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덕진이라고 지칭된 지 1000년이 지난 경덕진에 이런저런 변화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제1회 경덕진국제도자전람회>를 기해 월간도예는 (주)나라투어와 공동주관으로 경덕진국제도자전람회 참관단을 모집해 20명의 참관단과 함께 중국 상해와 경덕진을 방문했다.
10월 11일-새로운 인연
상해로 떠나는 월요일 아침 인천공항에 모인 참관단들은 총 17명. 서로의 얼굴을 알지 못해 군데군데 흩어져 있던 사람들은 안면이 있는 사람도 있고 생면부지인 사람도 있다.
상해 푸동공항에 내려 조선족 가이드 박태산씨와 중국 소주에 거주하고 있는 월간도예 독자 한분과 다른 비행기로 도착한 또다른 한명이 합류했다. 버스를 타고 가이드의 소개와 설명을 들으며 상해시내를 둘러봤다. 무수한 빌딩들과 새로운 빌딩을 짓느라 곳곳에서 움직이고 있는 크레인들, 복잡한 입체교차로가 중국 대표 경제도시 상해의 첫 인상이다.
상해에 흐르고 있는 황포강의 물방울을 이미지화 했다는 동방명주 탑 앞에서 대구에서 출발한 마지막 인원이 합류해 참관단 20명과 가이드를 합한 21명으로 우리팀이 완성(?)됐다. 공상과학만화에 나오는 건물처럼 생긴 동방명주 탑에 올라 상해 시내를 내려다보고 사진도 찍고 호텔로 옮겼다.
호텔로 옮겨짐을 푼 뒤 점심식사를 하고 대한민국임시정부청사 유적지로 이동하는 버스안에서 서먹서먹하게 주변사람들과 몇 마디를 건네던 참관단이 한사람씩 자기소개를 하고 서로 4박 5일을 즐겁게 보내자고 다짐했다. 대부분이 도예 작업하는 사람들이다. 서울 안성 인천 안산 김해 대구 등지에서 모인사람들은 저마다 갖고 있는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못하는 얼굴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와 외탄강변의 야경, 남경로거리야경을 관광하고 호텔로 돌아와 다음날 경덕진에서의 본격적인 일정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10월 12일-경덕진에서의 첫날
경덕진으로 가는 아담한 국내선비행기를 타고 1시간 정도 날아왔다. 시골 버스터미널처럼 정겨운 경덕진 공항에서 참관단을 기다리고 있는 현지인 가이드와 낡은 버스가 상해와 대조적으로 느껴진다. 오전 <경덕진국제도자전람회장>을 관람하고, 인근에 조성된 도예숍을 구경하며 경덕진의 도자기관광기념품들을 구입했다. 자유롭게 전람회와 인근의 도자기숍들을 구경하며 보낸 하루가 지나고, 작업하는 모습을 위주로 좀더 역동적이고 솔직한 경덕진의 모습을 보고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10월 13일-경덕진의 도자제작 현장들
원래의 일정에 있던 경덕진 도자박물관은 현재 정비공사 중인 관계로 방문하지 못해 바로 경덕진 민속도예촌으로 이동했다. 이곳에는 경덕진 도자기유물을 비롯해 도자기를 잘 빚기 위해, 바닷길이 순조롭길 염원하며 제를 올리는 사당들이 있다. ‘민속도예촌’내 공방에서는 옛가마와 전통적인 작업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월간도예에 최대규씨의 글을 통해 소개된 적이 있는 샤이지아탕을 보며 감탄을 연발했다. 한 참가자는 월간도예에서 본적이 있다며 평소에 열혈독자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고는 해도 옛 가마들의 규모에 압도당했다.
