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품과 공예품의 사이에서
글/김진아 홍익대학교 도예연구소 연구원
엘도라도(Eldorado)를 연상시키는 라는 부제의 손창귀 개인전은 ‘예술성+실용성’의 결합이라는 통속적이고 답보적인 논쟁을 우회하는 작가의 태도를 얼핏 느끼게 한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예술작품은 작가의 감성을 중심으로 아이디어와 테크닉이 결합되어 이루어진다. 반면 공예는 숙련된 손의 기술을 바탕으로 아이디어와 감성이 엮어져 제작된다. 모두 감성과 아이디어, 기술을 요하는 활동들이지만 무엇이 중심이 되는가에 따라서 각 영역들이 결정된다. 그러나 어느 것이 메이저이고 어느 것이 마이너라고 단언하고 싶지는 않다. 손창귀의 작품도 이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후자 쪽으로 의도적인 추파를 던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여느 도조 전시와 다를 바가 없다. 전시장 가운데 놓여진 물고기들은 성서에 전해지는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물고기가 물고기를 달고 있는 형상은 비단 성서의 교훈뿐만 아니라 그것의 전통적인 상징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인상깊은 동세의 새와 물고기가 얹어진 상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이 어떤 용도를 가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물론 예술작품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겠지만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착상한 기발한 아이디어와 작가의 예술적 감각이 융화된 그의 작품들은 그 자체가 예술작품이며 실용성이 있는 공예품들인 것이다.
작품의 소재가 되는 새와 물고기는 고대부터 가장 많이 시문되는 문양들로서 새는 상서롭고 끈질긴 인간의 생활력을 상징한다. 특히 물고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산(多産), 풍요와 번창, 부귀와 출세 등을 상징하며 여러 생활기물의 장식에 쓰여져 왔다. 처음부터 쓰임새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그의 작품에 이러한 소재들이 도입된 것은 필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또한 오래된 듯한 색의 처리, 그리고 벽화를 연상하게 하는 저부조의 거친 표면은 전설이라는 부제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앤틱(antique)과도 교묘히 어울리는 이 표면처리는 건물의 실내를 미적으로 장식하기 위한 다분히 의도적인 것으로 읽혀진다.
손창귀의 작품은 순수한 창작성이 돋보이는 예술작품들이지만 지극히 의도된 것들로서 인간이 생활하는 공간에서 사용되도록 만들어졌다는 데 그 가치가 있다. 하지만 대중들이 직접 집에 두고 사용하기에는 아직은 조금 부담스러워 보인다. 크기도 크기지만 흙이라는 재료에서 오는 부담감이 아직은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곁에 두고 쓰기보다는 구석에 세워두고 감상할 공산이 많다. 철저히 실용성을 가미한 도조를 구상했다면 손으로 만지면서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실용적인 예술품이 될 수 있도록 크기와 용도, 그리고 예술적인 부분까지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기사를 사용하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s://www.cerazin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