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정아 _ 스웨덴리포터 사진 작가 제공
노벨과 이케아
복합적 예술 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스웨덴 현대도자예술과 비교할 때, 스웨덴의 산업도자디자인은 Swedish design이라는 특성을 뚜렷이 보이고 있는데, 오늘날 스웨덴의 현대 도자디자인의 대표적인 특성은 노벨서비스Nobel service와 이케아IKEA 제품들에 가장 잘 나타나 있으며, 이들은 스웨덴 디자인을 양극단적인 형태로 반영한 상징이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산업도자디자인은 말할 나위 없이 매년 12월 10일 노벨상 수상식 만찬에 사용되어지는 노벨 서비스(자세한 정보는 월간도예 1996년 12월호와 1997년 1월호를 참고)를 꼽으며, 이를 디자인한 카린 뵈르퀴스트Karin Bjorquist(또는 남편 성을 따서 카린 린드퀴비스트, 디자이너 카린에 관한 정보는 1997년 2월호를 참고)는 스웨덴 도자 디자이너들 중 독보적인 존재이다. 노벨 서비스는 품질과 예술적 감각이 훌륭할 뿐만 아니라 스웨덴 디자인과 노벨상의 전통을 현대적 이미지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최고수준의 디자인이다. 이 제품은 엄청난 노동력과 생산단가를 요구하는 디자인으로 상당한 고가품이다.
이케아의 산업도자는 노벨서비스와 비교할 때 극단적인 대조를 이룬다. 노벨 서비스가 스웨덴의 국가적 행사와 예술문화를 대표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었고, 고가품으로 왕족과 부유층을 소비대상으로 하며, 복잡하고 수공예적 노동력 중심의 제작공정과 높은 생산 단가를 요구하는 제품이라면, 이케아의 도자제품들은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전통적인 스웨덴의 사회윤리를 바탕으로 아름다운 물건들을 낮은 가격으로 제공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디자이너 제품을 소유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케아는 인구 5백만의 작은 스웨덴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풍부한 국제시장을 대상으로 함으로써 스웨덴의 공예와 디자인을 전 세계로 전파하는데 사실상 가장 큰일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조립식 가구의 대명사로 불리며 값싸고 기능적인 생활용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는 스웨덴의 국제적인 기업 이케아www.ikea.com는 잉그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1926년 생)에 의해 1943년에 창업되었다. 그는 스웨덴 남부의 작은 시골 농장 엘름타브드Elmtarvd에서 성장했는데, 이케아의 이름은 창업자의 이름 이니셜 I, K와 그의 고향 엘름타브드의 E, 그리고 그의 고향농장 가까이에 있던 작은 마을 아군나이드Agunnaryd의 이니셜 A를 모아 지은 것이다. 어린시절부터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며 성냥을 팔았던 이케아의 창업자 잉그바르는, 올해 세계경제통신에 의하면 상속을 받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성공한 전 세계 갑부들 중에서 개인자산이 빌 게이트의 460억 달러보다 많은 530억 달러로 세계1위의 부호자리에 올랐다. 잉그바르는 전형적인 스웨덴의 고지식한 노인으로 구두쇠로 불릴 만큼 지독하게 검소하고 절약하는 생활로 유명하다. 현재 이케아는 스웨덴에 본사를 두고 세계 31개국에 무려 177개의 매장, 7만여명의 직원을 갖고 있으며, 세계 각국에서 픽업한 80명의 디자이너들이 스웨덴 본사에 위치한 12개의 이케아 디자인하우스에서 이케아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케아에서 원하는 디자이너상은 다양한 재료를 다룰 수 있는 복합적인 디자인 능력과 마케팅 감각을 동시에 겸비한 사람으로 강하고 새로운 개성을 보여주고자 하되, 철저히 팀 작업에 적합한 사람이어야 한다.
