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9.10 - 2004.9.19 토마도 갤러리
시련의 터널을 지나 새로운 가능성으로
글 안규엽 _ 토마도 갤러리 대표
무더웠던 긴 여름. 도예가들에겐 추운겨울보다 더 혹독한 시련의 계절이다. 특히 전업작가들로서는 더욱 그러할 터. 무덥고 힘든 긴 여름의 터널을 빠져나와 상큼한 가을의 문턱에서 이동구의 작품전이 열렸다.
이동구의 작품은 3~4년전 부산아트페어에서 처음 만났다. 담담하고 소박한 분청고유의 맛을 살린 작품은 예쁘고 아기자기 한 도자기가 아닌 오랜 친구를 만난 듯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는 작품 못지않게 식기에도 애착이 큰 작가다. 작품을 지속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과 또 다른 표현 수단으로서 말이다.
최근 그의 근황에 관한 얼마간의 무소식은 잔인한 여름을 틈타 일본의 아오모리라는 곳에서 한 달간의 워크숍에 참여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일까? 이번 전시에서는 은근히 기대했던 분청작품보다 일본의 시노유1)의 장석유 계통 작품을 선보였다. 물론 일본의 시노유를 완벽하게 재현했다고는 볼 순 없었다. 하지만 한 작가가 자신의 작업스타일을 바꾼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동구의 새로운 시도는 즉 도전이며 모험이고 또 하나의 넘어야할 산이다. 그런 면에서 그의 도전적 시도의 작품은 젊은 후배들에게 좋은 자세로 귀감이 되리라 본다.
아쉬운 점은 일본의 도예기법인 시노유는 한국의 몇몇 작가들이 시도했던 적이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이동구는 시노유라는 단순히 일본의 장석유를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그 발생 연유와 역사성, 색의 재현2) 등을 면밀히 연구하고 한국에서의 도예문화와 어떻게 접목이 가능한가를 꾸준히 시도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시노유라는 일본의 도예기법이 이동구의 분청맛과 어우러져 새로운 향을 지니게 될 것이며 역사적으로 빌려주었던(?) 도예를 되찾을 수 있는 작은 노력이 될 것이다.
끝으로, 새로운 그의 시도를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응원할 것이며 반듯이 해답을 찾길 기원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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