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土·然
글/최웅철 웅갤러리 대표
水(acqua), 土(terra), 然(natura), 윤장식 교수의 이번전시회의 테마로 설정한 단어들이다. 수(水)는 물을 담아 사용하는 세면기의 설정이고 토(土)는 흙으로 빚는 자기와 연(然)은 그들이 지닌 형태가 자연 안에서 생성된 지극히 익숙한 것들이다. 윤장식 교수의 이번 작품은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 안에서 누구나가 접하는 세면기가 그의 작업의 모티브가 되었다. 그가 몸담고 있는 학과에 특성적 요소도 있었겠지만 생활 안에서 접목된 디자인을 추구하는 그의 심성과 성품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다. 기능성과 예술성이 절묘하게 조화되어 단지 관상 목적으로만 치부되는 도예작품을 생활 안에서 같이 숨쉬고 만지고 사용할 수 있는 그의 세면기 작품은 아름다울 수 밖에 없었다. ‘아름답다’라는 단어는 자기가 아는(아름) 것에 가깝다(답다) 뜻이라고 한다. 그의 작품에서 보이는 자연 친화적인 형태들, 예를 들면 꽃잎, 나뭇잎, 돌확(石碻)등은 우리들이 마음 속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익숙한 형상들이며 유약색깔 또한 청자색, 분청, 옹기색 등 한국적인 색조가 주조를 이루고 있어 우리가 알고 있거나 또는 익숙한 형상과 색은 보는 이들의 친근한 감성을 자극하여 ‘아름답다’라는 어원 자체와 잘 부합되고 있다.
이번 전시회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양상을 두가지로 요약해보면 회화적인 표현 방법과 시간성을 요구하는 한국적 색채가 아닌가 싶다. 그 첫 번째로 회화적인 표현 방법을 통해 물확(石碻)을 연상시키는 그의 작품은 이제까지 단순하게 흙을 빚는 역할에서 더 나아가 가는 정으로 쪼아 표면을 만들어 돌조각의 묵직한 무게 표현성과 도자기가 갖고 있는 유약의 광택이 잘 조화되면 오랜 세월 우리 곁에 존재됐던 물확(石碻)처럼 정겹게 느껴지는 것은 요즘 어느 현대조각의 작품보다 훨씬 회화적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시간성을 요구하는 한국전통색에 그 관점이 있다. 그의 작품에 일부는 청자면서 균열유로 되어 있는데 이 작품의 특성상 사람들이 자주 물을 사용하게 되고 시간이 가면서 서서히 균열된 사이로 물때가 끼면서 한국 전통에 막사발인 이도다완(井戶茶碗)처럼 시간이 만들어 내는 자연스러운 색깔은 현재 이 작품이 완성이 아닌 미완성이며 그 작품을 사용하는 소유자로 하여금 완전한 작품을 만드는 시간성 또한 작가의 의도된 생각이 아닌가 싶다. 윤장식 교수의 이번 세면기(洗面器)작업은 기능성과 예술성이 잘 조화되면서 생활 안에서 예술이 공유될 수 있고 작품의 소장자가 어느 위치에서 어떻게 사용하는냐에 따라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시간성 또한 중요한 문제가 아닌가 싶다. 도자기는 손끝으로 빚는게 아니라 빚는 자의 심성으로 빚는다고 한다. 어쩌면 이 작품을 빚었던 윤장식 교수는 세면기(洗面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옛날 선조들의 정신의식에서 보여진 마음을 씻는 세심기(洗心器)를 만드는 심정으로 이 작품을 만들지 않았었나 되새겨 본다.
기사를 사용하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s://www.cerazin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