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장금일 _ 세라워크 대표
100주년 맞는 국제적 규모 소비재 박람회
2004년 4월 29일부터 5월9일까지 10일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던 Foire de paris(프와드파리)박람회는 올해로 100주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국제적 규모의 소비재 박람회이다. ‘Foire’란 프랑스어로 ‘장터’라는 뜻이다. 주최국 프랑스의 대표적 소비재와 세계 100여개국의 다양한 제품이 참여하고 박람회 현장에서 일반인들이 직접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국제적 규모의 흥겨운 장터라 할 수 있다.
박람회장은 파리 남쪽 폭드 베르사이유에 위치해 있다. 연면적만 해도 110만m2 달하고 방문객 수만 100만명에 달하는 매머드급 박람회이다. 이 박람회는 총 7개의 테마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관은 주택관련 인테리어/ 펜션 / 리모델링, 제2관은 기계 / 공구, 제3관은 음식 테마, 제4관은 국제관, 제5관은 전자제품 / 인터넷 / 생활공예 / 완구류, 제4관은 국제관, 제6관은 레져/캠핑/중고자동차 판매, 제7관은 리빙이라는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한국은 제4관인 국제관에 한국관으로 참가했고 제5관에서는 삼성, LG와 같은 국내 전자 제품 대기업이 전시를 하고 있었다. 제4관 한국관의 경우는 전시면적이 약 110m2 로 9개 공예관련 단체(공예문화진흥원 민족보석관 한국공예리더스클럽 핸드메이드인사동 한국공예가협회 대한민국명품협의회 사단법인한국한지협회 한국공예예술가협회)가 참여했다.
Foire paris의 한국관 참여 역사는 올해로 4회째로 그간 민간 주도의 공예예술가협회에서 주도적으로 참여하다가 금년엔 한국 공예문화진흥원이 주최가 되어 민간 단체와 컨소시엄의 형태로 참여하였다.
국제관 각종 공예품 대거 선보여
국제관 박람회 행사는 각국의 특성을 살린 공예품들로 가득 채워졌고 행사 중간 상설 무대에선 음악 뮤지컬 무용 등 다채로운 문화 행사가 진행되었는데 예술을 사랑하는 프랑스인답게 그 수준도 훌륭했다. 한국관의 경우 오프닝 행사때 목아박물관 박찬수 원장의 나무조각 퍼포먼스로 시작하여 KBS, MBC등의 방송사의 열띤 취재와 재프랑스 대사의 축하 방문 등으로 이어져 분위기는 한껏 고조 되었다.
한국공예문화진흥원 우수전시기획 특별상 수상
10일간의 박람회 기간 동안 한국관에 참여한 여러 우수 단체의 공예품은 현장 판매형식으로 전시됐다. 더불어 현지 시장을 모니터하기 위해 온 각 단체의 대표들은 직접 각각의 통역 요원과 함께 10일간의 힘든 일정을 소화했다.
전시 결과, 프랑스 현지인에게 한국 공예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톡톡한 홍보를 할 수 있었고 이전과 확실히 차별화 된 전시와 우수 공예품은 파리 교민에게도 코리아라는 자부심을 심어주는 등의 한국관의 위상을 세울 수 있었다. 그 결과 국제관에서 100여국과 약 1,200 업체가 참여하는 박람회에서 주는 특별 시상 10개 중 3개를 한국관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특히 한국공예문화진흥원의 수상은 전시 기획이 돋보이는 특별한 수상이였다.
필자는 100년이나 된 흥겨운 장터 ‘Foire de paris’를 통해 한국 공예품의 우수성과 우수 공예품의 시장 경쟁력의 확인하고 그것을 통해 현지 상설 매장진출과 현지 상류층을 상대로 하는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 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국내에서 공예인들을 대표하는 여러 단체의 대표님들이 차후 해외 시장공략을 위한 국제적 감각습득과 그 분들이 일과 후 나누는 협업의 교감을 통한 적극적인 친교 또한 큰 성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해외 박람회 참가에 있어 꼭 집고 넘어 가야 할 문제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1. 사전 정보의 미흡
현지 박람회의 성격과 전시(판매방법, 현지인의 결재수단 - 프랑스인들은 수표사용과 신용카드 사용이 생활화 되어 있음)에 대한 대응과 그에 따른 상품구성 등 현지의 시장정보가 미흡하여 기대치 이상의 매출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2.목표설정의 결여
참여 업체의 대부분이 공예품이 일품 공예이기 보다는 산업공예에 적합한 업체로 그들은 B2B 성격의 바이어 상담을 원하고 있었으나 소시민을 상대로 한 판매성격의 박람회는 참여 업체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3. 사전준비 부족
항상 고질적인 문제처럼 제시되는 짧은 준비 기간과 급조된 상품 모으기 같은 형태는 많은 아쉬움을 남게 했다.
4. 현지 주관업체의 대응능력 부족
프랑스 현지에서 모든 행정적 내용을 지원하는 주관업체의 선정이 무엇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됐다. 특히 금번의 경우 주관 업체의 마인드 결여와 홍보와 바이어 섭외 능력 등의 부족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5. 참가업체의 분야별 분리가 필요
박람회를 위한 정부 주관 부서의 과감한 지원은 여러모로 고무적인 것은 사실이나 형평성을 고려한 함량 미달 업체의 참여로 인해 전체적인 이미지나 다른 참여 업체에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기존에 참여 했던 단체의 일부 저급한 제품(국내 관광지의 저급한 공예품과 같은)이 여과 없이 전시 판매되었고 촌스러운 전시 행태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게다가 시장 길거리에서나 행해지는 호객행위는 매우 민망스러웠다. 차라리 이런 업체는 한국관에 속하지 않고 개인적인 부스로 별도로 참여하게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박람회 참여가 개인적인 협회 영향력이나 인맥 등의 관계 때문에 참가 대상이 걸러지기 어렵다면 더이상 국제 박람회의 한국관의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모든 평가는 현지인의 눈으로 확인한 좋은 제품만이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6. 행정팀의 관리능력 고양
정부 단체의 행정관리 능력고양과 인적지원이 늘어나야 되겠다. 많은 업체의 참여에도 불구하고 지원팀의 현지 민원과 업체의 요구사항 그리고 자체 결산 등을 처리하기에는 아직 많은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있으나마나한 지원요원(마인드 언어능력 섭외능력 행정력 부족)1명과 더불어 애쓰는 전시 담당부장의 노고는 매우 힘들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좀더 전문성을 가진 요원의 투입이 박람회 성공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임을 알아야 할 것 같다.
