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현대도예Ⅲ
도예가 나카무라 요오코(中村洋子)
글/사진 이은하 도예가
나카무라 요오코(中村洋子)가 작가활동을 시작한 것은 1984년부터이다. 초기에는 화기(花器)등을 주로 제작하였으며 현재의 작품들과 비교하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것들은 凹凸이 풍부한 부정형으로, 표면전체에 어지러운 문양이 표현되어 있다. 나카무라는 이것을 구름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라고 말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구름을 이미지화해 재현한 것으로는 보기 힘들다. 작품전체에 자욱한 공기와 같은 것이 인상적이며 공간과 신체가 일체화하는 듯한 신비한 지각(知覺)의 진동이라고 바꾸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카무라의 초기의 작품들이 도자에 의한 ‘그릇’으로 표현되었던 것만은 아니다.
공예의 범주에 속하는 소재와 기술을 기능과 양식이라는 타율적인 차원에서 벗어나 순수하게 표현의 문제로서 대상화하는 시도는 20세기 중반 이후 공예분야에서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하여 왔다.
나카무라가 활동을 시작한 1980년대 중반 이후도 이와 같은 트렌드가 형성된 하나의 시기이다. 이 시기의 성과 중의 하나는 ‘소재’의 재발견이었으며 그것을 기점으로 다양한 작품이 창출되었다. 기법의 해체와 확대해석, 그것과 병행하는 ‘공예’개념의 재검증, 소재가 지닌 유기적인 형태의 지향… 등의 여러 공통점을 이 시기의 작품들에서 볼 수 있다.
나카무라 역시 소재의 정확한 통찰이라는 점에서 독자(獨自)적인 영역을 구축한 한 사람이다.
“흙으로 형태를 만든다고 하면, 껍질이 얇은 느낌의 모양이거나 내부를 비워두지 않으면 안되는 필연성이 있다. 따라서 흙으로 형태를 만드는 것은 곧 그릇으로서의 역사와 상통한다고 본다.” ─나카무라 요오코─
그녀는 이처럼 기(器)의 형태를 흙이라는 소재로부터 이끌어내는 필연의 일환으로 설명하고 있다.
자신의 프로필에 “1976년 나카무라 긴페이(中村錦平)1)와 만남으로 도예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고 적고 있는 그녀에게 있어서 ‘土’가 ‘주어진 소재’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덧붙이자면 ‘공예의 요건으로서의 소재’와 단순히 ‘물질로서의 소재’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공예에 있어서는 소재를 다루는 기술과 소재 그 자체를 종종 일괄하여 취급하기 때문이다. “흙으로 형태를 만들 때 얇은 껍질과 같은 느낌의 것이 아니면 안된다”고 하는 것은 소성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소재와 그것을 다루는 기술의 조형상의 제약이 때로는 거기에서 생겨나는 작품의 완성형까지 규정하여 버린다.
이와같은 공예 특유의 소재적 이유가 나카무라의 말에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확실히 그녀는 이러한 제약을 모두 넘어섰기 때문에 흙을 소재로 작업을 계속하여 온 것은 아니다.
‘그릇’에서 대형의 구성작품으로의 변화에 호응하는 듯이 소재와의 관계에서 독자적인 행보를 내딛기 시작하였다.
나카무라의 작품은 1990년경부터 크게 변화한다. ‘흙과 철망에 의한 형태─구름은 네가티브─’<사진 1>는 스테인레스 망(mesh)에 프리트유를 바르고 소성한 대형의 철망을 재구성하는 작품 시리즈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전개에 대하여 그녀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흙의 형태와 흙의 기분을 커다란 공간에 마음껏 펼쳐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흙의 피상성(皮相性)을 받쳐주는 것으로 가마의 고온에서 견디는 것, 흙의 약함을 보완해 주면서 커다란 공간에 대응하여 줄 것으로서 스테인레스망을 생각하게 되었다.”
여기에서는 그녀 자신이 스테인레스망이라는 소재와 구름이라는 모티브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으나, 흙을 넓은 공간에 펼치고 싶다는 발상이, 전부터의 구름이라는 모티브와 깊게 관계하고 있는 것을 충분히 읽을 수 가 있다.
