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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민 혜전대학 도자디자인과 교수
  • 편집부
  • 등록 2004-01-26 15:4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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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에 관한 사색 글/사진 안성민 혜전대학 도자디자인과 교수 그릇은 무엇인가 담기기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그것은 하늘을 향해 늘 열려있습니다. 하늘을 향해 열린 그릇의 ‘비어있음’은 나에게 창조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킵니다. 비어있는 그릇에 관한 사색은 그릇의 형태를 통해 그릇 그 자체의 자발성과 독립성을 보고자합니다. 그릇의 기능과 그릇에 관한 본질적인 물음들을 내 그릇 스스로가 발언하기를 기대합니다. 자연의 섭리는 생명을 잉태하고 생장시키는 모태적 공간이 있고, 이것이 생명을 담은 그릇임을 깨닫습니다. 지난 가을 두 번째 개인전을 준비하며 정리한 글이다. 나는 한국 현대 도예의 과도기라 불려진 시대에 대학에서 공부하였다. 막연히 예쁜 그릇 만들기를 기대하고 입학한 도예과는 도자 조형이라는 학문 세계와 당시 올림픽을 통해 세계 각국의 다양한 도자문화를 접해보는 기회들을 통해 공부의 출발을 하였다. 칸딘스키가 말하는 “작품은 새로운 발견들을 현현시키며,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물의 내적인 것을 통찰하게 할 뿐 아니라, 우주적인 법칙을 발견해서 보여주고,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세계로 우리를 유혹해 간다.” “예술은 부질없이 사라져 가는 사물을 아무 목적 없이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이 있는 힘이며, 인간의 영혼을 발전시키고 심화시킨다. 곧 인간성을 정화하고 전신적인 분위기를 창조하는데 기여하는 힘이다”라는 예술의 역할은 내가 작업을 하는 이유이다. 그 작업의 결과들이 새로운 창조를 일구는 힘이 되는 것에 동의하며 나는 예술의 정신적인 면에 관심을 두고 나의 작업을 말하고 싶다. 조형 작업은 “나는 왜 이 작품을 만드는가”, “나는 왜 흙으로 이것을 만들려고 하는가”, “나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돼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왜, 그리고 어떻게 살고 있는가”까지의 삶의 사유방법까지도 함께 고민하는 시간들이다. 대학원 재학시절, ‘문(門) 이미지 조형’을 주제로 사물로서의 문이 가진 내부와 외부를 분리함과 동시에 연결하는 매개체가 가지는 상징성으로 읽었다. 나와 너, 선과 악, 어두움과 빛의 매개물로서 문의 시각적 표현을 직선과 사각의 구조와 질서 가운데 시각적 조형언어를 모색하는 시간들이었다. 이후 충청남도의 혜전대학에 재직하게 되었다. 학교 작업실의 자연환경은 내 작업에 있어 많은 전환점을 가져다주는 계기가 되었다. 사계절의 변화를 간직한 우주의 미묘한 질서를 접하게 돼, 나는 이 곳에서 바다와 산과 나무 하늘을 만나 자연의 의미 있는 변화를 보게 된 것이다. 내가 느낀 정서와 풍경들은 수채화같은 어조로 내 작업에 들어왔다. 산에 담겨진 나무들의 모양들, 하늘에 그려진 산의 선, 강에 비추인 산과 구름, 그리고 땅에 그려진 비의 흔적들은 내게 하나의 조형적 유기체가 되어갔다. 그곳에는 성장과 변화하는 생명들이 들어있다. 내 작업의 미완성처럼 보이는 전 부분의 자연스러운 형태와 종이처럼 보이는 얇은 컵, 항아리, 화병 등은 모두 그릇의 형태를 띄고 있다. 마치 무엇을 기다리는 것처럼, 아마도 물질이 담기기를 기다리는 그릇의 정회(情懷)이거나 혹은 내 작품을 보는 이의 마음속에 들어가 새로운 이미지로 자리하게 될 하나의 언어가 되기를 소망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산업도자 기법의 하나인 석고틀을 이용한 이장주입성형기법(slip casting)의 반복 성형이 주는 장점과 한계는 흙을 가지고 작업을 하는 이유에 대해 새로운 답들을 찾아나가게 하였다. 틀에서 나오는 성형물은 여전히 내가 다룰 수 있는 흙의 물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으며 전부분의 자연스러운 형태는 기본틀에서 다양한 마무리를 내개 맡기기도 하고 나는 내 그릇에게 자유로움을 주고 기대하며 기다리는 즐거운 시간이 된다. 나는 그릇의 형태를 빌어 그릇 스스로가 그 기능과 본질적인 자기 본위를 말하며 나와 내 그릇이 함께 새로움을 일구는 것을 즐긴다. 산업도자 성형 방법 안에서 수공예의 가치를 부여하며, 내 그릇이 이 시대에 필요한 완전한 그릇이 되는 것도 기대한다. 그것은 나와 내 그릇 그리고 그릇을 사용하는 자와의 관계가 함께 이루는 사색이 공유되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작가약력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도예과 동 대학원 졸업 개인전 2회 (토아트스페이스, 가나아트스페이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초대작가 Ceramicsmonthly Internationa Competition 수상 대한민국 공예대전 특선 수상 현, 혜전대학 도자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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