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세라믹산업의 이목이 대구 경북으로 쏠리고 있다. 40여개 세라믹기업이 의기투합해 결성한 대구·경북 파인세라믹스협의회의 행보 때문이다. 동종업계라는 공감대보다는 경쟁업체라는 경계심속에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던 대구경북 세라믹기업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또 격려하기 시작한 것. 도대체 어떤 에너지가 오랜 세월 침묵하던 대구경북 세라믹기업들을 하나의 소결체로 탈바꿈시키고 있는 것일까? 김병학 초대회장을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늦었지만 세라믹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대구·경북 파인세라믹스협의회의 출범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협의회의 출범배경과 그간의 진행상황에 대한 간략한 소개, 아울러 초대 회장으로서의 각오와 감회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우선 대구·경북 파인세라믹스협의회가 출범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협의회와 같은 단체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는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지역 기업들이 영세하고 주요생산품의 종류가 비슷하거나 혹은 주 납품처가 동일한 경우가 많아 서로 경쟁자의 시각을 가지다 보니 협의회의 구성이 늦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저뿐만 아니라 협의회 모든 회원사가 협의회의 구성이 절실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현재 한국 세라믹산업의 지역분포를 살펴보면 서울·경기지역 다음으로 많은 세라믹 관련 회사들이 대구 경북권에 있습니다만 일선 기업지원을 위한 거점이 실제적으로 없습니다. 서울·경기지역에는 한국세라믹기술원이 구심점이 되고 강릉에는 세라믹신소재산업화지원센터, 목포에는 세라믹종합지원센터가 설립이 되어있고 경남권에도 창원의 재료연구소가 지역기업을 지원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센터는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가져올 수 있고 이러한 정부 차원의 지원에서 대구·경북이 소외되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올해 2월 대구·경북 파인세라믹스협의회가 출범하고 5월에 대구테크노파크 나노부품실용화센터에서 산업구조 동향분석 및 관련업계의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정기모임을 가졌습니다. 또 6월에는 강릉 세라믹신소재산업화지원센터를 견학하여 강릉지역과의 정보교류를 하였으며 7월에는 전남테크노파크 세라믹종합지원센터에서 개최된 파인세라믹스 상생협력 간담회에 참석하여 세라믹산업 육성에 관한 전문가의 고견을 들어보았습니다. 앞으로도 대구·경북 파인세라믹스협의회는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고 전문가 초청세미나 개최 및 지방자치단체 및 중앙부처의 지역 세라믹 산업 지원을 위해 힘쓰겠습니다.
대구·경북 파인세라믹스협의회는 사단법인화 등을 통해 회원사들의 권익과 발전에 앞장설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구상중인 방안은 무엇이며 한국파인세라믹스협회와의 관계설정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현재의 협의회는 회원사들의 소정의 회비로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만, 지금보다 회원사의 수가 늘어나면 협의회를 사회적 공신력을 가질 수 있는 사단법인화 하는 것이 협의회의 운영과 발전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관련부처로부터 지원을 받아내기도 용이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직 구체적인 절차에 관해서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만 회원사들과의 협의를 통해 결정하겠습니다. 대구·경북 파인세라믹스협의회는 독립적인 기구로 운영하되 한국파인세라믹스협회와는 공동의 발전과 이익을 위해 꾸준한 협력관계를 유지할 것입니다.
대구 경북 세라믹기업들은 규모는 작을지 몰라도 반도체, LCD용 첨단 세라믹부품을 생산할 만큼 임가공 기술력만큼은 일본기업에 손색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가의 세라믹부품을 국산화하고 싶어도 물량이 적거나 기술력 부족으로 일본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기계·장비 업체들은 이 같은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형편입니다. 원조음식점이 있어야 먹자골목도 활성화되듯 대구 경북 세라믹기업을 대표할 스타기업을 협의회의 동의를 얻어 추진하실 계획은 없으신지 여쭙고 싶습니다.
기술개발을 통해 세라믹부품을 국산화 하여도 써주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검증된 세라믹부품을 쓰겠다는 기계·장비 업체들을 탓할 수는 없지만 중소기업의 제품은 검증받아 보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공동기술개발을 통해 세라믹부품을 국산화하려하면 기존의 수입품과 똑같이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 수입품보다 성능이 뛰어날 필요도 없다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지역의 중소기업들의 국산화개발은 벤치마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단 대구 경북 세라믹 제조업체만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본의 대표적 세라믹기업인 Kyocera, NTK, TDK, Murata 등이 세계시장을 독점하고 있고 대만과 중국에 시장을 점차 잠식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대구 경북에서 스타기업이 나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한국의 스타기업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에서도 중소기업을 하청업체가 아닌 스타기업을 향한 파트너로서 인식하고 상생 협력의 방안을 모색하여야 할 것입니다.