이케아가 스웨덴 남부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가장 큰 비결은 실용성, 디자인, 그리고 가격이다. 소비자의 욕구를 바탕으로 안전을 전제로 한 완벽한 기능,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과 최대 장점인 저렴한 가격은 이케아의 디자인 원칙이다.
이케아 디자인의 특징 중의 하나는 거의 1만종에 가까운 모든 제품이 가구뿐만 아니라 쓰레기통까지 이름을 가지고 있고 디자이너 실명제라는 점이다. 스웨덴 본사에는 이름만 전문적으로 짓는 직원들이 있는데, 이는 기업과 각 제품의 이미지와 아이덴티티를 높여주고 소비자에게는 제품에 대한 재미와 친근감을 느끼도록 유도하는데 목적이 있다. 디자이너의 이름이 붙어있지 않은 이케아 제품들은 IKEA of Sweden 이라는 마크를 달고 있는데 이러한 제품들은 디자이너 한 사람에 의해 개발된 것이 아니라 상품개발자Product developer와 디자인팀이 함께 개발한 제품이라는 뜻으로 이러한 제품들은 제품 각각의 성격에 따라 현재 스웨덴 본사에서 총 11개 공장으로 나누어 개발되고 있다.
거대한 전 세계 이케아 조직과 그룹을 총지휘하는 이케아의 본사IKEA of Sweden는 이케아가 최초로 시작된 스웨덴 남부의 작은 마을 앨름훌트Almhult에 여전히 위치해 있으며, 수많은 이케아 기업 중 전체 제품라인의 조화와 균형, 각 나라의 지사와 매장을 총괄적으로 조정하는 유일한 곳이다.
스웨덴 디자인의 기본개념은 사회적 산업화와 함께 생활을 위한 미도 민주화되어야한다는 것으로, 1919년 그레고르 파울손Gregor Paulsson에 의해 고취된 굿 디자인의 사회윤리의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보다 나은 제품을 싼 값에 모든 이의 일상생활에 제공하자는 “Better and cheaper utility goods for everyday life”라는 이 슬로건은 이케아를 통해 훌륭히 실천되고 있다고 보이며, 이케아는 사실상 어떠한 스웨덴 기업보다도 완전한 형태의 을 보급하고 있다. 납작한 상자 속에 포장된 유명한 이케아의 패키지형태도 전 세계로 손쉽고 값싸게 물건을 배포한다는 이케아의 기업원칙에 의거한 것이다. 시각적인 외관을 보면 이케아 제품의 대부분은 명도와 채도가 높은 밝은 색채로 스웨덴인들의 밝은 금발을 연상시키게 한다.
악조건의 기후와 수공예의 전통, 그리고 가정을 중심으로 한 디자인
지구의 북단에 위치한 스웨덴은 일년 중 6개월 이상이 겨울날씨인 악조건의 기후를 가지고 있는데, 외부활동을 제재하는 이러한 기후는 스웨덴인들이 가정을 중심으로 한 생활을 하게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이러한 기후는 또한 실내에서 가능한 수공예 전통과 가정생활을 중심으로 한 이들 특유의 기능적인 디자인 특성을 발전시켰다. 이에 더하여, 스웨덴은 중립국으로 세계대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전통적인 사고관념과 생활이 파괴되지 않고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어, 고집이 세고 고지식한 사고를 가진 사람이 많은 만큼 전통적인 수공예제품이 현대적인 가정생활의 구석까지 실용화되고 있다. 스웨덴식 미니멀리즘Swedish minimalism이라고 불려지기도 하는 스웨덴 디자인은 단순성, 간결성, 명쾌함, 우아하고 신선하며 깔끔한 맛으로 현대 디자인 감각의 한 전형으로 인정된다. 단순하면서도 딱딱한 직선과 날카로운 각이 없이 자연적인 형태를 반영하는 부드러운 곡선과 친근한 표현으로 휴머니즘과 민주주의에 기초한 기능주의, 전통과 가정생활, 자연주의에 기초한 합리성에 잘 조화시킨 스웨덴식 모던Swedish modern이라는 양식을 성립하며 1930년대 이후 세계 디자인계에서 찬사를 받아왔다. 1930년대 뉴욕에서 히트를 한 뒤 전 세계로 확산된 스웨덴식 단순 간결한 가정 스타일 디자인은 민주적이면서도 우아한 Good Living/ Well Living/ Living Design이라는 디자인 개념을 탄생시켰으며, 전통과 인간적 가치, 삶을 위한 아름다움을 진정한 목적으로 하는 세계를 상징하게 되었다.
