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전문 생산·판매 기업인 한국도자기(대표 김영신)는 지난해 7월 회사 창립 이래 처음으로 40일 동안 청주 공장 가동을 중단했었다. 경기침체로 인한 내수불황 여파로 일감이 줄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은 국내 대표 도자기 업체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했지만, 한국도자기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잇단 대형계약 수주와 해외 진출로 경영정상화를 이뤘다. 그 중심엔 창업초기부터 내려온 ‘무감원’, ‘무차입’, ‘품질제일주의’라는 고집스런 원칙이 있었다.
3대에 걸쳐 만든 기업정신
‘한국도자기’는 故 김종호 창업주가 1943년 충북 청주에 충북제도사란 이름으로 창업한 작은 도자기 공장이었다. 초창기 막그릇을 만들던 한국도자기는 김종호 창업주 이후 김동수 회장, 김영신 대표까지 3대의 세월을 거치며 세계적인 도자기 브랜드로 성장했다. 현재 한국도자기는 청주에 제1공장(본사), 제2공장, 원료가공 공장을 갖추고 천연 본 애쉬(Bone Ash)를 사용한 정통 본차이나 식기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창업 초기인 1950~60년대엔 직원들이 “빚을 갚을 수 있다면 내 영혼을 가져가도 좋습니다”라고 매일 기도할 정도로 매출의 20~30%가 이자로 지출돼 운영이 힘들었다. 하지만 김종호 창업주는 ‘신용이 생명’이라는 기업이념에 따라 상환일자 하루 전엔 꼭 결제를 하였다. 일례로 1972년 8월 3일 ‘기업사채동결’이라는 긴급명령에도 만기일에 맞춰 빚을 상환할 정도였다. 현재까지도 한국도자기는 ‘무차입’ 경영을 전통으로 부채 없고, 현금 결제를 고집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창업주에 이어 회사를 물려받은 김동수 회장은 ‘무감원’ 경영방침을 세웠다. 이 같은 경영방침을 세운 배경엔 직원들의 애사심에 감명 받은 김동수 회장의 결단이 있었다. 1969년 당시 청주공장 도자기 가마에 불이 나 직원들이 너도나도 뛰어올라 가마 근처에 있던 드럼통을 끌어내리려 애를 썼다. 김동수 회장이 뜯어말렸지만 직원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 당시 드럼통에 도자기 원료인 백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불이 진압된 후 “값비싼 백토가 아까워 불을 끌 수가 없었다”는 직원들의 말을 들은 김동수 회장은 그 이후 감원이라는 단어를 마음속에서 지워버렸다. 이후 한국도자기는 1973년 오일쇼크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회사 사정이 어려웠지만 단 한명의 인원도 내보내지 않았다. 현재까지 ‘무감원’ 경영방침을 고수한 한국도자기엔 평균 근속기간이 20년에 달하는 숙련공들의 애사심과 장인정신이 그 어떤 첨단 기술보다 값진 자산으로 남아있다.
품질로 만든 경쟁력
한국도자기는 제품의 우수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해외 공정·생산 없이 100% 국내 공정·생산의 일괄제작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본차이나(Bone China)라는 이름조차 생소한 시절 국내에서 본차이나 제품을 생산한 업체가 한국도자기였다.
한국도자기가 본차이나를 생산하기 시작한 건 1970년대 중반이었다. 이전까지 국내엔 본차이나 기술이 부족해 외국제품을 사용했다. 이에 김동수 회장이 故 육영수 여사의 “국빈에게 자신 있게 내놓을 국산 식기를 개발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본차이나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후 수천 번의 실패와 실험 끝에 국내 최초로 본애쉬 함유량이 50% 이상인 우수한 품질의 본차이나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도자기가 생산하는 정통 본차이나의 경우 본애쉬(Bone Ash)의 함유량이 약 50%로 영국(40% 이상), 미국(25% 이상)보다 높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한국도자기의 본차이나 제품이 명성을 얻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이런 품질을 인정받아 로마 교황청도 한국도자기 제품을 사용하고 있으며, 본차이나가 시작된 영국, 유럽, 미국 등 여러 나라에 수출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한국도자기는 세계 명품 시장을 공략할 토종브랜드 육성 계획으로 ‘프라우나(Prouna)’를 내놓았다. 프라우나는 고급브랜드로 ‘자랑스러운(Proud)’과 ‘심오한(Prolound)’의 영어 단어와 ‘하나(Una)’라는 스페인어의 합성어이다. 특히, 정상급 디자이너들이 완성시킨 회화적 디자인과 수작업인 제작방식으로 미국, 유럽지역 유명 백화점 뿐 아니라 중동지역 부호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프라우나의 성공 이후 세계적인 보석 브랜드 ‘스와로브스키’와 협업해 크리스털로 장식된 ‘프라우나 쥬얼리’도 선보여 명품도자기를 생산하는 글로벌 도자기 브랜드로써 거듭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저력
한국도자기는 지난해 내수불황 장기화에 따른 일시적 공장 중단과 2년 연속 손실이라는 위기를 올해 완전히 극복한 모습이다. 1년이 지난 현재 걱정과 달리 생산 공장은 의욕적인 분위기로 가득하다. 올 2월 참가한 ‘2016 독일 프랑크푸르트 소비재 전시회’는 실적반등에 좋은 계기가 됐다. 이 박람회는 세계 최대의 주방 및 생활용품 전시회로 다수의 생활용품 업체들이 참가한다. 2004년부터 이 전시회에 참석하기 시작한 한국도자기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만 모여 있는 곳에 부스를 배정 받을 정도로 명성을 인정받았다. 전시회 기간 동안 중남미와 동유럽 국가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고 신규 거래처를 발굴하는 성과를 얻었다. 이와 별개로 올해엔 부르즈알아랍 7성급 호텔과 중동의 ‘호레카(호텔·레스토랑·카페)’ 시장에서 잇따라 대형계약을 수주했다. 이에 올 8월과 9월 사이에 출하된 물량만 200만 달러 규모로 8월 첫 주 정기휴가 기간에도 쉬지않고 납품할 제품을 생산했다.
이에 따라 한국도자기는 2016년 한국품질만족지수 도자기 홈세트 부문 1위 기업에 선정됐다. 2년 연속 흑자달성도 가능할 전망이다. 2013년과 2014년에 각각 적자를 냈던 한국도자기가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면서 흑자로 돌아서고 있다. 앞으로 한국도자기는 해외 시장 개척 외에도 젊은 소비자를 위한 중저가 브랜드 개발에 집중해 시장영역을 넓혀 나갈 예정이다.여현진 기자 smycz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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