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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순 토우전 2004. 1. 14~1. 27 한국공예문화진흥원 본관전시실
  • 편집부
  • 등록 2004-03-17 00:5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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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들의 미소 글/윤두현 전시기획자 날 선 바람이 귀신소리를 내며 문풍지에 머리를 부딪는 밤, 아이들이 아랫목에 옹기종기 모여 앉는다. 한 장의 이불 아래 모인 조그만 발들을 꼼지락거리며 아이들은 화로에서 막 꺼낸 뜨거운 군고구마를 먹는다. 어미 곁에 앉은 막내아이는 그새 졸린 눈으로 군고구마를 입에 문 채 고개를 주억거린다…. 멀지 않은 지난 시절 어느 집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겨울밤의 풍경이다. 인사동 공예문화진흥원에서 열린 ‘강인순 토우전’은 이처럼 아련한 기억을 그 시절의 언어인 흙으로 빚어낸 전시다. 전통적으로 농업사회였던 이 땅에서 흙은 곧 우리의 삶이었고, 또한 언어였듯이 흙의 질감이 그대로 살아있는 인물들의 표정에는 생기가 넘친다. 아울러 경제적 풍요와 정서적 각박함이라는 요소가 그 어느 때보다 극단적으로 공존하고 있는 요즘이고 보면, 그렇듯 작가의 흙냄새 물씬한 목소리는 우리에게 상당한 울림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북 안동이 고향인 작가는 최근 부천으로 옮겨오기 전까지 안동에 살면서 작업을 지속해왔다. 이는 서양인형, 현대인형 등의 시도를 거쳐 결국 과거 그 시절의 우리네 정서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는 작가의 정서를 단적으로 반증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작품 하나하나에서는 흙을 터전으로 살아온 작가의 삶과 정서가 오롯하게 느껴진다. 지금이라도 당장 왁자한 웃음소리와 함께 뛰쳐나올 듯 생생한 아이들의 모습은 보는 이를 금새 동심으로 이끈다. 동네 어귀에서 친구들과 말뚝박기를 하거나, 교실의 목탄난로 위에 도시락을 올려놓고 모여 앉은 작품 속 아이들의 미소 띤 입가엔 양지바른 논에서 모가 자라듯 소박한 꿈이 자라난다. 작품 「하회탈춤」이나 유교적 문화 속에서 학동이가 세상에 태어나고 죽음에 이를 때까지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 「학동이의 일생」이 보여주는 진지함은 그 녹록치 않았을 작업과정과 더불어 작가의 우리 옛 문화에 대한 애정이 결코 일회적 관심으로 그치지 않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한다. 자칫 고루함으로 치부될 수 있을 옛 시절의 이야기가 우리의 가슴에 반향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기실 우리가 과거의 모습을 보면서 기꺼워하는 것은 어려웠던 그 시절에 대한 막연한 향수 때문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그때 각자의 품속에 품었던 지금은 대부분 상실했을 소박한 꿈을 다시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인형 작업을 하고 있는 도예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작가 강인순이 유독 토우에 대한 강한 의지와 애정을 갖는 것 역시 어쩌면 사람들의 얼굴에서 이제는 사라져 가는 그 시절의 소박했던 미소 혹은 꿈에 대한 아쉬움 때문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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