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진장현 여주대학 도예과 교수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된지라”(창세기 2장 7절) 성경은 진리이다. 진리는 참이며, 변하지 않는 이치(理致)이다. 사람을 흙으로 만들었을정도면 더이상 무엇을, 무슨 재료를 논할 수 있겠는가? 흙이란 물질은 정말 오묘하다. 달나라에 가는 로켓 표면의 최첨단 공학적인 세라믹으로부터 대형 옥외 환경 예술 도자 조형물에 이르기까지 흙의 가변성과 가능성은 무한으로 달리고 있다.
나는 대학원때부터 환경예술 즉, 환경조형(環境造形, Enviroment Plastic Art)에 관심이 많았다. 서구의, 일본의 빌딩 앞의 조각이라든지 큰 공원의 대형 조각에 많은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특히 헨리무어의 조각을 좋아했다. 대학원때 국제교류의 일환으로 일본을 방문했을때, 거리에 세워진 대형 환경도자조각을 보고 그 마음은 더욱 굳어졌다.
그 즈음 우리 미술계에서도 환경예술에 대한 기사가 여기 저기의 잡지에 많은 부분을 차지했었다. 그중에서도 탈 장르에 관한 기사가 많았다. 특히 공예를 전공한 일부 작가들이 환경지향의 작품들을 발표한 것을 많이 다루고 있었다. 물론 선진국에서야 오래 전에 순수미술과 응용미술의 쟝르적 구분이 무너져 다양하고 다변화된 표현을 갈망하면서 소재와 기법에 다양한 변화를 주고 발전해 왔지만, 우리나라는 80년대 초·중반 그러한 환경예술에 관한 논의가 많이 대두되었었다. 당시 공예를 전공한 작가들의 환경예술에 대한 욕구는 그 어느때 보다도 높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건축경기가 한창일때여서 대형 건물도 많이 지어졌다. 그때 서울시 건축조례에서 대형건물을 지을때 건축비의 몇%를 미술품에 사용하도록 규정이 만들어졌고, 많은 대형 건물들이 무교동 및 강남에 건설되었고 조형물 또한 그 전면에 세워지고 있었다. 나도 이러한 시대상황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다.
우리 모두는 특히 예술가는 항상 특정한 상황과 그 시대가 가지고 있는 한계에 연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머물고 있는 환경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다. 이는 그를 지배하는 문법과도 같은 것으로 그것을 구성하는 시간적 공간적 상황을 통하여 오히려 더욱 민감하게 시각적 가능성을 총동원하여 그의 조형언어를 더욱 확대하고 새롭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졸업 논문으로 우리나라 최초로 환경도자에 대한 논문 ‘환경예술로써의 도예조형물에 관한 연구’를 썼으며 곧이어 그것에 맞는 작품들을 개인전을 통하여 발표하였다. 3t 트럭으로 3대 분이였고 꽤나 크게 벌린 전시회였다. 여러 종류의 잡지에도 소개되어 그것을 보고 몇 군데의 가정집에서 주문이 들어와 설치해 주기도 하였다.
제3회 진로 도예 지명전에 슬라이드 6점으로 응모하여 지명되었고, 장흥에 있는 홍익대학교 도예연구소에서 지명된 15명의 작가와 한 달간 합숙하면서 작업을 했던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때 나는 대형의 환경 도자 조형물을 식사하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열심히 만들었다. 조형이 상당히 난해한 작품이였지만 재료적 특성을 파악하여 모든 것을 만들 기술은 충분히 축적되어 있는 상태였다.
예술은 감각 그 자체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예술과 기술이 교묘하게 접합되었을 때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오는 것이다. 그 때의 작품들과 또다른 작품들이 지금 우리학교의 교정에 9점 설치되어져 있다. 당시 작품 제작의 주 테마는 종교적 관념에 바탕을 둔 천국의 합창 Series로써 각종 악기를 오브제화하여 여러 조형이 따로 만들어져 접합한 듯한 느낌을 조형화한 것으로 면이 주는 입체감과 구가 주는 입체감을 대비시키는 한편 직선과 곡선 또한 대비 시켰다. 즉 상반된 가시적 형태로 느낌의 조화로움을 이루어 내고자 하였다. 그 동안의 오랜 작업을 통하여 나름대로 익힌 조형미의 원리였다. 그리고 어느 곳에서 보아도 각기 다른 형태로 보이게 하는 것이었고, 유약의 구성도 세, 네가지를 구사해 조형에 어울리게 세심한 시유를 하였다. 나의 초기의 작품은 흙의 질감을 일부 살려, 즉 깨끗하게 잘 다듬어진 부분과 흙의 질감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을 조화시켜 ‘흙 -그 원초적 느낌’ 이란 series를 발표하였고, 뒤이어 종교적인 관념을 조형화시킨 원죄 Series와 천국의 소망을 나타낸 천국의 합창 Series를 만들어 하나님의 영광을 조금이나마 드러내고자 하였다. 당시의 꿈은 논문의 환경예술에 연계한 작품들을 개인전에 선보이는 것이었고, 또 그 개인전에 이어 그것이 실제로 크든 작든 환경공간에 설치되는 것이었다. 개인전 후 그것이 조금씩 가시화돼져 갔고 마침내 그렇게 원했던 대형 아파트의 건축 미술 장식 의뢰가 들어왔다. 제출서류 양식에 따른 많은 분량의 서류를 땀을 뻘뻘 흘리며 작성하여 제출했으나 서울시 건축 미술 장식 심의 위원회 (15인)에서 반환되고 말았다. 이유는 내구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통과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기에 그렇게 충격적인 것은 아니었다. 왜냐면 현재까지의 보편적 관념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은 뻔한 것이었다. 도자로 환경조각을?! 그것도 대형으로 실외에? 여러 가지 실례를 들어 그 견고성을, 내구성을 보충하여 설명하여 다시 제출하였고 드디어 어렵사리 통과가 되어 현실화하였다. 그것을 기화로 몇몇 곳의 작업을 하였고, 최근에는 이천의 아파트에도 설치하였다.
무슨 일이든 초창기에는 힘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바탕으로 하여 후학들에게 좀더 쉽게 설치할 수 있고 보편화시킬 수 있는 길을 열어 준다면 이 또한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점점 삭막하고 건조해져가는 우리의 환경공간에 이러한 시대 상황적인 새로운 도자도형물이 만들어져 생활공간에 놓여진다면 이는 단순히 실내나 실외를 장식하고 공간구성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하나의 환경예술로서의 生命力을 얻고 또한 스스로 하나의 환경이 되어 인간의 삶에 직접적으로 작용하고 인간의 정신은 그것과 더불어 작용해 갈 수 있는 생명 있는 환경예술로서의 도자조형물을 꾸준히 설치하고 싶다.
이러한 환경도자조형물이 활성화 될 때 우리의 문화수준은 물론 작가는 작가적 만족도는 물론 경제적 풍요도 누리며 또 고급도자 인력의 활동 범위도 넓어져 현재의 각 대학 도예과 인력지원의 감소도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필자 약력
·개인전 (신세계 갤러리)
·진로 도예 지명전 (3회)
·한국 현대 도예 30년 전 (국립미술관)
·2001 세계 Pre-Expo 운영
·Pre-Expo 세계도자전
·NCECA 초대전 (미국 샌디에고)
·미술세계 대상전 심사
·현, 여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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