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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박초승
  • 편집부
  • 등록 2005-03-23 23:23:24
  • 수정 2015-08-27 21:3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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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세상의 구석을 향해 줌렌즈를 당기는 작가 창안으로 옮긴 풍경은 영혼을 끌어들이는 사색의 뜰 “영혼을 끌어들이는 사색의 창” 도예가 박초승(47)의 작품에 매료된 한 수필가가 표현한 말이다. 박초승의 작품은 미지의 낯선 세계를 향해 열린 창이다. 그 창엔 한국 전통의 궁과 사찰, 앙코르와트와 티벳, 필리핀의 오래된 성당 등이 담겨있다. 작품을 보는 이들을 과거와 현재를 향한 다양한 목적지로의 여행으로 이끈다. 박초승의 작품은 도벽형식이다. 일반적으로 도벽은 2차원적 평면감을 지녀 양각과 음각을 통해 입체감을 준다. 그러나 그 입체감에는 한계가 있다. 원근법의 표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독특한 입체적 표현과 색감으로 도판에서도 원근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야성적인 세계를 주저함 없이 창안으로 대범하게 옮겨 놓는다. 낯선 세계로 친근하게 인도할 줄 아는 재주를 가진 듯 하다. 유리액자 속이나 고목 위에 붙여진 그의 작품 앞에 서서 심취한다면 잠시나마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행운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학창시절 정성을 더할수록 온전히 완성돼 돌아오는 흙작업에 매료 작가는 1978년 대구 효성여자대학교(현 대구카톨릭대학교) 응용미술과에서 처음 흙을 접했다. 흙이 가진 물성과 불의 심판으로 완성되는 색감과 질감에 매력을 느껴 당시에는 흙냄새조차 좋았다고 한다. “학창시절, 흙을 향해 정성을 더하면 할수록 일체의 거부함 없이 온전히 완성돼 되돌아옴을 보고 매료됐습니다. 흙은 태초의 처음이자 마지막 물질이며 스스로 형태를 가질 수도 있으며 인위적인 힘에 의해 무한히 변화할 수 있는 물질이 때문에 그 매력의 깊이가 더욱 깊었습니다”라며 회상한다. 대학 졸업 후 일본 세토로 건너가 1년간 오월요라는 공방에서 작업을 했다. 일본에서 작품 활동한 1년여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스스로의 개성을 찾아 작품으로 표현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한 시간이었다. 타지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88년에 효성여대 대학 대학원에 입학했다. 당시는 국내 대학 도예과의 작품성향 대부분이 오브제를 바탕으로 한 도조형식으로 활발할 때였다. 그는 작가의 사상이나 감정을 작품에 이입시키는 당시 유행에 편승하지 않고 평면화 된 도벽에 와당 등의 문양을 새겨 넣고 형태를 변형시키는 등 형태와 장식, 색채성을 강조한 자신만의 작업세계를 만들어 갔다. 첫회 개인전, 입체물을 평면화하고 흙의 속성을 솔직히 드러낸 신선함으로 주목 1989년 11월 대구 예맥화랑에서 가진 첫 번째 개인전에서는 자연의 풍경을 편화시킨 작품들로 재료의 다양성과 색채감의 변화로 시각적 입체감을 시도한 작품을 선보였다. 작품들은 흙의 물성이 도판을 통해 솔직하게 드러나는 작업방법과 모래, 유리, 석면, 소금, 분쇄된 돌가루 등 이질적인 재료의 실험으로 완성됐다. 당시 전시는 “원통과 직사각형 등의 소단위 입체물을 평면화해 새로운 조형언어로 창출해낸 작업이며 회화적인 문양으로 개발된 다양한 재료와 흙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무유번조는 도조의 영역을 확대한 작품”이라고 평가됐다. 이후 1991년 대백미술관에서 가진 도예 2인전에서는 기둥을 평면화한 유니트 형식의 도벽 위에 풍경의 이미지를 담고 광목천 위에 붙여 매단 설치형식의 작품을 선보여 관심을 모았으며 94년, 97년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가진 2회, 3회 개인전에서는 30cm이내의 접시와 소액자에 자연풍경과 우리전통 문양이미지를 담은 작품을 선보였다.(사진1,2) 도벽작품 ‘창을 통해 바라본 세상’으로 시각적 감흥 전달 박초승은 2000년에 들어서면서 자신의 작품을 창으로 설정하고 자신이 경험하는 다양한 세상을 본격적으로 담아내기 시작했다. 2001년 9월과 10월, 대구의 대백프라자갤러리와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가진 4회 개인전의 주제는 <창을 통해 바라본 세상의 한 부분을 잘라 담아 놓은 액자>였다. 