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공원에서의 전시
글/사진 김효선 도예가
영국이란 나라의 문화적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공원(park) 문화라 볼 수 있다. 크게는 지역마다 작게는 마을 마다 여러 개의 공원이 존재하므로 인해 지역의 특성에 맞는 페스티벌(festival) 이라든지 전시(exhibition) 또는 크라프트 페어(craft fair)들이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특히 지금 같은 여름시즌에는 많은 공원에서 다양한 행사들이 열리는데 도자기 행사로는 6월 28, 29일을 필두로 해서 한 달에 한 번씩 다른 지역에서 다른 주제로 개최된다.
그중에 하나가 얼스 앤 화이어 세라믹 페어(Earth & Fire Ceramic Fair) 이다. 이 페어는 럭포드 크라프트 센터(Rufford Craft centre)의 주관으로 매년 6월 영국 럭포드 컨트리 파크(Rufford Country Park)에서 열린다. 올해는 지난 6월 28일과 29일 이틀간 영국과 유럽의 작가 90명과 영국내의 도예학과 학생들의 작품을 비롯해 영국, 호주, 프랑스, 그리스의 도예잡지사가 참여한 가운데 개최됐다.
럭포드 컨트리 파크(Rfford Country Park)는 노팅햄(Nottingham)에서 버스로 1시간정도 들어간 곳에 위치한 아주 작고 아름다운 마을이다. 이곳이 우리가 잘 아는 로빈후드 컨트리(Robin Hood Country)이다.
필자가 처음 이곳에 가려고 노팅햄(Nottingham)에 도착을 했을 때는 그 어떤 안내도 광고물도 없었다. 이 행사가 영국 내 에서 어느 정도의 인지도가 있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안내물이 없다는 것이 한국과는 너무 다르다는 생각을 했으나 일단 전시장에 가보니 많은 사람들이 같이 호흡함이 새삼 놀라웠다. 그 이유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공원 문화에 익숙한 영국 사람들의 문화차이가 아닌가 싶다. <사진 1>
이 공원에서는 전시장을 비롯해 숍, 크라프트 센터(Craft Centre), 조각공원 그리고 이 지역의 문화유산과 호수가 어우러지는 속에서 도자기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행사는 크게 5개 파트로 나누어서 전시가 진행되었다.
행사장 입구에는 ‘올해의 작가’라는 투표 가 눈길을 끈다. 행사를 관람하는 관객들의 투표로 작가를 선정하여 그 작품을 전시해 관객들로 하여금 이 행사에 직접 참여 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서 관객 스스로가 이 행사의 주체임을 인식하게 하는 구성이라고 생각됐다.
첫 번째 전시장 오른 쪽에는 작가들이 자기 자신의 공간을 자신만의 색깔로 디스플레이 하였고 왼편에는 도구와 재료상의 전시가 있었으며 그 앞으로 넓은 광장 에는 시간 마다 다른 작가들의 작업 시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사진 2>
이 전시장을 나오면 둥그런 형태의 광장(제2전시장)이 있다. 이 전시는 둥근 동선을 살려 진행되며 광장 가운데에는 스케일이 큰 조형물이 전시됨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보는 즐거움과 만질 수 있는 즐거움, 또한 스케일 큰 조형물의 웅장함을 느끼게 해주는 구성 방식을 보여주었다. <사진 3>
이 전시 참여 작가 중 Lisa Katzenstein의 성형방법은 이장주입 성형을 하고 시유하기 전에 왁스와 Tin Glaze를 사용하여 드로잉을 하고 거기에 적절한 안료를 씀과 동시에 전시의 디스플레이 또한 자신의 드로잉과 실제 사물을 함께 놓음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언뜻 보기에는 한국에서 사용하는 ‘발수’와 비슷해 보인다. <사진 4>
2전시장과 3전시장 가는 길목에서도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특히 눈길을 끄는 작가는 Tessa Wolfe Murray 였다. 그의 작품은 언뜻 보기에는 안료를 분무 시유하여 전기 가마에 소성한 것으로 오인 받기 쉬우나 작가의 말에 의하면 안료를 칠한 후 전기 가마에 톱밥 소성을 한 것이라고 한다.<사진 5>
영국은 가는 곳마다 무너진 성을 쉽게 볼 수 있다. 제3전시장은 무너진 성을 이용하여 다른 전시장과는 다른 느낌을 보여준다. <사진 6>
작가 Ruthanne Tudball의 소다유약과 형태는 유럽을 대표할 만하다. 유럽의 전통적인 식기 형태(도메스틱 포트리:Domestic Pottery)를 현대식으로 표현하였고 흙의 물성적 성질을 충분히 살렸다. 그녀의 소성 방법은 오렌지, 검정, 화이트슬립을 바른 후 소다유약을 시유하여 cone 10에 소성한다고 한다.
