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피재환 _ 요업기술원 이천분원사업단 연구원
도예는 도자 예술작품으로서 도자기가 내포하고 발휘할 수 있는 최대의 소재기술(소지 유약 안료 등)과 제조공정기술을 결합시켜 인간이 창조해낸 도자기술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흙과 불’이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도예작품들은 첨단과학기술의 접목에 의해 어떠한 형태로 거듭 태어나고 있을까? 첨단과학이 결합된 도예작품은 생활분위기와 도자제품의 느낌을 높은 품격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먼저 우리의 생활주변에서 그러한 것들은 찾아보자.
누구나 아침이면 찾는 화장실은 그야말로 도예제품들의 전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냄새나고 비위생적인 화장실은 불가 몇 십 년 전만 해도 침실공간과 격리되어 자리 잡고 있었으며 감춤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화장실은 어떠한가? 시각적, 정서적 느낌에 화장실의 수세 기능과 새로운 기능들이 접목되어 신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먼저 화장실 출입과 동시에 자동으로 켜지는 조명시설, 추운 겨울에 좌변기에 앉아도 적정한 온도가 유지되어 몸이 수축되는 일은 좀처럼 없고, 편안함 후에는 남김없이 자동으로 처리된다. 그리고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타일도판이 방수와 장식의 작용을 가지고 있었다면 최근에는 더렵혀지기 어려운, 유기물을 분해하는 광촉매 기능이 첨가되어 한층 그 기능성을 발휘하고 있다. 또한 세면기에는 세라믹 센서를 이용한 자동급수기능이 접목되어 화장실에서의 인간행동을 절약하고 편리하게 하고 있는 현실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들 외에도 에어컨의 온도센서, 시계의 발광소자, 온도조절용소자, 압전점화장치, 치아미백용 치약, 친환경성 광촉매, 태양전지, 생체재료, 광섬유, 보석류, 원적외선 세라믹 등이 있다. 이러한 제품들은 형상·재질·성질에 있어서 천차만별이고, 동일한 도예제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도예가 첨단과학기술과 접목되어 어떻게 생활화 되고 있는지 번조가마와 유약의 역사, 발전과정, 일반적인 특징을 통해서 알아보자.
인류 최초의 도자기 역사는 1만3천~1만5천년 전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이때에는 가마를 사용하지 않고 그저 노천에서 모닥불 주변에 기물을 놓아 우연스럽게 약간 구워져 기물이 강도를 갖게 되는 정도였을 것이다. 그리고 점토로 만든 기물이 불에 닿으면 단단해지고 물에 용해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한 이후 많은 시간이 흐른 이후에야 가마의 형태를 갖게 되었다. 즉, 일만 년 전의 인류가 점토와 불을 사용해서 처음으로 만든 토기를 시작으로 인간이 자연관찰을 통해 그 당시에 가능한 한 기술을 최대한 이용하여 만들어낸 가마를 사용한 제품들이 속속 출현하게 되었다. 초기에는 웅덩이를 파고 기물을 구워내면서 나뭇가지 등을 덮어주어 환원 토기가 구워졌을 것이다. 이것이 도예와 그 시대의 기술이 접목된 대중화된 대표적인 기술의 예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가마들은 현대에 이르러 1751년 프랑스의 벵센트Vincennes에 의하여 최초로 개발된 터널가마를 1840년에 덴마크의 요르트Yordt와 1858년에 영국의 피터스Peters가 그 시대의 기술을 접목시켜 좀더 개량시켰다. 오늘날의 터널가마는 1900년대부터 사용하기 시작하였으며 열효율과 생산성이 높고, 예열대 번조대 냉각대로 나뉘어 수십 개의 버너에서 일정한 온도를 내주면 기물을 적재한 대차가 통과하면서 번조되는 방법으로 대량생산에 활용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연료 및 발열원의 개발 그리고 로 구조 설계 개발에 의한 환원분위기 전기로, 마이크로파 가마(고주파 영역의 Microwave Kiln)등이 개발되고 있으며 거기에다 컴퓨터가 장착되어 온도와 분위기 조절을 컴퓨터가 정확하게 해주어 완벽한 번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가마의 재료도 규석질 및 알루미나 보드, 단열벽돌, 내화판, 탄화규소SiC 및 질화규소Si3N4 등 비산화내화물 등이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개발되고 있어서 편리하고 열효율이 높은 번조가마가 개발되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첨단과학기술의 접목에 의한 그 발전과 대중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도예와 첨단과학기술의 만남은 유약이다. 옛날 가마 속에서 구워지는 토기에서 한 부분의 표면이 광택이 난다는 사실을 주의 깊게 관찰하여 유약이라는 것이 발생했다는 가설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신라토기가 경질토기로 발전하면서 가마 속에서 번조되기 시작하였고 따라서 고온처리가 가능해지면서 나무재가 기물의 표면에 묻은 것이 녹아내리는 것을 알게 되어 나무재를 흙원료에 섞어 혼합한 액을 기물의 표면에 입혀서 구워내기 시작하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유약은 불과 200여년 전부터 프랑스의 브로니아르Brogniart, 독일의 헤리마르 제겔Hermar Seger 등의 학자에 의하여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하였다.
유약사용 초기단계에는 실용용기에 적용되어 용기의 강도를 더하여 주고 흡수성을 없애서 위생적 특성을 고려하여 사용되었다. 또한 유약의 강도가 강하여 영구적으로 도자기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서 오랜 세월동안 변하지 않고 보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실용적인 목적의 유약특성연구를 통한 미적, 기능적 특성도 겸하게 되었으니 이 또한 과학과 도예의 연계를 알아볼 수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유약은 식탁 및 생활용품 뿐만 아니라 세면기 변기 타일 등과 같은 건축자재에의 적용에서 과학기술과의 접목으로 그 기능성을 발휘하고 있다. 유약 표면이 매끄럽고 알칼리성이나 산성에 강하여 변질되지 않고 세척이 용이하다는 특성에 첨단과학기술의 산물인 광촉매 재료의 접목으로 더렵혀지지 않고 자연정화되는 신기능 제품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그 뿐만 이겠는가, 유약의 사용으로 전기의 흐름을 차단하여 단전, 단열의 효과가 높아 전자제품이나 전기제품, 또는 각 산업분야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도예와 과학기술의 만남은 1만년 이상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인류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해 왔다. 특히 현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전자기술과 에너지기술에 있어서, 도예와 첨단과학기술의 대중화가 이룩한 업적은 크다고 할 수 있으며 앞으로 점점 더 발전할 것이라는 것에는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즉 도예와 첨단과학기술의 만남은 여러 가지 기능을 가진 제품을 만들어 왔고, IT 의료 환경 에너지 등의 분야와 결합된 지금까지는 없었던 신 기능을 가진 도예제품이 대중화 되어 인류 생활향상에 이바지할 것이다.
약력
1999년 한국해양대학교 재료공학과 졸업
2001년 일본 Tottori University 기계공학 석사
2004년 일본 Tottori University 정보생산공학 박사
2004년 현재 요업기술원 이천분원사업단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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