여행을 통해 느낀 감정을 흙으로 빚은 창을 통해 시각적 방법으로 전달하기 시작했다. 그 창안에는 여행에서 얻게 된 자연풍경과 인공의 건축물이 등장하고 작가의 감정 대입을 통한 이야기 구성으로 완성됐다. 작가는 가축을 위해 초라하나마 높이 집을 짓고 현세보다 내세를 위해 천장天葬의 풍습을 가졌다는 티벳과 카르낙 신전의 거대한 돌기둥과 함께 수천 년을 침묵하는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초연하게 작품에 담아냈다. (사진3) 2004년 11월, 서울 인사동의 갤러리서호와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가진 개인전에서는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과 한국의 전통 건축물 여행에서 얻은 모티브로 완성된 작품을 선보였다. 왕권의 신격화와 함께 강력한 신앙으로 존재한 앙코르 와트가 바람에 날려온 한 톨의 보리수나무 씨앗에 모든 것이 파괴되었다는 사실로 절대 영원함은 없다는 것을 깨닫듯 나무뿌리에 눌려 부서진 사원의 건축물을 코발트빛의 안개와 함께 표현해냈다. 또한 창덕궁, 민가, 해인사 등을 배경으로 한 작품은 양반과 상민, 승려의 가치관이 서로 상반됨을 표현한 것으로 이들의 괴리감을 ‘인간애’라는 키워드로 해석해냈다. 또한 온화한 전통건축양식과 민속화에서 채용된 듯한 인물을 등장시켜 시각적 감흥을 자극했다.(사진4,5) 도판위 원근감과 입체감 표현위해 철저한 계획으로 작품제작 그의 작품들은 제작방법에 있어 철저히 계획적이다. 그 이유는 작품에 주로 등장하는 건축물과 자연물, 세밀한 그림에 대한 원근감 때문이다. 이것들을 창 형상의 도판 안에 모두 담아내기 위해서는 제작방법이 계획적일 수밖에 없다. 작가의 주변 손이 닿는 곳에는 언제나 스케치북과 연필이 있다. 스케치북 각 장에는 여행지에서 찍어두었던 사진이나 자료집에서 수집한 사진 2~3장이 콜라주collage기법으로 붙어있고 그 사진을 연필로 옮겨낸 그림이 있다. 콜라주 형식의 사진은 그림에서도 조각으로 나눠 그려져 있으며 각 부분에는 제작시 실제 치수가 상세히 표시돼 있다. 조각을 나눈 이유는 도판별로 높이를 달리해 도판과 도판이 만나는 부분이 서로 엇갈리게 배치해 입체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다. 흙 판은 주로 도판기를 활용해 준비한다. 반 건조된 도판을 구성에 맞게 파내고 뒤틀림이 없이 충분한 시간 건조시킨다. 건조 중 밝은 색채감이 필요한 부분은 흰 화장토를 바른다. 반드시 건조가 완벽하게 완료된 후 초벌한다. 초벌후 고화도 안료로 붓과 콤프레셔를 이용해 색을 넣고 투명유를 옅게 뿌려 마무리한다. 재벌은 고화도 안료의 안정적인 착색을 위해 1270℃의 고온에서 번조한다. 재벌 된 작품 조각은 벽걸이용으로 용이한 유리액자나 고목위에 실리콘으로 고정, 부착해 완성된다. 완성된 작품은 전시공간의 벽면에 걸려 전시된다. 작품과 연계한 인테리어 사업운영으로 도벽의 활성화 모색 현재 대구에서 활동 중인 박초승은 지난 2001년 <창>을 모티브로 한 도벽작품을 선보인 이후 일반인들을 위한 상품성으로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최근 자신의 작품과 실내 인테리어 사업연계를 위해 친동생과 함께 (주)nospoon-Artistic Interior를 설립했다. 그는 작가로서 작업에 대한 고민에 대해 “제 작품이 대중과 공유할 수 있는 아트상품으로 새롭게 거듭나 도예작품도 실내 장식품으로서의 역할을 활발히 할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저는 작가로서의 작품창작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동생이 사업운영 능력을 적극 발휘한다면 다음번 전시에 새롭게 담겨질 <창>속 주제가 남미와 아프리카의 풍경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한다. 박초승의 작품은 단순히 시각적인 차원으로만 평가받는 예술품은 아니다. 영혼을 평온하게 끌어들이는 사색의 뜰을 제공하는 창이다. 오랜 지식까지 총동원해야하는 난해함에 고개를 젓게 할 때도 있지만 세상 구석구석을 향해 줌 렌즈를 당겨대는 작가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그의 작품은 따뜻한 마력을 지닌 듯하다. 김태완 기자 anthos@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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