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돋보기③]
청자철채 양각 연판문 병과 청자상감 을유사온서명 표형병
글_김대환 상명대 석좌교수, 문화재 평론가
고려청자는 생활용품, 건축부재용품, 부장용품, 종교용품 등 용도에 따라서 매우 다양한 종류의 기물이 제작되었으며 현존하는 유물 중에는 중복되는 기형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대접이나 잔, 꽃병, 매병, 주전자 등으로 품질의 차이는 있지만 같은 종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간혹 특별한 모양으로 제작된 청자는 다른 사례를 찾기 힘들어 희소성과 함께 그 용도를 추정하기 어려울 때가 있고 그로 인해 학술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되는데 다음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사진 1)의 ‘청자철채 양각 연판문 병’은 높이 8.1cm의 작은 병으로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품이며 1990년 보물 제1038호로 지정되었다. 유물 명칭 중에 ‘철채(鐵彩)’는 도자기 바탕의 온몸에 철화안료를 칠한 것임으로 ‘철채’를 철화(鐵畵)로 바꿔서 ‘청자철화 양각 연판문 병’으로 해야 바른 명칭이 된다. 그런데 이 작은 청자병은 왜 국가 지정 문화재인 ‘보물’로 지정이 되었을까? 우선 표주박 형태의 작은 병에 양각기법을 사용하여 몸통에 연판문과 꽃무늬를 넣은 후에 몸통 윗부분의 꽃무늬와 입 주변을 철화안료로 칠했다. 그리고 바닥에 ‘宮’자와 부호가 음각되어 있다. 즉, 특이한 기형과 양각기법, 철화기법이 사용되고 명문까지 있는 희소한 청자로 보물지정이 된 것이다.
최근에 ‘청자철채 양각 연판문 병(보물 제1038호)’과 형제처럼 유사한 고려청자가 확인되었다. (사진 2)의 ‘청자상감 명문 표형병’이다. 이 병은 몸통의 크기와 형태는 (사진 1)과 비슷하지만 제작기법에는 차이가 있다. 몸통의 윗부분은 6면으로 각지게 깎았으며 문양이나 명문은 특이하게 철화, 퇴화기법(鐵畵, 堆花技法)과 흑백 상감기법을 함께 사용하여 제작했다. 몸통 윗부분의 가운데는 둥근 원모양의 문양을 철화 퇴화기법을 사용하여 6개를 만들었고 각이 진 부분은 흑상감과 백상감의 점무늬를 돌아가며 상감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아래 몸통의 중심부에 흑상감으로 새겨진 명문이다. 명문은 세 곳에 새겨있는데 ‘乙酉 司醞署 兎叱壺’로 추정된다. ‘사온서(司醞署)’는 고려시대 왕실의 술을 관장하던 관청으로 1308년에 개칭되었으며 ‘청자상감 을유사온서명 매병’과 ‘청자철화 을유사온서명 매병’이 전해진다. 이 두 유물은 제작 시기가 1345년으로 확실하여 도자사 편년 연구에 중요한 단서가 되는데 이 유물 또한 확실한 제작 연대가 밝혀진 중요한 자료이다.
이 작은 표형병은 맑고 투명한 청자유약이 몸통에 골고루 시유 되었으며 굽바닥은 평저이고 유약을 훑어 낸 흔적이 남아있으며 광택이 좋고 아름답다. 흑상감 된 명문의 필치는 능숙하고 유려한 필치로 사기장의 솜씨는 아닌듯하며 작은 표형병에 철화, 퇴화, 상감기법을 함께 동원하고 특히 작은 병에 여러 자의 명문을 새기는 경우는 거의 유일하다. (사진 3),(사진 4)
(사진 1)과 (사진 2)는 비록 크기가 작은 유물이지만 고려청자 사기장이 정성을 들여 특별히 제작한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작품으로 작고 앙증맞으며 세련된 모습이다. 형제처럼 닮은 두 유물은 80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세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1「청자철채 양각 연판문 병(보물 제1038호)」고려시대 | 높이: 8.1cm, 입지름: 0.7cm, 바닥지름: 2.7cm
2「청자상감 을유사온서명 표형병」고려시대 | 높이: 9cm 입지름: 1.5cm, 바닥지름: 4cm
*본 기사는 월간도예에 연재되는 칼럼으로, 도자문화 이론을 대중적으로 소개하고자 본지에 후속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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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대환은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문화재 보존학을 전공했으며 40여 년간 국내외 발굴현장과 유적지를 답사하며 문화재를 연구했다. 지난 15년간 대학교 박물관과 국공립박물관에 신라금동불상, 고려청동탑, 고려청자, 고려도기, 조선백자, 고려와전, 벼루, 출토복식 등 5천여 점의 유물을 무상 기증했다. 주요 저서로는 『박물관에서 볼 수 없는 문화재1,2』가 있으며, 현재 상명대학교 석좌교수이자 문화재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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