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도자기 배움을 소망
이젠 도자기 만들기를 즐길 수 있어 행복해요
5년째 쉬지않고 작업해
이제 도자기 만들기가 삶의 일부처럼 편안해져
취미로 도예를 시작해 5년 정도 작업하다보면 처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에서 조금 벗어나기도 하고 열정이 앞서기만 하던 상태에서 차츰 욕심 없이 도예를 즐기는 단계가 된다. 이영실씨(48)는 현재 5년째 쉬지않고 작업하고 있다. 그도 역시 처음에 작업 할 때와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발견하며 삶의 일부처럼 편안해진 도자기를 만들고 있다. 이전에 동양화와 서예를 취미로 했었던 그는 도예를 처음 시작했을 무렵 자신이 배웠던 그림을 도자기에 옮기는 데에 열심이었다. 철화, 코발트 등을 이용해 자신의 도자기를 장식하는 것이 그의 작업에 중점이었고 가장 중요하게 여겼었다. 점차 도자기의 형태나 유약의 빛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그림은 그 작업의 일부로 축소됐다.
그는 현재 처음 작업을 시작했던 서울산업대학교 사회교육원에서 알게된 김동회 도예가의 공방에서 4년째 작업하고 있다. 당시 서울산업대학교 사회교육원의 강사였던 김동회 도예가의 친절한 가르침에 이끌려 공방으로 오게됐다고 한다. 이미 익숙해진 그에게 배우는 것이 마음도 편하고 공방의 가족적인 분위기가 좋아 아직까지 다른 곳으로 옮겨 볼 생각도 않고 일주일에 두번씩 빠지지 않고 공방을 찾는다. 특히 김동회 도예가가 라쿠작업을 많이 하기 때문에 라쿠 소성을 배울 수 있어 더 좋다.
지난해 고양시 행주미술대전 출품 특선 수상
2002워킹우먼 리빙페어에 참여해 콩나물재배기 인기리 판매
이영실씨는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했다. 그가 작업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베란다가 딸린 작은 방은 그가 대학시절부터 보던 역사서와 도자기 관련 책들과 직접 만든 도자기들로 채워져 있다. 그다지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발코니에 전기물레가 한대 놓여있고 널찍한 책상이 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소일 삼아 작업하기엔 그다지 옹색해 보이지 않는다.
우리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던 대학시절부터 막연하게나마 도자기를 좋아하고 언젠가 배워보리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오랜 바램대로 직접 도자기를 만들면서 직접 사용할 만한 도자기, 필요한 도자기를 만들게 됐다. 특히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분청도자를 좋아하고, 쓸모가 있는 소품 위주로 작업한다. 장식성이 강조된 오브제 작업을 할 때도 촛대, 호롱 등의 비교적 형태가 자유로운 용도를 갖춘 것들이 되곤 한다. 지난해 고양시에서 주관하는 행주미술대전에 오브제작품을 출품해 특선을 수상했다. 이 작품 역시 오브제의 성격이 강하지만 호롱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영실씨는 2002년 코엑스에서 열린 워킹우먼리빙페어에 부스를 얻어 작품을 전시판매하기도 했다. 당시 전시의 주관처였던 여성신문사에서 일하던 아는 사람의 권유로 참여했으나 많은 것을 배우게 한 경험이 됐다. “그냥 겁없이 참여했는데 당시에 부스를 채우기 위한 작품들을 만드느라 너무 힘들었어요. 작품을 만드는 것 뿐 아니라 포장하고 나르고 판매하는 모든 과정에 힘들지 않은 부분이 없더라고요.” 그 전시에서 이영실씨는 콩나물재배기를 판매해 인기리에 판매했다. 큰 맥주잔 정도의 크기로 한끼분량의 콩나물을 가정에서 손쉽게 재배해 먹을 수 있도록 쓰임새를 부여한데다 장식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위에서 물을 부으면 아래에 달린 물구멍으로 물이 흘러나올 수 있도록 만든 이 콩나물 재배기는 유약을 바르지 않고 라쿠소성해 검게 연을 먹여 빛을 막아주고 도기가 물기를 머금고 있어 콩나물 재배에 적격이다.
아기자기한 소품 좋아하는 소녀적 감성
올해는 공모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
웃음이 많은 그의 얼굴에는 소녀적인 감성이 묻어난다. 그의 그런 성격은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고 작은 것들을 많이 만든다. 선물을 하기에도 좋고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보니 소품 만들기를 더 좋아하게 된다고 한다. 오랫동안 도자기를 배우기를 소망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참 욕심껏 여러 가지를 만들기도 했다. 두루마리 휴지를 넣는 통이나 비누각 등 지금에 와서는 스스로 우습기까지 한 기발한 것들을 만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는 끊임없이 뭔가를 생각해내고 계획하는 일이 즐거웠다. 작업이 어느 정도 안정적이 되고 여유가 생긴 지금은 그저 생활의 일부처럼 작업하는 것을 즐길 수 있어 한결 마음이 편안하다. “솔직히 처음보다 열정은 좀 줄어든 것 같아요. 그래도 제가 도자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요. 이렇게 즐길 수 있는 상황에서 도자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그렇게 스스로 작업하는 게 행복해서 인지 주변사람들에게 도자기를 배우라고 권하는 데에도 적극적이다.
이영실씨는 무심한 듯하지만 엄마가 도자기를 만드는 데에 호기심을 보이는 아들이나, 언제나 물심양면으로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는 남편에게 늘 감사한다는 말도 잊지 않고 전한다. 그에게 바램이 있다면 지금처럼 꾸준하게 조급함 없이 작업하는 것과 나중에 자신의 작업장을 마련할 수 있는 넓은 전원주택에서 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올해는 공모전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공방식구들끼리 전시회를 열어보고 싶다고 한다.
서희영 기자 rikki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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