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최선일 _ 서울특별시 문화재감정위원
도자기의 생활화
우리나라 문화재 가운데 고려시대 청자, 조선시대 분청사기와 백자는 세계적인 문화재로 인정받고 있다. 이는 일본 오사카동양도자미술관이나 프랑스 기메박물관 등에 전시된 우리나라의 도자기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도자기는 중국과 일본의 도자기와 비교하여 유색(釉色) 문양(文樣) 기형(器形) 등 많은 차이를 가진다. 이러한 차이는 도자기에 반영된 각 나라의 미적(美的)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며, 현대인에게 전통도자의 미적 취향은 음식문화(飮食文化)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전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분청사기는 현대인의 미감과 가장 잘 어울려 구매력이 있는 30~40대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편이다.
여러 연구자는 전통도자의 단절을 각각 다르게 논의한다. 필자는 조선말기 일본 자기(倭沙器)의 유입으로 전통자기가, 해방 이후 미국의 금속 용기(드럼통 등)의 유입으로 전통도기가 쇠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일제침략기에 본격적인 전통도자의 재현이 이루어져 1980년대까지만 해도 작품에 복고적인 경향인 강하였다. 그러다가 1990년대 들어 전통도자는 다도(茶道)의 유행과 함께 찻그릇(茶具)의 생산을 비약적으로 증대시켜 우리의 식생활에 차츰 자리 잡은 결과 문예 강좌를 통하여 도자기를 만들려는 취미작가까지 증대시켰다.
지역도자축제 평가기준의 한계
전라남도 강진과 경기도 광주 등은 한국 도자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가마터가 보존되어 있다. 이 지역에서는 도자기를 선호하는 사회적인 변화를 반영하듯 유적과 관련된 도자기축제를 매년 개최한다. 일주일의 축제를 위하여 1년 이상을 준비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있는 것을 보면, 축제가 갖는 의미가 지역에서 매우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축제 평가의 가장 큰 기준이 외국인을 포함한 관광객 숫자와 도자기 판매량으로 많은 사람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대형 이벤트 행사를 주축으로 진행하는 실정이다. 이는 축제 예산의 대부분을 이벤트 행사와 관람객 유치에 사용하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결국 지역에서 도자기 축제를 개최하는 목적을 상실한 채 축제의 내용보다는 외형에 집착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도자기 축제의 목적은 도예인과 일반인을 자연스럽게 도자기를 통하여 연결시켜 주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전통도자가 우리의 생활에 돌아올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한국의 도자산업은 활성화될 것이다.
도자기 체험과 전시는 축제의 가장 중요한 행사로 전자는 일반인을, 후자는 도예인을 주축으로 한다. 특히, 도예인과 관련된 프로그램은 전시회(공모전 포함) 도예워크숍 세미나 경연대회 등으로 나뉘는데, 기존 여러 지역의 도자 축제에서 대부분 시행하고 있다. 필자는 여러 지역의 작가와 작품을 볼 수 있는 공모전을 도자기 축제의 하이라이트라 생각한다. 전국 각지에서 만든 작품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모전은 작가들에게 작품제작의 동기를 부여하고, 관람객에게는 도자기와 관련된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켜줄 수 있다. 한국 도자의 중심에 있는 경기도 이천과 광주의 도예작업장에 가면, 그곳의 대부분 공간을 작품보다는 상품가치가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투각분야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한 작가는 “요즘은 불경기라 작품으로는 먹고 살 수 없어 평상시에는 제품을 만들고, 전시회와 공모전을 준비하며 평소에 하고 싶은 작품을 만든다”고 하였다. 이는 우리나라 도자산업이 처한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한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자문화의 활성화를 위하여 지방자치단체에서 개최되는 도자축제에 다양한 공모전을 개최하여 도예인과 일반인들의 도자에 대한 인식을 바꿔줄 필요성이 있다. 이런 생각으로 강진청자공모전을 추진한 실무자로서 추진과정과 성과 및 한계를 밝혀 보고자 한다.
