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들의 도자판화
글/김진숙 미술평론가, 숙명여대 강사
양평 도자 전문갤러리 몬티첼로에서는 연중 특별 기획전으로 Ceramic Printing(도자판화)전을 전시하고 있다. 2002년 화가가 그린 생활 도자전을 시작으로 도자와 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기획하면서 양평의 많은 화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양평은 예술가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으로 유명한데 현재 양평에 거주하면서 창작에 전념하고 있는 작가는 약 300여명에 이른다.
이번 전시는 화가가 그린 도자기 II-Ceramic Printing(도자판화)전으로서 회화 작가들의 작품적 특성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시도된 기획전이다. 이를 위해 도예가 조일묵이 개발한 점토는 펄프를 25%이상 섞어 만든 펄프점토로 화면의 부조적 특징과 섬세한 재질감을 충분히 살려낼 수 있는 특징을 갖는다. 평면적 특성이 강한 회화작품들을 도자화하는 제작 과정에서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방법으로 접근해 이루어졌다. 회화 작품의 특성에 따라 작품 원판을 직접 석고틀로 떠서 펄프점토를 부어 떠내는 방법으로 완성할 수 있는 작업(최준걸, 이수천)과, 석고판 자체에 직접 그림을 그리거나 판각을 하여 기본틀을 만들고 그 위에 펄프점토를 부어 떠내는 작업 방법(김영리, 김승민)으로 이루어졌다.
새로운 시도와 실행은 예측할 수 없는 난관에 부딪히지만 이를 극복하고 이들이 이룩한 성과는 도자 영역의 확대와 새로운 개념이 부합된 시도로서 일단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또한 신소재와 기법이 돋보이는 점과 회화의 풍성함을 그대로 담아낸 효과도 높이 살만하다. 참여한 작가들은 각자의 회화적 특성을 드러내고 있는데 김영리, 김승민은 들꽃을 비롯한 자연적 소재를 단순화한 조형으로 표현하였고, 산을 독특한 재질감으로 표현하는 최준걸은 원 회화 작품을 그대로 도자화하여 재질감을 충분히 살려내고 정신성을 상징하는 푸른색의 조화가 돋보이며, 조각가 이수천은 돌 위에 서각으로 판각하고 유리질 안료를 사용하여 다양한 색감을 연출해 내고 있어 다양한 도자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 이러한 시도가 이대로 멈추지 않고 지속되어 더 다양한 작품들이 도자로 만들어질 수 있다면 Ceramic Printing(도자판화)의 방법은 하나의 새로운 장르로 자리 잡아 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작품의 특성에 따라 소지를 선택적으로 사용하고 유약의 사용을 연구한다면 보다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점과, 보다 회화적 특성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색감을 사용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이는 도자기의 제작 과정이 간단치 않다는 것과 한사람의 도예가가 감당하기에는 벅찬감이 없지 않다.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각자의 작업적 특성에 따라 도예가와 화가의 일대일 방식의 작업이 이루어져 지속적인 연구와 토론의 과정을 거쳐 진행된다면 보다 완성도 있는 작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전통을 현대화하는 작업이나 새로운 영역의 개척이라는 것은 그 사회의 역사와 문화의 두께 만큼이나 버거운 문제겠지만, 사고의 전환과 신 개념의 모색에 의해 예술가들의 열정과 도전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해준 의미있는 전시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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