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김은숙 미국 리포터
도예를 업으로 하는 젊은 사람들이 들으면 “참 한가한 소리도 한다”고 웃겠지만 나는 언젠가부터 도예를 꼭 내 생활주변에 두고 볼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일이 가장 우선이라는 생각을 해왔다.
물론 당장 생활이 급하고 또 공모전에도 당선 돼야겠고, 개인전도 해야 하고 출세도 하려면 이렇게 한가한 생각을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천만다행으로 내게는 그리 급한 ‘해야할 일’이 없다 보니 자연 이런 한가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생각해본다. 또 주위 환경이 평화스러운 시골이다 보니 말이다.
그보다는 내 성격이 남과 경쟁하기를 너무 싫어하다 보니 자연히 새나 물고기 같은 비경쟁자를 상대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새 먹이장(bird feeder)을 만들어서 마당에 걸어놓고 수시로 들락거리는 온갖 새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세상의 모든 근심이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것도 내가 만든 새 먹이장이니 더욱 그럴 수밖에…
분수를 만들어서 재미 본지도 퍽 오래된 듯싶다. 가끔은 남이 좋다고 구입해 가는 수도 있지만 실은 만드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내가 학생들에게 “나는 흙 만지는 일을 끔찍이 싫어한다”고 하면 모두 깜짝 놀라곤 한다. 나 자신도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무척 궁금해 하기도 했다. 흙이 싫은데 왜 도예를 하느냐는 것 글쎄…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완성된 결과’를 너무 좋아해서 그 과정을 겪어나가야만 한다는 억지설이 나오게 마련인 듯싶다.
또한가지 거창한 도예작품을 보면 우선 허리부터 아파온다. ‘저 무거운 걸 어떻게 만들고, 소성하고, 운반했을까?’ 내 나이 탓이기도 하겠다. 그러다 보니 램프를 만들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는데 순 흙으로만 만든다는 일은 생각만 해도 허리가 아파진다. 그 결과 다른 물체를 섞어서 만든다는 것도 괜찮은 일 같아서 자꾸 실험해 보게 됐다.
순수파가 생각할 때에는 “도예가 아니다”라고 평가할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남의 비평 같은건 별로 상관 않으니까…
한국을 떠나 너무 오랫동안 미국에 살다보니 이건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신기하고 우스운 별종이 돼 버렸나 싶다. 가끔은 고국에 찾아가서 재교육을 받고 와야만 할 것 같은데 그것도 쉽지 않은가 싶다.
필자 약력
60년 이화여대 영문과 졸업
60~63년 진명여고 영어교사
63년 미국유학
90 University of Tennessee에서 MFA(ceramics)
70~현재까지 미국서 도예활동 뿐만 아니라 한국화와 판화작업도 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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