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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권 457호 2026. 06 | 기고 ]

[김대환 교수의 문화재 기행 63] 분청자 상감 쌍어룡무늬 매병
  • 관리자
  • 등록 2026-05-29 08:5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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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 교수의 문화재 기행 63]


고려 왕조의 전통이 이어진 어룡무늬 

분청자 상감 쌍어룡무늬 매병 

粉靑瓷器象嵌雙魚龍紋梅甁


글_김대환 동곡뮤지엄 관장·문화유산 평론가


사진1. 「분청자 상감 쌍어룡무늬 매병」 조선시대⎜높이28.3cm, 입지름4.5cm, 바닥지름11cm


어깨가 넓고 아래로 내려올수록 허리가 급격히 좁아지는 전형적인 조선 전기의 매병이다. 입구는 짧고 밖으로 완만하게 벌어지며, 목은 짧고 힘이 있고 몸통의 위아래 비례가 안정적이다. 바닥의 굽은 낮고 평저에 가까운 형태로 고려시대 매병의 굽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는 조선 초기 매병에서 보이는 실용성과 안정성을 중시한 조형감각을 잘 보여주는 모습이다. 사진1)


태토는 철분이 섞인 회갈색 계열로, 입자가 비교적 거칠고 미세한 기공이 곳곳에 드러난다. 유약은 회청색~담녹색 계열의 반투명 분청유로, 두껍지 않게 시유 되었으며 몸통에 자연스러운 갈변현상이 나 있다. 유약 표면에는 소성 중에 발생한 미세한 핀홀pin-hole 현상과 철점이 자연스럽게 남아있다. 이는 15세기 상감청자의 자연 소성 특징과 부합한다.


몸통의 무늬는 상감기법으로 가는 선과 점이 주된 방식이며 자토와 백토를 적절히 배치해서 새겨 넣었다. 상감된 부분은 선의 깊이가 일정치 않고 선의 끝이 미세하게 떨리며 상감 백토가 일부 번지거나 얕게 메워진 부분이 확인된다. 이는 분업화된 정교한 양식보다는, 사옹원 계통이지만 비교적 자유도가 높은 분청사기의 제작 환경을 반영한다. 특히, 어룡 몸통의 비늘 표현이 반복적이면서도 즉흥성이 강해 손맛이 뚜렷한 사기장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고려시대 상감청자의 정교함과 달리, 조선 전기 상감기법의 미학적 전환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이다. 사진5) 


몸통의 무늬는 주 무늬가 한 쌍씩 배치된 어룡인데, 머리는 용의 머리이고 몸통은 물고기 모습으로 비늘, 지느러미, 꼬리의 생략과 과장된 표현이 공존한다. 이는 고려시대 상감청자나 금속기에 등장하는 엄격한 도식의 어룡 무늬에서 벗어나, 상징은 유지하되 표현은 대담해진 조선 전기 청자의 특징이다. 어룡은 노력과 덕을 통해 큰 존재로 거듭나는 변화와 출세의 상징으로 조선 유교 사회의 가치관과 길상 사상을 응축한 무늬이다. 과거 급제, 관직 진출, 신분 상승의 염원을 상징하며 서원, 사대부 문화와 맞물려 특히 선호되었다. 사진6)


  몸통의 바닥은 낮고 넓으며 유약을 입히지 않은 채 태토를 그대로 노출하고, 바깥 굽 둘레에만 유약이 얇게 흘러 있다. 굽바닥에는 자연스러운 물레의 회전 흔적이 남아있으며 받침의 모래들을 깨끗하게 갈아 내었다. 이는 15세기 분청사기 매병의 전형적인 바닥 처리로 16세기 이후 백자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이 매병은 단순한 장식용 기물이 아니라, 고려시대 귀족 성향의 도자기에서 조선시대 사대부 성향의 도자기로 전환하는 특징적 요소를 반영한 유물이다. 상감이라는 고급 기법을 유지하면서도 표현은 절제되고 토속적이며, 이는 조선 분청사기가 독자적인 미학 체계를 확립하였음을 보여준다. 사진3, 4) 


이 매병의 조형은 균형과 긴장감을 동시에 지닌다. 상부의 팽창과 하부의 수렴은 시각적인 안정성을 형성하며, 주문양과 종속문양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 조선 전기 분청자의 기형, 기법, 무늬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예술적,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 또한 용과 물고기의 복합 문양인  어룡이 한 쌍씩 배치된 경우는 유일하다.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된 비슷한 유물이 삼성미술관 리움에 소장되어 있지만 어룡이 단독으로 배치되어 있다. 사진7)


고려 상감청자의 기술적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조선 전기 도자사의 전환기적 특징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며 조선의 미감과 상징체계를 확립한 대표적인 사례로 보존 상태도 온전한 귀중한 유물이다.


<자세한 내용은 세라믹코리아 2026년 6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e-북, PDF 전체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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