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박종훈 단국대학교 도예과 교수
우리나라 대학 도예교육의 현재를 물으면 졸업전으로 답할 수 있다. 재학 시절의 솜씨와 각 학교의 특성이 잘 나타나 있으며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졸업전이기 때문이다.
졸업 전을 위하여 학생들은 온갖 노력을 다하지만 결과는 그리 신통치 못한 것을 경험하게 된다. 흙을 불에 달구어 돌로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우리의 상상은 여지없이 깨지며 잘된 것 보다는 별로 좋지 않은 결과를 맛보는 일이 허다하다. 그러한 경험을 하는 선배들을 지켜본 후배들은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연구하고 실험하게 된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교수와 학생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시설과 제반 요건이 충족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중 작업 목표의 정확한 설정이 첫째이며 그를 뒷받침하는 흙을 다루는 기술적면과 표현방법의 모색이 둘째이다. 또한 그것들이 잘 되었다고 해서 불을 이겨내는 좋은 작업이란 그리 쉽지 않기에 도예는 많은 인내와 경험을 통하여 성숙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러 대학의 졸업 전 도록 중에 ㄱ대학의 글을 인용해보면 “밤을 지새며 작품을 만들고 추위와 배고픔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플 때가 여러 번입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가마 속에서 고열을 견디고 달구어져 나온 작품을 보면서 순간 환호와 함께 힘들었던 생각들을 잊어버립니다…” 라고 적고 있다. 이점으로 보아 과거나 지금이나 도예의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 뿐 아니라 과학이 발달한 나라에서는 도예의 길은 변함없이 디지털 방법으로 해결될 것이 아니라 아날로그 방식이 여전히 변하지 않고 소중하게 쓰여짐을 알 수 있다.
흙에 대한 교육은 잘 되고 있는가?
작업의 목표가 설정된 후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하는 일이 흙의 선택이다. 이 선택이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도자 재료학’이라는 몇 시간의 이론으로 그쳐 흙에 대한 이해가 절대 부족하다. 그러면서도 흙 공장에서 만들어진 흙을 우리나라 대학 도예교육의 첫 걸음인 흙의 조성을 개인별로 체험하지 못하는 현실은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 결과는 개성 있는 흙의 맛보다 붙이고 자르고 뚫고 하는 조형성으로 개성을 표출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도예 본질적인 흙의 맛보다 형식을 꾸미게 되는 쪽으로 가게 되었다. 따라서 담백한 물레와 흙 맛이 어우러져야 제 모습을 갖추는 공예도자는 재미없는 과목으로 퇴조의 현상을 보이고 있다.
요즈음은 외국에서 흙을 수입한다. 중국산 점토 뿐 아니라 조형을 하기 위하여 샤모트를 대량 함유한 흙과 백색도를 높이기 위한 흙을 외국에 의존하게 되었다. 변화 중의 큰 변화이다. 한쪽에서는 한국적인 색조의 도자가 쇠퇴해진다고 걱정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생산되는 백토광을 정제해서 팔 수 있는 경제적인 부담을 고려할 때 흙의 수입은 또한 필수가 되었다. 흙의 분석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 도예 교육은 흙 따로 학생 따로가 현실인 셈이다.
조형에 합당한 흙은 조형 도자에 맞게 사용하고 식기나 생활 용기에 사용되는 흙은 소결이 잘 되는 흙을 사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형에 맞는 흙을 생활 도자에 사용하는 예는 얼마든지 있다.
조형에 맞는 흙은 모래질이 잘 소결되지 않아 강도가 떨어져 잘 깨질 수 있는 결점을 갖고 있어 식기류는 알맞지 않음이 분명하며 흡수율이 많아 경쾌한 생활도자를 맛보기 쉽지 않게 되었다. 이러한 흙으로는 전 부분이 두터워 질 수 밖에 없으며 특히 잎차 도구에는 맞지 않는다. 흡수율이 많으므로 앞에 우린 차의 맛이 후에 우린 차의 맛을 변질시킬 수 있기 때문인데도 투박하고 구수한 맛이 한국적이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흙의 성질에 맞게 작업이 구분되어야 함에도 아직 구분되지 않고 있다.
산업도자의 비약
올해의 으뜸 변화는 산업도자이다.
몇 년 동안 각 대학에서 산업도자관련 교수 채용이 늘고, 학생들의 관심이 고조된 결과 올해는 표현 능력이 고조되고 전사방법도 다양하게 전개되었다. 총체적인 기술이 두드러지게 발전된 현상을 보이게 되었다.
그동안 산업도자는 ‘찍어낸다’는 차원에서 디자인 개념으로 바뀌면서 고부가 가치의 제품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찍어낸다는 제품이기 때문에 가격이 싸다는 생각으로부터 갖고 싶은 제품으로 변신하므로 해서 가격의 경쟁력을 갖기 시작하였다. 극복해야 할 일은 아직도 일반대중은 찍어내는 제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를 꾸준히 설득할 수 있는 자세와 인내력이 학생들에게도 요구된다. “대중을 교육하며 판매 한다”라는 명제를 인식하고 교육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면에서 몇 대학 산업도자 다자인 동문전이 대중을 설득하기 시작한 것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적극적인 산업도자 체험의 장을 펼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현장을 공개하여 대중을 직접 만나는 일도 해야 한다는 제안을 하고 싶다. 앞으로 기대되는 도자의 한 분야임에 틀림이 없다.
공예도자는 방향을 잃었는가?
몇 년 전 화장실에 “교수님 우리 취직 좀 시켜주세요” 라는 낙서를 보고 충격과 반성을 해본 경험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학생들에게 좀더 노력도 안하고 인내가 부족하다고 속으로 나무래고 있었다.
이제는 반대로 “물레만 돌리게 하면 학생들이 수강을 안해 목 짤려, 조심해” 라는 어느 교수의 말이 실감가는 일로 변해가고 있음이 지금의 대학공예 도자 교육의 현 주소이다. 사실 물레 성형을 수 많은 작업을 통해 형태감각을 익히고 인내하는 것이 덕목으로 되어 있었다.
이제 현대라는 문화는 빠르게 변화하는 특징을 갖고 있기에 전통적인 물레 방법을 택하는 학생들이 감소하리라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더구나 도자의 방향도 다변화되었기 때문에 물레만을 고집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10여개 대학 졸업 전에서도 물레의 단아한 조형 보다는 기물에 잡다한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정말 장인 수업은 사라진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그 개선의 선봉에는 교수의 리더쉽이 절대적이다. 교수법을 개발하고 소지 조성을 학생들에게 직접 시키고 시범을 통하여 좋은 형태를 보여주는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대 도자 초창기의 대학교수들은 시범을 잘 보이지 않았다. 사실 물레 기량을 충분히 익힐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뿐더러 물레는 한낮 장인─지금은 높이 인정하는 시대이지만─으로 여기고 예술가를 만드는 작업을 주도한 성향이 지금 현직에 있는 교수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그 결과 현직에 있는 교수들 자체도 물레 기량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전반적인 졸업 전에서도 그 영향이 미쳐 공예 도자의 기량이 제대로 갖추어진 작업이 드물다. 이렇게 가다가는 전통 도예의 맥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기울어 가는 공예 도자의 교육을 변화시키는데 교수들이 선봉에서 있다. 그 선봉에 서 있는 필자 역시 책임을 통감하면서 좋은 공예 도자의 변화의 기운을 불러일으킬 제자를 기대하며 그에게 자리를 내줄 준비를 하고 있다.
필자약력
단국대학교 도예과 및 홍익대학교 대학원
단국대하교 도예과 교수
개인전 12회
한국사발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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