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몇 배씩 단축하면서도 고순도의 균일한 물질을 생산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 하냐’에 대한 문의가 많습니다.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품들을 생각하면 당연히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죠. 그러나 테일러 반응기(LCTR)는 일반적인 화학반응기 원리를 탈피해 테일러 유체흐름을 이용했기 때문에 이런 성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데모작동 하는 모습을 본 업계관계자들 대부분 놀라운 반응을 보입니다” 화학반응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중소벤처기업 (주)라미나의 홍종팔 대표의 말이다. 포스코, LG화학 등 국내 대기업과 더불어 작년엔 일본 Sumitomo Mining, Tanaka chemical, Ajinomoto 등 글로벌 기업들과 15만달러의 수출계약을 맺었다. 이 판매실적을 토대로 미국과 남아공에서도 10만달러 수주를 달성했다. 최근에는 영국, 이스라엘 기기 대리점들에서도 접촉해 오고 있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이렇듯 전에 없던 참신함과 품질로 무장한 라미나는 세계 유수기업들을 거래처 목록에 채워 넣는 중이며, 국내 고부가 소재개발 확산 추세에 따라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라미나는 세계최초로 ‘테일러 유체흐름’을 이용한 화학반응기를 개발한 기업이다. 일반인 뿐 아니라 화학과 소재를 전공한 사람들에게도 생소할 수 있는 ‘테일러 흐름’은 고정된 외부원통 안에서 내부원통이 회전하면서 나타나는 독특한 유동특성을 말한다. 기존에 열교환기나 바이오데이터에 적용되던 원리였지만 파우더 양산용으로 화학반응기에 도입한 사례는 라미나가 처음이다.
홍 대표는 “라미나의 반응기는 매우 균일하고 파워풀한 교반효과로 99.9% 고순도 물질을 생산할 수 있다. 물질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연속식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반응시간은 20배 단축, 회수율은 30% 증가, 소재업체들의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간단한 운전방법으로 조작이 쉽고, 이차전지 양극활물질・OLED발광소자 정제・나노물질・산화그래핀・의약・화장품 원료・식품첨가제 등 적용범위가 다양해 여러 고객사들을 확보해 나가는 중이다.
학생시절 구상해온 아이템 ‘테일러반응기’
홍종팔 대표는 15년간 화학반응기 분야에 몸담은 엔지니어로 오래 전부터 테일러 반응기를 구상해왔다. 연구생 시절 지도교수님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양산용 반응기를 홍 대표가 꾸준히 연구개발해 지금의 제품을 완성하게 됐다.
홍 대표는 “보통 화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유체역학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지만, 연구를 하다 보니 테일러 유체흐름을 이용하면 시중에 있는 제품들보다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제품개발에 뛰어든 것은 2006년 이후 저 품위에서 고 품위 생산으로 국내 소재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기 시작할 때였다. 홍 대표는 고부가가치 제품에 적합한 테일러 반응기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하고 국가R&D사업, 기술보증기금의 지원을 받으며 상업화에 성공했다. 현재 매출액은 크지 않지만 해마다 150%의 매출신장을 보이고 있으며 인력도 작년보다 2배로 늘렸다. 또한 라미나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한 벤처캐피탈사에서 10억 원, 포스코에서 5억 원 등 올해에만 15억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받게 됐다.
일류 소재기업의 잇단 러브콜
라미나는 국내 시장에 머물지 않고 해외로 눈을 돌렸다. 독일과 미국, 일본의 유명 박람회에 꾸준히 참가했고, 공을 들인 만큼 보상도 따랐다. 소재분야 선두 기업들이 테일러 반응기에 뜨거운 관심을 보인 것이다. 작년만 해도 전체매출액의 20%를 차지하던 수출비중이 올해는 40%에 달하는 등 2배로 뛰었다. 향후 5년 안에 수출과 내수 비율 예상치는 8대 2 정도로 해외 영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홍 대표는 “라미나의 제품은 국내보다는 해외, 특히 고부가가치 물질을 생산하는 일본에서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단 일본에서 입증된 제품들을 선호하는 업계 분위기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앞으로 해외 매출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렇듯 많은 해외박람회에 현장과 시장을 접해본 홍 대표의 눈에 국내 업계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그는 “외국에서는 벤처기업이나 신기술에 관심이 많고, 박람회를 찾는 바이어들도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더 많은 관심을 둔다”며 “뛰어난 역량을 가진 국내기업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벤처기업에 대한 기술평가나 가능성에 대해 크게 주목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5년 내 코스닥상장사 등록이 목표
라미나의 가장 가까운 목표는 5년 안으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것이다. 홍 대표가 이를 위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역시 기술개발 분야다. 1년에 2~5가지 물질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제품군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그는 “다양한 유체흐름을 개발해 여러 고객사들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세계유일 유체 전문 반응기 회사로 거듭나고 싶은 홍종팔 대표의 바람이 이루어 질 날은 머지않아 보인다.
더욱 열악한 조건에서도 고효율이 요구되는 전기자동차, ESS 등 첨단소재 시장의 규모가 내년엔 지금의 2~3배로 늘어날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소재시장의 확대가 곧 라미나의 성장에 견인차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라미나의 제품을 활용해 우수한 소재를 개발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제품을 생산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백진기자 baekjin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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