국회 포럼 추진
이날 백성기 위원장은 “정부의 지원의지를 확인했고, 최연희 의원의 확고한 의지 역시 변함이 없었다. 이제 우리가 노력만 하면 제도적, 재정적인 지원의 길이 열릴 것이다. 업계, 학계, 연구계가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기회를 잘 활용한다면 국가 경쟁력 향상은 물론 세라믹계가 퀀텀 점프할 기회로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정무수회장님과 파트너가 되어 세라믹산업의 발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임을 피력했다.
이날 토의된 회의 내용을 지상 중계하는 것은 독자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의 심정으로 일부 내용을 발췌한다. 우선 추진위의 활동수위가 쟁점으로 대두됐다. “개별법을 반대하고 있는 지식경제부의 협조를 유도하기 위한 유연한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타 분야 역시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진위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개별법을 제정할 수 있었다. 추진위가 독립법을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는 의견이 상충된 것. 백성기 위원장은 “세라믹은 독립법을 제정하고도 남을 만큼 중요하고도 특별한 산업”이라고 단언한 후 추진위도 추진위지만 업계가 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보태줄 것을 당부했다.
협회 활성화를 위해 업계가 적극 나설 때
이에 따라 추진위는 최연희 의원의 협조를 통해 독립법 발의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 아울러 법 제정의 추진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국민 홍보사업도 병행된다. 우선 국회에서 세라믹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할 예정으로 이를 위한 세부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아울러 한국파인세라믹스협회가 사무국을 담당할 예정으로 이날 회의에서는 첨단세라믹산업의 대외창구 역할을 담당하는 협회의 회원사 증대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 외부에서 해당산업을 파악하는 첫 번째 창구가 해당 협회임은 주지의 사실. 결국 협회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또 그 혜택을 산업이 가져가느냐는 협회만의 몫이 아닌 업계 전체의 책임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광석 기자 dora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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