강진청자공모전의 추진과정과 성과
올해로 4회째를 맞는 강진청자공모전은 고려청자의 모태(母胎)인 강진의 역사성을 바탕으로 도자축제에 여러 지역의 작가들이 참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제안되었다. 2000년 제5회 청자문화제가 끝나고, 그해 11월경에 다음해 청자문화제를 준비하던 강진군청 김승복 계장은 기존 청자문화제와 다른 프로그램의 개발을 고민하면서 필자에게 조언을 구하였다. 필자는 제2회 청자문화제부터 박물관에서 고려청자에 관련된 특별전시회와 학술대회를 진행했기에 청자문화제에 대한 발전방향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다음 청자문화제에 할 수 있는 행사를 두 가지 제안했다. 첫째는 산업 폐기물일 수밖에 없는 청자파편을 가지고 축제에 온 관람객들에게 기념이 될 수 있는 조형물을 만들도록 하자는 것이다. 밑그림이 그려진 조형물에 관람자들이 청자 파편으로 장식을 한다면 축제가 거듭될수록 강진에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만든 조형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여러 지역의 작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청자공모전의 개최로 고려청자의 모태(母胎)인 이 지역의 역사성을 알리고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자연스럽게 참여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이러한 생각은 이천 동국요 방철주 선생님을 찾아뵐 때마다 1970년대 강진에서 채굴한 청자 흙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기에 좋은 점토만 있다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들에게 강진의 흙과 불로 작업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축제의 내용을 풍부히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었다. 우선 공모전을 통해 청자제작의 현황과 작가에 대한 파악이 먼저 이루어져야 했기에 공모전을 제안한 것이었다. 제안을 한 후 담당자와 공모전의 세부계획과 소요 예산액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고, 여러 도예인들의 조언을 얻어 2001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강진군청 김영현 주사와 심사위원 선정 홍보 작품인수 입상작선정 등을 진행해 제6회 청자문화제 기간에는 공모된 도예가 22명의 작품 50여점을 강진청자자료박물관에 전시할 수 있었다.
당시 공모전을 주도한 담당자들은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는 지역공모전의 병패인 학연과 지연 등을 고려한 심사를 피하기 위해 다른 지역의 도자기 역사가와 도예과 교수를 심사위원으로 위촉하자는 것이었고 둘째는 고려청자 특별전시회를 준비하듯 공모전에 출품된 작품에 대해 최대한의 신경을 쓰자는 것이었다. 우선 심사위원의 선정은 당시 지역의 도예인들에게 그다지 큰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지역공모전을 개최하면서 3회까지 전국의 도예인들이 작품을 출품한다는 것은 이러한 원칙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3회 공모전에 출품된 작품 수는 대략 100여점이 접수되어 70점 정도가 본선에 올라왔고, 50여점이 입상작이 되었다. 3회까지 대상이 나온 지역은 이천 2명, 여주 1명이고, 최우수상은 강진 1명, 이천 2명, 여주 1명 순으로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졌다. 둘째는 공모전 출품작은 운송과 전시기간에 각각 작가가 제시한 작품 평가액을 근거로 도난·파손 보험에 들었으며, 전시회 기간 중 전시장에 1명의 담당자를 상주시켜 작품의 파손과 도난에 대비하였다.
공모전의 한계와 개선점
그러나 공모전이 해를 거듭할수록 한계와 개선점이 드러났다. 우선 요장(窯場)이 없는 작가는 유약과 번조에서 타인의 도움을 받은 탓으로 출품작 중에는 같은 가마에서 구워진 작품까지 있었다. 따라서 출품자의 작업장의 유무와 번조능력에 대한 검토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학생부와 일반부의 기준이 모호하여 기존 공방을 가진 작가가 늦게 대학에 들어간 경우 학생부로 출품돼 대학생들이 가질 수 없는 뛰어난 기량으로 입상, 처음 청자를 시작하는 학생들의 작품이 입상할 수 없어 도자기 제작의 경력을 위주로 구분되었으면 한다. 셋째는 매년 특별한 주제가 없어 몇 작가를 제외하면, 출품작이 대부분 동일한 패턴으로 출품되었다. 따라서 매년 하나의 주제(기형 문양 유색)를 선정한다면 기존 작품의 틀에서 벗어난 작품들이 다양하게 출품될 것이다.
금년 조선관요박물관에서는 제1회 한국전통도자공모전을 개최한다. 다른 지역의 공모전보다 전문도자박물관과 엑스포조직위원회에서 주최하기에 전통도자에 대한 발전가능성을 명확하게 보여줄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기존 도자축제 기간의 공모전은 더욱 지역의 특색을 반영했으면 한다. 또한 공모전에 출품된 입상작을 도자축제 기간이 끝난 후에도 다른 지역의 박물관 등에 순회 전시하여 지역 공모전이 가진 한계를 벗어나 전국적인 공모전의 의미를 가졌으면 좋겠다.
2003 제3회 강진청자공모전
김판기 작, 청자진사빗살문과반(제1회 강진청자공모전 최우수작)
이영탄 작, 잃어버린 소리(제1회 강진청자공모전 우수작)
유기정 작, 청자상감현무문통형호(제2회 강진청자공모전 대상작)
전성근 작, 청자투각용문이중호(제3회 강진청자공모전 대상작)
필자약력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회 수료
강진청자자료박물관 전시운영담당 역임
김포국제공항 문화재감정관실 근무
경기도문화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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