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만든 그릇, 그 그릇에 담은 꽃
글/한길홍 서울산업대학교 도예학과 교수
인간은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소중하고도 특별한 달란트(Talent)가 있다.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멋진 옷을 지을 수 있는, 게다가 시계 부품 같은 정교한 걸 끼워 맞추는 등의 그런 기술과 재능이 있다. 흙 작업을 오랫동안 지속해온 도예가 유남숙은 또 다른 달란트를, 감추어진 능력을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였다. 그것은 ‘흙’이라는 속성과는 전혀 다른 ‘꽃’이라는 특별한 대상을 전제하고 있다. 흙을 빚고 꽃을 매만질 수 있는 두 가지의 달란트를 지닌 유남숙은 참으로 축복받은 사람이다. 그는 적어도 이 두 가지의 작업을 그의 미적 대상으로 선택한 것이다. 따라서 유남숙의 미학적 지향점은 두 가지 관점에서 주시해야 하고 그 두 가지를 어떻게 접목해 하나의 어울림으로 조화를 이루어 낼 것인가가 이번 전시의 관심사가 됐다.
작가 유남숙이 선택한 주제는 자연이라는 근원적 바탕으로부터 동질성과 이질성이 함께 내포되어 있다. 흙이라는 무기재료적 성질과 꽃이라는 생물학적 요소는 분명 이질적이다. 그러나 꽃꽂이를 통해서 전달되는 미적 요소나 흙 작업을 통해서 표현되는 조형적 해결은 화훼와 도자의 동질한 예술적 아름다움으로 그 안에 담겨져 있다. 자연에서 생성된 흙과 자연에서 생장한 꽃은 운명적, 필연적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 포용하고 있고 그것은 조형적으로 질서와 조화를 이루며 우리 생활공간에서 그 가치와 의미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흙과 꽃을 통한 자연에 대한 작가 유남숙의 감성은 친화적, 관조적, 서정적, 원초적인 그 모든 의미를 부여하고 있고 또한 교감하고 있다.
꽃꽂이에 대한 긴 수련을 거쳐 예술 전문가로서 활동해온 진지한 자세와 함께 도예에 대한 열정과 집착은 그의 작가적 의지와 더불어 독자적 조형으로 구축되어 있다. 근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을 넘나들며 자유롭고 생동감 넘치는 그들의 꽃 예술에 대한 견문을 넓히고 돌아왔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유남숙은 자신이 해결해야 할 작업의 명제를 더욱 굳건히 한듯하고, 그 대답을 찾아 오랜 기간 화훼와 도자예술의 만남과 조화를 펼친 것이다.
꽃과 흙, 그리고 인간의 관계는 그야말로 <공생·공존·공감>이라는 연결고리로 묶여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작가 유남숙은 21세기가 지향하는 변화의 코드를 그의 새로운 명제로 받아들이고, 그의 달란트를 흙으로 만든 그릇, 그 그릇에 담는 꽃으로 귀결짓고 있음을 본다,
아마, 그 향기가 우리들 정신세계를, 그리고 우리들 삶의 공간을 가득 채울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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