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교실 5년, 아파트에 물레도 들여놓고 자신의 꿈 실현
흙과 함께하기에 외롭지 않고 자신에게 충실해졌다고
취미도예가 이미숙씨(44)가 살고 있는 서울 상암동의 아파트는 작은 공방이다. 그다지 넓지 않은 집안에 물레를 들여놓고 직접 만든 작품들은 모양새 좋게 진열하며 자신의 취미를 돋보이게 한다.
이미숙씨는 마포 평생 학습관 도예교실에서 5년째 작업하고 있으며 일주일에 한번 있는 수업에 만족하지 못해 2년 전에 물레를 구입해 집에서도 틈틈이 작업하고 있다. 작게나마 집안에 작업 공간을 마련하니 수업시간에 배운 것을 반복해서 연습할 수도 있고 수업과 관계없이 나름대로의 작업을 할 수 있어 좋다. 현재의 배움터가 만족스러운 것은 마포평생학습관 도예교실의 유기성강사의 수업방식이 한몫을 한다. “유기성 선생님은 원하는 작업을 자유롭게 하도록 내버려두는 편이에요. 그리고 잘된 작업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아요. 그러다 보면 자연히 자신에게 맞는 작업을 찾고 그쪽으로 계속 흥미를 갖게 되더라고요.” 언제부터인가 막연하게 도자기를 배우고 싶어서 친구 두명과 함께 찾아간 마포평생학습관에 지금은 혼자 남아 작업하고 있다.
투박한 분청에 매력 생활식기 즐겨만들어
이미숙씨는 생활 식기들을 즐겨 만든다. 다양한 머그들과 접시 사발들이 그의 주방을 채우고 있다. 거칠고 투박한 분청에 매력을 느낀다는 그는 뭉툭한 흙을 손으로 펴서 만든 불규칙한 모양의 접시나 갸우뚱한 모양의 컵을 빚어낸다. 시유와 번조는 평생학습관 회원들과 함께 한달에 한번씩 유기성 도예가의 작업장으로 찾아가서 한다. 직접 원하는 색이 나도록 유약을 조합하지는 못하지만 다양한 유약을 사용해 보고 자신의 작품에 어울리는 색을 찾아내려 한다. “집에서 만든 것들을 차로 옮겨가 번조하는 데 작품이 클수록 운반 도중에 깨지는 경우가 많아요. 겹겹이 싸고 주의를 기울여도 깨지는 것들을 보면 속상하죠.” 거실 한켠에 놓여있는 항아리들은 코일링 성형기법으로 만들어 모양새가 정겹다. 아직 완전히 마르지 않은 것들도 번조를 기다리고 있다.
꽃잎이 들어가 있는 한지가 발라진 거실 벽면에는 장식용으로 판매되는 미니어처 가구가 걸려있고 그 안에 자신이 만든 작은 도자기들을 진열했다. 명기처럼 작은 크기의 찻잔과 접시들이 채워져 있는 모습이 아기자기하다.
일반인 마라톤대회 3번이나 완주
산 오를 때의 감흥 도자기에 담아내
활동적인 성격의 이미숙씨가 도예이외에 열의를 갖고 있는 취미는 운동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3번이나 완주한 경험이 있으며 매일 단전호흡으로 심신을 수련한다. 일주일에 두 번은 가까운 북한산에 오르기도 한다. “워낙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고 활동적인 성격으로 차분하지 못했었어요. 도예와 단전호흡으로 성격이 많이 차분해지고 여유로워졌어요.” 산에 오를 때의 감흥을 도자기에 담고 싶어 나무나 풀한포기도 예사로 지나치지 못한다. 특히 나이테가 드러난 나무둥치나 흙을 감싸고 있는 나무뿌리는 텁텁한 분청도자의 느낌과 잘 어울린다. “산은 저에게 많은 것을 가르치는 스승이에요. 무엇보다도 자연을 대하며 마음이 정화되고. 차오른 숨을 극복하고 정상에 닿았을 때의 기쁨은 다시 산을 찾게 하는 이유가 돼요.”
전시장 공방 찾아 친구와 함께 도자여행 즐겨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이미숙씨는 도예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자신의 눈을 높이기 위해 전시장을 찾아다니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의 작업장을 찾아다닌다. “월간도예가 많은 도움이 돼요. 책에 나온 공방이며 요장에 찾아가서 다른 분들이 작업하는 것도 보고 예쁘게 꾸며 놓은 공방카페에 구경가기도 해요.” 안양에서 도예를 배우고 있는 친구나 서양화를 전공하고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친구가 있어 함께 다니기에 좋다. 그가 늘 갖고 다니는 작은 수첩엔 가고 싶은 공방 전화번호와 주소들이 적혀있고 항아리와 컵 등의 스케치가 들어차 있다.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진학한 아들과
장차 자신의 작품 함께 전시 기대
올해 중학교를 졸업하는 아들이 한국애니매이션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됐다. 공부보다는 만화를 더 좋아하는 아들 때문에 속을 태우기도 했지만 자신의 진로를 빨리 찾은 아들이 대견스럽다. “도자기를 만들면서 생긴 여유덕분인 것 같아요. 지나치게 많은 기대와 내 기대와는 다른 아이 때문에 조바심을 냈었는데 도예를 하면서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관대해졌어요.” 17:1의 경쟁률을 뚫고 애니매이션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 아들은 “이다음에 유명한 애니매이터가 돼서 자신의 작품과 엄마의 도자작품을 함께 전시하자”며 기뻐했다.
이미숙씨는 자신의 삶에서 도예를 알게 되고 직접 배운 것을 큰 성과로 여긴다. 흙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고 자신에게 충실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는 것이다. 매해 열리는 마포평생학습관 회원전과 일백인 사발전에 참여한 적이 있는 이미숙씨는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게 꿈이다. 근교에 작은 전원주택을 지어서 서양화가인 친구와 함께 각자의 작품을 하며 전시하고 판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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