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응과 수용의 美, 자연의 陶
글/박정수 예술학
구명회는 자신의 작품에 관련된 미의 의미를 ‘자연과 도의 절대성 앞에서 수용의 미 외에는 자연이 주는 중압감을 피할 길이 없다’라고 했다. 자연을 도전과 분석의 대상으로 보았던 서양의 개념과는 사뭇 다른 낙천적이면서 자연에 의지하고 순응하는 정서에서 작업의 근원을 찾는다.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자연의 구조물을 파괴해 새로운 형태의 인위적 구조물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자체를 하나의 자연으로 인식하면서 자연 그대로를 보여주고자 노력한다.
수숫대나 억새의 줄기, 짚풀을 묶어, 제작된 판위에 드로잉을 시작한다. 그는 규정된 형태나 일반적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붓을 사용하지 않는다. 붓이라고 하는 인위적인 것보다 주변에서 쉽게 발견되는 재료(흑토물을 찍어 드로잉이 가능한 모든 것)를 활용해 완전히 건조되지 않은(흙을 판으로 만들어 자연의 이미지를 활용한 기를 제작한 후) 형태 위에 자연의 모습을 옮겨낸다. 자연의 모습으로 조성된 문양들은 자연의 이미지들을 자의적으로 해석해낸 새로운 유희로 드러난다. 수숫대나 억새 줄기들은 의도되지 않은 선으로 환원되며 미지의 공간 속에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표현과 재현의 것이 흙과 불을 활용한 도자의 것이지만 도자의 공간을 넘어 무아(無我)의 것과 맞닿아 있다. 자신이 획을 긋지만 드러나는 획들은 정돈되지 않은 단순성을 따른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순응과 수용에 대한 솔직한 표현인 것이다.
“전통이라고 하는 것은 과거로부터 온 것이며, 현재에서 미래로 돌려줘야 할 것이기 때문에 내가 하고 있는 작업들 역시 하나의 전통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전래되어오는 기법만을 활용한다거나, 내 작업이 분청이든 현대 조형도자이든 그러한 것들을 최고의 덕목으로 보지는 않는다. 단지, 내 작업이 생활과 현실, 예술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함께 가는 순응의 것 안에서 자연스러움과 함께 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자연을 순리대로 보려는 관점과 타고난 선천적 기질로서의 공생과 공존을 느끼게 하는 미학적 근본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구명회 자신이 전통적 문인사상에 자신의 정체성을 뿌리둔 채 생활의 진실 찾기를 모색하며, 풍부한 자연사상이 수반된 작품을 제공하려는 것일런지도 모른다. 모순과 불합리, 불건전한 사회적 상황을 발견하여 이를 행하지 않으려는 기지를 자연과의 공감에서 찾아내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작품에는 수용이 있고, 자연에 동화될 수 있는 풍부가 있으며 작품 이미지에는 서정과 화해가 있다. 이들은 온화한 것이며 그의 세계는 우리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수용의 구조에는 일반사회에 대한 보통 시민의 사고방식, 고상한 것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 자연스러움에 대한 무위의 것, 부자유와 어색한 조화로움까지 포함한다. 단아하게 절제된 균형미와 정갈함을 포함해 파토스(열정, 비장미)와 같은 무겁고 심각한 것에 까지 자신의 미학적 관점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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