7. 테마설정 결여
현대는 테마와 컨셉이 중요한 시대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그것을 어떻게 포장하고 전시하고 이야기가 꾸며지냐에 따라 강하게 어필 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판가름 된다. 이번 행사참여에는 그러한 색채가 없었다. 만물상처럼 모인 잡다하고 어수선한 좌판식 장사는 국제경쟁에서 세련되고 강렬한 이미지를 주지 못한다. “그곳은 원래 그래”하는 이전 참여 업체의 마인드라면 그것을 오늘 우리가 깨주어야 한다. 그것이 차별화이다. 다행이 핸드메이드인사동에서 보여준 독특한 테마설정 컨셉은 미약하나마 다행이었다.
8. 참여업체의 효율성
전시 부스가 참여 협회 별로 잘게 쪼개지다 보니 겹치기 전시나 관리인원이 배가 되는 등 인적 요소의 낭비가 있었다. 이러한 내용은 향후 통합 부스와 테마 컨셉부스 기획으로 해결 할 수 있으리라 생각 된다.
위의 여러 문제점이 돌출된 박람회였지만 여기에 상응한 성취기쁨과 다음 박람회가 기다려진다. 왜냐면 지금의 문제가 다음 번엔 반드시 해결되리라 생각하고 그러한 박람회에서 더욱더 멋진 결과과 기대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다음의 성공적인 박람회를 위해 몇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1. 목표설정
Taget을 정하자. 갈증 풀듯이 물 한모금 마시면 다시 목마르는 일회성 소비재박람회의 참가를 지원 할 것인가? 아니면 공예를 산업화하고 국가의 당당한 기간업종으로 세울 수 있는 디딤이 되는 박람회를 지원해 거기에 상응하는 제품개발로 참여 할 것인가?
2. 현지주관 업체의 사전 심의
현지 주관업체를 사전 공개 심의하고 평가한 내용을 업체와 더불어 다각도로 평가, 결정하길 기대한다.
3. 강도 높은 사전심의
모든 사업 성패의 중심은 뭐니뭐니 해도 제품이다. 제품의 질과 내용 생산능력에 대한 신중한 평가로 함량미달 업체는 제외되어야 한다. 따라서 평가도 다각적인 시각에서 입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너무 많은 업체가 참여하는 경험 쌓기식의 참여기회는 배제되어야 한다.
4. 시뮬레이션 작업
장기간에 걸친 세밀한 기획과 제품개발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있는 것 가지고 나가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세계적인 일류상품의 히트를 기대 한다면 기능과 디자인 컨셉이 매우 중요하다. 지나치게 한국적인 상품만 내세우면 소비자는 한번쯤 소장의 의미로 구매 할 수 있으나 지속적인 매출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보다 대중적인 쓰임과 한국적인 이미지 전략을 위한 컨셉 철학도 매우 중요하다. 또한 이(異) 업종과의 기술교류를 통한 제품개발이 다각적으로 이루어 지는 환경도 중요하다. 이런 노력을 모아 충분한 시간을 통해 점검하면서 기획과 제품개발, 생산능력 고양, 전시, 홍보, 바이어 물색, 사전접촉, 효과적인 상담, 보증까지 토탈 시뮬레이션 작업이 필요하다. 왜냐면 전시 기간은 짧고(보통 4~5일) 거기에 비해 기회비용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5. 정부의 창조적인 지원기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물컵에 물을 담아서 어떻게 포도주 맛을 기대하겠는가? 여태의 방법으로 이 정도의 성과였다면 다음은 기대 할 수는 없다. 공평성을 기대하기 위해 참여 업체 선정이 협회나 경진대회 시상자 위주로 선정됐다면 이제는 바꾸어 보자. 왜냐면 지금까지의 성과는 지적한 방법으로만 이루어졌으니까 말이다. 대안으로서 정부나 진흥원에서 실질적인 제품 기획자(MD)를 두고 여기에 맡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업체를 모집하는 것이다. 제품 기획자가 없다면 아웃소싱을 통해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애매한 한국적인 상품이나 관광상품 개발을 위한 시상 프로그램을 통하는 것이 업체나 개인 발굴보단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여기에 입체적이고 창조적인 지원을 기대한다.
이상의 내용으로 박람회의 참관 후기를 정리해 보았다. 공예가 사회에 변두리 산업으로 소외되고 관심거리로도 대접받지 못하는 서글픈 현실속에서 필자는 가끔 한국의 공예품이 자랑스러운 상품으로 당당히 자리잡고 산업공예로서 우뚝 서있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많은 공예인들과 정부의 노력과 한층 발전된 다음 박람회를 기대하고 싶다.
필자약력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도예학과 졸업
이산도예공방 운영
(주)오덱 기술연구소 세리믹 color 재직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산업공예학과 요업디자인 전공
현, 핸드페인팅 전문점 세라워크 대표
한국공예리더스클럽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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