중요한 것은 ‘왜 스테인레스 망이 선택된 것일까’는 아니다. 흙과 스테인레스 망, 각각이 구름이라는 모티브에 대해서 ‘주어진 두 개의 소재의 역할의 차이’로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나카무라에게 있어서 주어진 소재라고도 할 수 있는 흙은, 초기의 기(器) 작품처럼 구름이라는 모티브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기보다는, 구름이라는 모티브가 나타내고 있는 것처럼 흙과 자신과의 동적인 관계의 이미지 그 자체로 해석된다. 또한 스테인레스 망은 조형상의 특성으로부터 선택되어진 단순한 구성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거기서 흙의 우수성이 흔들리는 일 없이 흙이라는 소재에 대하는 나카무라의 친근감도 유지된 그대로이다. 그리고 스테인레스 망은 소재와 작가의 친밀한, 즉 ‘사적(私的)’인 관계를 표현의 차원으로 전이시키는 계기로서의 역할을 맡고 있다. “흙의 기분을 커다란 공간에 펼치고 싶다”는 의지에 불가결한, 펼쳐야 하는 외부공간은 스테인레스 망을 매개로 하여 ‘흙의 기분’의 주위에 배치되는 것이다.
최근의 나카무라는 스스로 타당한 선택을 한 후에, 그 스테인레스 망이라는 소재도 흙과 같이 ‘주어진 소재 ’로서 손에 익숙해진 듯하다. 예를 들어 그것은 그 소재의 해석방법의 변화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스테인레스 망을 처음 사용할 때 흙을 두껍게 발라 망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았는데<사진 1>, 그것은 단지 흙의 지지대 역할로서의 해석이었다. 그러나 ‘부드러운 것이 불안 ’<사진 2>과 그 이후의 스테인레스 망은 벗겨진 채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벗겨진 부분은 여러 차례 버너로 구워져 풍부한 변화의 질감을 나타낸다. 그 예리한 광택은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한다. 또 ‘구름의 촉각?’<사진 3> 에서는 망의 풍부한 볼륨감에서 그녀의 소재를 다루는 기술적 숙련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스테인레스 망이 흙과 같은 의미를 지니게 되면 그녀의 작품이 지니는 동적인 스케일감을 잃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가 의도하는 작품의 공간적 확대는 스테인레스 망이 단순히 구성요소로 있을 때에만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흙과 그녀와의 친밀한 관계를 상대화하기 위한 계기를 스테인레스 망으로 부터 찾음으로서 표현은 확대되고 운동성을 명확히 지향(指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스테인레스 망의 대체라고도 해야 할 새로운 구성 요소를 이미 획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녀의 작품에 있어서 인스탈레이션의 무게가 더해가고 있는 것은 실로 스테인레스 망의 표출에서부터 오는 것이 아닐까 한다.
화랑공간과 옥외공간을 적극적으로 작품공간과 관계짓는 이러한 전시방법에의 열정은 공간적 확대의 계기가 되는 매개를, 인스탈레이션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작품의 외부에 배치한 것으로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는 때로는 소재라고는 할 수 없는 듯한 구성요소가 도입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유체(浮遊體)-밖으로 -’<사진 4>에서는, 공사현장에서 사용되는 듯한 스테인레스 파이프의 지지대가 작품설치 후에도 그대로 남겨져 있고, 또 그곳에 본래 있던 몇 그루의 수목이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등에서 나카무라의 표현은 앞으로도 보다 먼 외적 세계로 확대하여 나아갈 것이다.
또한 그녀의 ‘소재’에 대한 친밀감의 정도는 한층 깊어갈 것으로 보인다. 필시 그처럼 내부로, 외부로 향하는 그녀 자신의 지각(知覺)의 진폭이야말로, 구름이라는 모티브에 끊임없는 확대를 가져다 줄 것이므로.
필자약력
1987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도예과 졸업
1993 동경 다마미술대학 회화과 도예전공 대학원 졸업
개인전 5회, 단체전 10여회
현, 여주대학, 충남대학교, 홍익대학교 도예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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