또한 많은 작가 중에 Robin Welch는 작품과 함께 그의 드로잉을 같이 전시, 판매하고 있었다. 무너진 성의 한모서리의 빈 공간을 이용하여서 작품을 놓았으며 다른 쪽에서는 드로잉 한 작품을 관객이 마음대로 보고 살수 있도록 해 놓았는데 의외로 이 작가는 드로잉한 것이 잘 팔리는 듯하다. ‘이런 표현 방법도 있구나’ 싶은 작가이다. <사진 7>
4전시장에는 비교적 젊은 작가와 학생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그전의 작품이 실용적인 식기(도메스틱 포트리:Domestic Pottery) 위주라면 이 전시장은 조형과 실용을 무시한 장식적 작품 위주 구성되었다. Christy Keeney, 그는 주로 사람을 주제로 하여 2D적 조형을 선보이는데 그 표현이 동화적이기도 하면서 우화적이기도 하다. 표현을 더 돋보이게 하는 것 중 하나는 안료와 색 화장토의 사용이라 볼 수 있다. <사진 8>
또 다른 작가로는 sally MacDonell이다. 그녀는 아프리카 여인들을 삶의 모습을 작은 조각상으로 표현하고 소성하기 전에 화장토와 산화물로 연마를 한 후에 1170도 에서 연을 먹인 후 마지막으로 톱밥소성을 하여 그녀만의 특유하고 섬세한 색깔을 나타낸다. <사진 9>
마지막으로 5전시장은 크라프트 센터(Craft Centre), 숍, 갤러리를 둘러싼 마당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중 Virginia Graham의 작품은 캐스팅한 컵과 주전자에 핸드 페인팅을 한 후 소성한 다음 다시 정교한 전사를 넣어서 대비시킨 작품으로 인간의 손으로 표현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면과 전사의 치밀함과 섬세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부조화의 표현이 묘한 조화를 보여 준다. <사진 10>
전시 공간마다 작가들 개개인의 포트폴리오를 볼 수 있고 관객과 작가가 스스럼없이 그들 작업의 이야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였으며 작가 자신도 자기를 알릴 수 있는 모든 자료를 가지고 나와서 자기 자신을 표현함에 열중하고 있었다. 앞에서도 보았듯이 영국이라는 나라는 아직은 조형보다는 실용적 공예가 강세인 듯 한 전시이다. 조형적인 작품을 보더라도 미국의 조형과 유럽의 조형에는 차이가 있다. 유럽의 조형은 공예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전시를 다 보고 나면 자연적으로 발걸음이 숍으로 향하게 된다. 이곳은 2개의 성격이 다른 숍이 존재한다. 그 중 하나는 평범한 기념품을 살 수 있는 숍이고 다른 하나는 이곳에서 전시를 하거나 했던 사람들의 작품을 파는 숍이다. 이곳을 지나지 않고서는 갤러리나 크라프트 센터(Craft Centre)로 갈수가 없다. 이러한 동선은 관객들로 하여금 흥미를 유발시키는데 더욱 효과적이다. <사진 11>
갤러리 안에는 이번 행사를 하는 작가들의 대표작들이 전시가 되어 있으며 그간 이 갤러리에서 했던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되어 있었다.
또한 크라프트 센터(Craft Centre)에는 전통 도자기가 전시되어 있었다. 이곳에는 각종 책과 이전 전시 팜플렛이 판매되고 있었다. 이 곳에는 교육 프로그램도 있는데 도자기 뿐만이 아닌 여러 분야의 공예 프로그램을 가르치고 있었다. <사진 12>
필자가 판단하기에 이 전시는 선전이나 다른 광고 없이도 찾아서 즐기는 사람들 속에서 자연스러운 접촉, 지속성, 일관성 있는 행사의 주관, 작가 스스로의 적극적 자세, 행사 관계자들의 꾸준한 협조와 구성력이 돋보이는 전시였다. 관객이 작품을 찾아가는 것이 아닌 역으로 작가가 관객을 찾아서 다니는 이런 전시는 사고의 전환이 얼마나 많은 것을 취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지 알게 해주었다. 이와 같은 전시는 영국이란 나라의 공예문화에 대한 초석임을 새삼 알게 되었다.
이 행사의 참가 방법은 신청서를 작성한 후 관계기관의 심사를 거쳐서 참가하게 된다. 내년에는 6월 26일과 27일에 개최된다.
럭포드 크라프트 센터
(Rufford Craft Centre)
주소 : Rufford Country Park, Ollerton,
Netwart, Nottinghamshire, NG22 9DF
TEL : (01623)822944 FAX : (01623)825919
홈페이지 : www.ruffordcraftcentre.org.uk
E-mail : ruffordceramiccentre@nottsco.gov.uk
필자약력
1998 서울산업대학교 도예과 졸업
2000 서울산업대학교 대학원 도예전공 졸업
현, 영국 University of Wales Institute,Cardiff MA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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