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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복 _ 도예가
  • 편집부
  • 등록 2004-11-20 22: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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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그리고 사라진 그 무언가의 흔적 글 이흥복 _ 도예가 뉴욕 맨해턴 북쪽에 위치한 할램 130번가 파크애비뉴. 이곳에 나의 작업실이 있다. 앞쪽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사무실이 들어서면서부터 급변하고 있는 할렘 중심지 125번가가 있고 5분 정도 떨어진 곳엔 세계적으로 가장 번화한 거리로 알려진 57번가로 통하는 길이 나 있다. 그리고 서쪽으로는 명문 유니온 신학대학과 콜롬비아 대학으로 이루어진 대학촌과 부촌이 자리잡고 있으며, 한 블록을 사이에 두고 흑인 동네인 할렘과 맞닿아 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 거리들을 왕래하면서 뉴욕의 삶에 대한 극적인 대비, 뚜렷한 대비를 이루는 밝음과 어두움이 공존함을 느끼면서 도무지 실마리를 풀 수 없는 존재들에 대한 신비와 거대한 미국의 중심에 상존하는 보이지 않는 질서와 힘을 피부로 느끼며 혼동된 마음으로 맨해튼 한복판에 서 있다. 미국은 혼합된 다인종의 생활습관과 경제적인 저력을 바탕으로 거대 문화를 창출해냈고 그리하여 세계 미술계를 주도하고 있다. 다양한 성격의 상반된 논리들이 통합되어 움직이는 미국의 사회조직은 자유로운 행동을 보장하는 듯 하면서도 주어진 법칙에서 한 치의 어긋남도 용납하지 않는다. 이렇듯 엄격한 법칙과 규범이 정하는 방향에 따라 이리저리 이끌려 다니는 사람들로 메워진 곳, 이것이 내가 사는 미국의 뉴욕이다. 세계 미술시장의 블랙홀인 뉴욕의 작가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추구하며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가 하는 것은 나에게 있어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다. 특히 그 거대한 조직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자신의 세계를 표출해내는가 하는 것은 직·간접적으로 나의 예술세계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되고 있으며, 이것은 곧 나 자신의 생존과 직결된다. 뉴욕의 예술가들은 이 거대조직에 대항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으며, 마치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처럼 처절하고 과격하며 기승전결이 없는 직격탄으로 자신을 표현함으로써 미국사회에 메시지를 던져준다. 오늘날 미국 현대미술의 난해성은 아마 여기에 기인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날 미술은 탈장르화의 추세 속에 있지만, 흙을 주로 다루는 도예가로서 흙이라는 재료의 물성과 번조에 따른 한계에 부딪쳐 자유로운 예술적 표현에 제약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회화와 조각의 연장선상에서, 최대한 자유로워지고 싶어 조형작업을 택한 나는 전통적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현대도자예술의 내재적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도자의 본질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작업에 임할 때면 항상 새로운 시각으로 나의 재료를 바라보기를 시도한다. 고유한 매력을 지닌 흙은 작가가 한계를 지우지 않는 한 그 자체로서 무한한 표현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나는 잘 알기 때문이다. 작업의 초창기부터 판성형을 즐겨 사용한 이유는 내가 원하는 형태로 흙을 오려 쓸 수 있어 한층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모양으로 오려낸 조각들을 붙여 한 덩이의 전체를 만드는 작업은 우리네 삶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제각각의 모양을 한 흙판들을 차곡차곡 쌓고 이어붙여 극적인 삶의 모습과 변화하는 시간의 면면을 나타냈다. 사람간의 인연이 존재하는 것처럼 우주 만물의 순환성에 매료되었던 나는 한때 원의 형태를 기본으로 삼은 작업에 많은 시간을 쏟기도 했다. 요즈음 나는 빛을 주제로, 빛의 개념을 이용한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빛은 참으로 신비스럽다. 빛이 수반하는 밝음과 어둠의 흔적들 또한 신비스럽기 그지없다. 이것은 현대미술에서 말하는 사라짐의 미학이나 보이지 않는 세계의 표현, 이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어떤 물체에 닿았을 때 그 흔적과 함께 존재의미를 부여받는 빛은 순수한 이성적인 판단으로서만 이해가 가능하다. 나는 구체적인 형태를 지니지 않은 빛을 가시화하기 위해 묘사를 배제하였고, 자연현상에 따르는 자발적인 움직임과 형상을 찾아볼 수 있게 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내 작품 속에 출현하게 된 빛과 그림자, 단순화된 선과 최소화된 형상들은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그 무언가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시간이 지나서도 절대 잊혀지지 않는 것으로, 바로 우리 안에 자리한 실체가 아닐까 생각한다. 현대미술이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들은 결국 사라져버린 그 무언가의 흔적이다. 그 무언가란 나에게 있어서는 실체이자 내 작품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이흥복 개인전 2004.11.17~11.23 - 통인옥션갤러리(서울) - O? Art Hall(전주) - O?갤러리(롯데백화점 전주점) 작가약력 영남대학교 도예학과, 동대학원 졸업 Pratt Institute Brooklyn(뉴욕) 대학원 졸업 ‘Arthur J. McTaggert 영남대학교 우정장학금’ 수상 동서 도예전(뉴욕), 시카고 아트페어 2002, 이민 100주년 기념초대전(Space World) 등 국내외 약 20차례 개인전 및 단체전 현재 미국 뉴욕에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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