호천도자기유적지에서 청화백자가로등 대형도자기제작모습은 꾀나 인상적이었다. 한명의 꼬막사가 물레 옆에서 반죽을 해주고 두 명의 물레대장이 마주앉아서 작업한다. 물레안쪽에 앉아있는 사람이 주역할을 담당하고 바깥쪽에 앉은 사람은 물레성형에 힘을 더해주며 기물을 들어 옮길 수 있도록 돕는다. 키가 큰 도자기 제작을 위해 4~50cm씩 성형해 말린후 붙여 다듬는다. 깎을 때 흙먼지가 날 정도로 바짝 마른 기물들이 물칠만으로 붙여진다는 게 신기했다. 태토개발과 관련된 일을 한다는 한 참관단 일행은 그곳의 흙을 한웅큼 가져왔다.
중국 현대도예가들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도자관을 관람하고, 경덕진 도예가 Huang yun-peng의 작업장에 들러 전통적 협업스타일의 작업방식과 달리 깨끗하고 정갈한 개인작업장을 구경하기도 했다.
우리가 머물렀던 경덕진호텔에서 도보로 15분쯤 떨어진 곳에 진창리라는 지역이 있다. 이곳에 즐비한 도예상점들은 새로 조성된 도예시가지보다 활기차 보였다. 이곳에서 쇼핑을 하고 저녁식사 후 한 방에 모여 밤이 깊도록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곳에 와서 보고느낀 것들을 함께 이야기하고 쇼핑한 것들을 자랑했다.
10월 14일-경덕진에서의 마지막날
경덕진의 오래된 도자기공장터로 이름난 곳은 10여개에 이른다. 이중 현재까지 도자기를 제작하고 있는 곳은 광명지참이라는 곳으로 캐스팅한 도자인형들을 주로 제작하고 있다. 옛 건물들의 운치있는 모습들도 보기 좋았고 그안에서 작업하는 사람들도 보기 좋았다. 흙을 정제하는 공장, 캐스팅도자인형공장, 상회도자기공장, 판매장 등이 군집해 있는 곳이다.
오후에는 경덕진 도자대학을 공식방문하는 일정이 잡혀있었다. 경덕진 도자대학내 전시장에서는 경덕진 도예가들의 작품들과 경덕진 도자대학 교수작품들, 학생들의 작품들을 비롯해 ‘중한 도예작품 교류전’도 열리고 있어 낯선 곳에서 익숙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공식일정으로 많은 것을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경덕진 도자대학은 전시장외에 수업하는 교실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한국말을 모르는 현지가이드와 상해가이드로 일하는 조선족 가이드를 거친 통역으로 이같은 상황을 순조롭게 설명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경덕진에서 준비한 선물보따리들을 꾸리고 상해로 돌아왔다.
10월 15일-떠나는 날
상해에서 맞이한 아침. 여행이 끝난 아쉬움과 다시 돌아갈 곳에 대한 어렴풋한 그리움이 든다. 짧은 일정동안 어느새 정이든 얼굴들은 아침에 호텔 로비에 모여 연락처를 주고 받느라 분주하다. 비행기를 타기전 남아있는 몇가지 일정으로 분주한 가이드를 따라 윤봉길의사가 도시락폭탄을 투여한 곳으로 유명한 홍구공원과 예원을 찾았다. 예원은 명나라시대 고관이었던 한 효자가 부모를 기쁘게 해드리려고 18년에 걸쳐 지은 정원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것으로 유명하다. 다시 푸동공항… 상해가이드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일정이 끝나버린 것에 대해 못내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있고, 다음번 여행도 함께 하자고 벌써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인천에서 수하물이 다 나올때까지 기다려 주고 다음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각자의 생활에서 벗어나 모인 20명의 사람들은 성별 거주지역 연령대 모두 각각이다. 무엇보다도 작업하는 사람들이 많아 개성도 강하고, 고집스럽기도 하고, 다행히 익살스런 구석들도 많다. 기름지고 향이 진한 현지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추장이며 김치를 챙기느라 바쁜 사람들도 있고, 잘 못 먹는 사람들에겐 미안하지만 나오는 음식마다 감탄을 금치 못하고 먹고 보자는 사람들도 있었다. 중국에서의 4박5일이 추억이 되면 아쉬웠던 부분들은 잊혀지고 그곳에서 만난 즐거운 사람들과 새로웠던 경험들과 재미있었던 일들만 기억될 것이다.
서희영 기자 rikki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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