협의회의 새로운 도전은 비단 대구 경북만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세라믹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결국 대구경북에서 시작된 세라믹기업간의 소결은 강릉, 전남, 수도권으로 확산되어, 대한민국 세라믹산업을 분말상태가 아닌 진정한 대한민국의 명품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회장님의 고견을 여쭙고 싶습니다.
대구·경북 파인세라믹스 협의회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또한 무거운 책임감도 느낍니다. 이번 협의회 출범을 계기로 세라믹 기업 간의 정보교류와 산업동향 분석을 통해 회원사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더불어 지역과 지역간의 네트워크가 구축될 수 있도록 타 지역과의 유대관계를 넓혀 갈 생각입니다. 짧은 시간에 이뤄질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단단한 돌탑에 기초석을 쌓는 마음으로 진행하고자 합니다. 튼튼한 기초석위에 작은 돌일지라고 쌓다보면 언제가는 멋진 돌탑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협의회는 오는 8월 한국세라믹학회 대구 경북지부와 함께 심포지움을 개최하실 예정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는 그야말로 업계와 학계가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산학연 협력의 좋은 모델이자 협의회를 대내외에 공식적으로 소개하는 자리가 될 전망입니다. 이날 행사를 기다리는 독자들을 위해 프로그램 준비상황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한국세라믹학회 대구 경북지부와의 심포지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업체의 학회 참여가 저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것과 너무 동떨어진 학회 분위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이나 연구소에서는 당연히 첨단기술을 연구하셔야 하겠지만 기존 기술의 문제점 개선이나 개량기술 개발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의 일선 기업들은 첨단기술의 학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생산 공정이나 실용화에 더 많은 관심이 있습니다. 이번 심포지움에서는 회원사들의 요구를 수집하여 산업체 현장의 수요 맞춤형 전문기술 교육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첨단세라믹산업육성법 제정을 위한 움직임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이법은 바로 세라믹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R&D와 인력양성 등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현장의 일선 기업으로서 이 법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며 또 어떤 내용들이 꼭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최근 지식경제부에서 미래산업의 기반이 되는 신성장동력산업의 핵심 부품소재로 활용되는 첨단세라믹산업을 오는 2018 년 80조원 규모의 미래시장으로 창출하기 위한 발전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세라믹 관련 기업인으로서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세라믹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만큼 근거가 되는 특별법 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첨단세라믹산업육성법에는 영세한 중소기업들이 기술개발과 소재국산화에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첨단세라믹산업육성법 제정을 위해 힘써 주시고 계신 추진위원회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냅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 질의 중 미진했던 부분이나 월간 세라믹스 독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는 시너지세라믹스 연구체라는 조직이 있어서 일본 경제산업성과 NEDO가 주체가 되고 산업기술총합연구소, 파인세라믹스 기술연구조합, 대학, 해외연구기관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중장기 연구개발과제를 수행한다고 들었습니다. 세라믹스란 분야가 장치산업이면서 기술집약적인 산업이라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소요되므로 민간기업이 수행하기에는 위험요소가 많아 산·학·관의 광범위한 결집이 요구된다고 봅니다. 이러한 결집력이 만들어내는 힘이 현재 일본의 세라믹산업의 밑거름이라고 생각됩니다.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모든 세라미스트들의 결집이 요구되는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첨단세라믹산업육성법이 추진되고 있어 한국세라믹산업의 새장을 열 수 있는 호기라고 생각됩니다. 이에 동참하여 그간 결속력이 부족하던 세라믹업계들이 뭉쳐서 새로운 협력체제를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대구·경북 파인세라믹스협의회 출범에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한국파인세라믹스협회와 대구 테크노파크 나노실용화센터에 감사드립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모범적인 협력체제를 만들 수 있도록 모든 역량과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안광석 기자 doraz@naver.com
지난 2월 창립총회를 개최한 대구경북 파인세라믹협의회는
오는 8월 한국세라믹학회 대구·경북지부와 함께 심포지움을 개최할 예정이다.
◑약력◑
고려대학교 금속공학과
현재 (주)맥테크 대표이사
현재 한국세라믹학회 대구경북지부 운영위원
현재 대구경북 파인세라믹스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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