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명성 이어받을 도약이 필요한 시기
강진청자사업소를 중심으로한 청자촌
전라남도 강진 대구면 일대는 고려시대 우수한 청자를 생산하던 곳이다. 이곳의 역사성을 보전하기 위한 청자촌 설립을 위해 25년전 청자 사업소가 설립됐고 민간요업체들이 대구면 일대에 정착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장려해왔다. 청자사업소는 고려시대 청자를 연구하고 재현하는 제작소와 박물관을 운영하며 강진청자축제 등으로 청자발전 사업에 힘쓰고 있다. 이밖에도 매해 학술대회와 세미나를 개최해 강진청자연구에 대한 학술적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강진군에서는 민간 요장들에게 부지 매입의 특혜를 주기도 하고 요장일을 도울 수 있는 공공근로자를 각 요장에 한명씩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청자촌 일대에는 13개의 민간 요업체가 있으며 자체적으로 조합을 운영하며 공동전시판매장도 운영하고 있다.
청자사업소의 재현청자 수준 높이고
현대생활에 활용될 청자 개발 시급
강진 청자사업소에는 이용희 실장을 비롯한 10여명의 연구원들이 강진의 흙을 수비해 유약기법을 공개하지 않는 가운데 청자를 제작하고 있다. 유물의 기형과 문양, 빛을 모방해 만드는 재현청자가 이곳 생산품의 대부분이나 완성도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강진군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되는 강진청자사업소의 청자가격은 민간 요장에서 만든 청자로는 손익을 밑도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청자연구소에서 만들어지는 청자는 일반에 보급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박물관에 진품 대용으로 진열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값싸고 어설픈 재현품은 청자에 대한 일반인들의 고정관념─실제 사용하기보다 두고 보아야 하는 과거의 유물─을 박제하는 요소가 된다. 청자제작소내 전기환원가마사용에 대한 타당성 여부와 전통가마소성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청자 사업소는 청자가격에 대해서 “일부 작가들이 일본에서 형성된 가격을 국내에서 그대로 적용하려 하는 것 같다”며 “일반인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가격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이에 반해 민간요측은 “청자사업소는 관에서 지원하는 곳이기 때문에 가격을 낮출 수 있는데다가 ‘강진군에서 운영하는 청자사업소의 청자’라는 상표성도 갖게 된다. 이에 민간요에서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가격을 낮출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입장이다.
청자는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도자기가 아니다. 따라서 현대적인 감각과 어우러지는 청자의 개발이 필요하고 그에 어울리는 음식과 테이블세팅의 개발이 절실하다. 잔 하나에 몇십만원을 호가하는 수입 도자기는 구입해 특별한 메뉴나 이벤트에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도 청자는 그에 비해 수준이 낮은 것으로 여기거나 까다롭다고 생각해 사용하기를 꺼린다. 한 도자기 매장 운영자는 손님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깨지지 않느냐?”라며 “도자기는 물론 깨진다. 그런 이유에서 들고 나르며 사용하기 보다는 관상용이라는 관념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고려청자는 고려시대 귀족문화의 산실이고 그에 어울리는 명품이었다. 오늘날 청자는 과거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대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외국의 도자기며 패션 제품들은 명품으로 우대받으며 나름의 고급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강진 청자박물관의 최선일 학예원은 “명품선호현상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지만 청자발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분위기로 여겨진다”며 “현대적인 디자인에 뒤지지 않는 수준 있는 청자의 개발이 필요하다”며 청자의 고급화와 디자인화를 강조한다.
지역적 접근도 떨어지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7회에 걸친 ‘강진청자문화제’의 정착
최우수 지역축제로 선정되기도
수도권에 인구 밀집이 심한 우리나라의 형편상 지방의 문화 예술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격을 수밖에 없다. 강진은 지역적 접근도가 많이 떨어지는 지역이다. 고려시대 장보고를 위시해 해상무역의 중심지이기도 했지만 현재는 그 위엄을 찾아보기 힘들다. 몇해전 서해안 고속도로가 개통돼 이전보다 수도권에서 찾아오는 이들이 많아졌지만 아직 만족할 수준이 못된다. 청자 박물관측에 따르면 매해 매표 관람객 수는 15만명 정도이며 축제기간에는 하루 3~4천명이 박물관을 찾는다고 한다.(참고로 국립중앙박물관의 일일평균 입장객 수는 1만5천여명이다) 박물관측은 접근도가 떨어지는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우연한 기회나 지나는 길에 들르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찾아오는 수고를 감수하는 사람들이므로 청자에 대한 관심도면에서 고무적이라는 설명이다.
매해 7월말에 개최되는 강진청자문화제는 지난 2002년 문화관광부에서 지정하는 최우수 지역축제로 선정됐다. 이는 강진의 지역적 역사적 특색을 잘 살린 축제로 타지역의 도자기축제와 차별된 내용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강진청자문화제는 전문인을 위한 공모전과 후진양성을 위한 대학 물레경진대회, 일반인을 위한 각종 체험교실과 볼거리를 제공하며 참여자 수 60만에 이르는 지역축제로 정착했다.
올해 세 번째로 열리게 될 청자공모전은 1회와 2회 수상작이 말해 주듯이 전통청자의 신비한 빛과 아름다움을 잘 살려 현대인의 정서에 맞게 새롭게 디자인된 작품에 우수한 평가를 내린다. 청자공모전 운영위는 앞으로 공모전을 통해 현대적인 감각의 신진 작가들을 발굴해 우리의 식탁─그중에서도 특별히 격식을 갖춘─에 어울릴만한 식기의 개발 양산 계획을 밝혔다. 청자 디자인화의 시도로 현재 청자사업소에는 반상기세트‘효’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청자문화제’국제적인 규모의 축제로
나아가기 위한 도약 필요
우리청자가 그 원류였던 중국의 청자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는 결코 과하지 않다. 강진은 세계 최고수준의 청자가 만들어졌던 곳이다. 역사 속의 명성에 자족하는 것은 현재 강진의 청자문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역사속의 명성이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선조들이 이루어 놓은 업적에 상응할만한 현대 문화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미 유럽의 상류층에서는 청자를 알아보고 수집하는 분위기가 조성돼가고 있다. 일부 청자 매니아들은 강진의 축제기간에 맞추어 강진을 방문하고 있다. 이들을 매해 강진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것은 우수한 청자뿐이다. 운영이 어려운 요장에서 상품개발이 어려워 지금까지 만들어온 뻔한 상품을 만들어내는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젊은 작가들 사이에서 청자의 디자인개발과 고급화에 대한 움짐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청자촌을 보다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대구 고려청자 관광단지를 조성중이다. 여기에 현재 도예문화원을 건축중이며 이곳에서는 현대적으로 디자인된 청자를 위주로 전시판매할 계획이다.
강진에서는 올해 여덟번째로 강진 청자문화제가 열린다. 지금까지의 축제 성과를 높이 평가받고 있는 지금이 국제적인 축제로 나아가기 위해 도약해야 할 시점이다. 강진 청자 문화가 나아갈 방향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서희영기자 rikkii77@hotmail.com
강진 청자문화제의 민간요업체 판매 부스
강진청자사업소
강진청자문화제에 선보인 청자 제기세트
12세기에 제작된 강진 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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