모든 인간을 위한 공예와 디자인
디자인과 예술은 한 사회계층에 속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디자인의 사회화와 윤리개념이 철저한 세계적인 복지국가 스웨덴은, 60년대부터 인간공학적 디자인Ergonomics design과 지체부자유자를 위한 제품디자인Design for disabled, 그리고 환경친화적인 디자인제품Eco-design에 관심과 투자를 집중하고 이에 관련된 디자인 그룹과 연구를 정부차원에서 특별지원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삶의 질과 환경, 사회 공공집단의 복지와 이익의 차원을 증진시키기 위한 이러한 정부차원의 노력은 비단 지체부자유자나 환자들을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유아와 어린이, 청소년, 노인, 직장인들의 전문적 직업 환경을 위한 특수한 디자인들을 각각의 필요에 의해 제공함으로써 이를 통해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사회전체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스웨덴에서 시작한 이 새로운 디자인 개념은 후에 전 세계로 확장되었으며, 스웨덴의 에르고노미 디자인 그룹은 세계적으로 이 분야의 선봉적인 디자인제품개발과 연구로 유명하다.
그리고 오늘
스웨덴 내에서 예술도자와 도자디자인에 대한 예술성에 대한 논의는 최근 들어 상당히 열기를 띠고 있다. 이러한 논의들 중의 일부는 진정한 스웨덴 도예의 정체성이 무엇인가에 대한 것으로 논의의 결론은 언제나 단순성, 엄격하게 정돈된 간소함, 그리고 기능성으로 맺어지곤 한다. 이러한 미니멀리즘의 전통성에 반발 또는 만족하지 않는 젊은 도예가들과 디자이너 그룹은 거칠고 투박하며 세련되지 않은 복잡함을 의식적으로 그들의 작업에 표현하곤 한다. 이러한 예들은 환경문제와 연관하여 동물의 이미지를 변형한 수건걸이 등을 정돈되지 않은 형태로 디자인하는 구스타프 노덴휄드를 비롯해 반反 기능적 형태를 작가 개인의 상상과 심리를 반영하여 상징화하는 리누스 에르손, 예술도자작업을 하고 있으나 사실상 그릇의 형태를 완전히 탈피하지 않은 제니 다니엘손이나 안나-카린 아르비드손 등으로 들 수 있다. 이러한 젊은 세대의 작업들과 함께, 스웨덴의 노장 도예가들인 케네트 윌리암손과 시그네 페르손-멜린, 군나 뉘룬드, 카린 뵈르퀴스트의 정통 스웨덴도예와 디자인은 역사와 현재의 시간이 공존하는 스웨덴 도예의 오늘을 대변한다.
연재 끝
(다음호부터는 북유럽 유학정보가 새롭게 연재됩니다)
필자약력
이화여대 및 동대학원 도예과 졸업
스웨덴 국립 욧데보리대학교 대학원 석사(MFA)
핀란드 헬싱키산업미술대학교 대학원 박사(Doctor of Art)
개인전 2회(스웨덴), 국제학술대회 논문발표 3회
핀란드 UIAH 도자연구소 전임연구원 및 도예과 전임강사 역임
현재, 스웨덴 욧데보리대학교 전임강사(공예학부) 및
전임연구원(디자인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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