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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 그릇을 때워 파티를 열자
  • 편집부
  • 등록 2003-07-05 17:5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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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박순관 도예가 도자기를 팔아 호주머니가 두둑해져 여유가 생기는 날에는 가끔 골동가게로 향하게 된다. 대체로 도자기에 비하여 값싼 옹기를 사는 편이지만 때때로 민요(民窯)에서 구운 수수한 작품이 그날따라 값싸게 불려지는 날에는 이내 마음이 동(動)한다. 도자기의 입 언저리에 쪽이 나가거나 살짝 잔금이 간 것도 그리 비싸지 않으면 손에 넣고 싶은 것이다. 특히 동남아 여행 중에 반드시 들르는 골동점에서도 약간의 무리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자꾸 한국의 가격과 비교되니 말이다. 이렇게 값싼 골동들을 조금씩 모으다 보니 그럭저럭 여러 나라 다양한 시대의 그릇들이 모아졌다. 하나하나 구할 때마다 집에 돌아와 이리보고 저리보고, 닦고 또 닦으면서 관계된 책들을 찾아 비교하면서 밤새도록 매만지며 껴안고 감상하던 것들이다. 질이나 가격보다는 도자기 공부에 참고가 되는 것들이지만 많이 모이다보니 시각적 즐거움만 가질 것이 아니라 음식을 담아보고 싶은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골동 도자기라는 것이 땅 속에서 혹은 무덤에서 나온 것이니 때를 닦고, 또 삶은 후에야 음식을 담아 먹게 되었다. 꺼림칙한 마음이 사라지자 이제는 나 혼자만이 즐길 것이 아니라 주위의 도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아 밥이라도 한 끼 같이 먹으며 골동의 아름다움을 공유하자는 생각으로 바뀌어 갔다. 물론 여기에는 골동을 사용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하며 도자기를 귀하게 다룰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약간의 제한이 따르기 마련이다. 나의 이러한 생각들은 골동 소품을 모으면서 저절로 떠오른 일이었으나, 작년에 일본에 가서 서점을 뒤지다가 발견한 네 권의 책에 의하면 결코 새로운 아이디어라 할 수 없었다. 2002년을 즈음하여 담교사(淡交社)에서 골동시리즈로 출판된 네 권은 다음과 같다. 1. ‘골동용기로 잘 먹겠습니다’ 2. ‘골동용기로 마시는 술과 차’ 3. ‘골동용기로 꽃을 키우자’ 4. ‘식탁을 장식하는 골동용기의 가격’ 사정이 이러할진대 도자기 애호가 몇 사람이 모여 골동 그릇으로 밥이나 한끼 먹자는 나의 원대한 꿈(?)이 기껏 뒷북치는 일에 지나지 않음을 느껴야만 했다. 위의 책에 실린 그릇들 중에는, 전 부분에 쪽이 떨어져 나가거나, 살짝 금이 가거나, 병목의 일부가 떨어져 나간 것 등, 조금씩 문제가 생긴 용기들을 감쪽같이 금으로 때운 것들이 상당수 포함되었다. 금으로 때웠으니 때로는 원래의 모습보다 더 아름답고 고급스럽게 보이는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그릇을 대중적으로 직접 사용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일본에서는 예전처럼 문화재 보수를 위하거나 귀한 말차(抹茶)용 찻사발(茶碗)을 때워서 사용하던 관습을 벗어나, 이제는 저가(低價)의 작은 골동 소품들 혹은 깨져서 쓰레기 통으로 들어가거나, 심지어는 가마터에서 그대로 나뒹굴어야 하는 파편들까지도 수리를 하여 도예 시장으로 내보내고, 때로는 책에 소개하면서 생활 속으로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일본인들의 도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에는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도자기 수리에 대한 경험들 내가 도자기 공부를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수리된 도자기를 본 것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였다. 특히 고려청자의 입술이나 술병의 주구, 손잡이, 새의 부리부분 등에 보이는 금빛은 그 자체를 하나의 장식으로 보면서 아름답다고 여겼다. 나중에야 금빛 부분들이 모두 수리되었다는 것을 알았고 자연히 문화재 급의 귀하고 비싼 골동품만 금으로 수리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졸업에 즈음해서는 공모전에 내기 위한 작품이 가마에서 조금 깨어져 나오면 그대로 출품을 할 수 없어서 청계천 황학동이나 인사동의 골동 수리점에서 고치는 것을 보았다. 당시에는 가마가 흔치 않았으므로 출품 마감 시간에 쫓긴 작가들이 결코 만만하지 않은 수리비를 들여가면서 작품을 고쳐서 출품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도자기 작품을 수리한다는 사실에 찜찜한 생각이 들면서도 때로는 어쩔 수 없는 일로 이해하게 되었다. 이러한 작품들을 때우는 재료는 값비싼 옻과 금이 아니라 주로 자동차 수리용 퍼티(속칭 ‘빠데’라고 불리는)나 호마이카를 이용해 때우는 방식이었다. 1985년에는 도쿄의 주일한국문화원에서 제2회 개인전을 하느라 40점의 작품을 비행기로 보냈다. 불행하게도 운송 중에 7점이나 깨져 하는 수 없이 나머지 작품으로 전시를 마쳤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판매된 것을 제외한 나머지를 한 분이 모두 구입을 하면서 깨진 작품도 그냥 달라고 했다. 그걸 무얼하느냐며 물었더니 “요즘 일본에서는 깨진 도자기를 붙이는 것이 인기”라는 대답을 들었다. 당시의 한국 현대도예계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참으로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모두를 건네주었다. 도자기 수리가 예술 행위로 2000년엔 <한일교류전> 전시 차 일본에 갔을 때에 나가노 골동시장을 찾았다. 한 가게는 오로지 깨진 도자기를 수리하여 파는 전문적인 곳이었다. 주로 가라츠야끼(唐津燒)를 때운 것이 많았는데 진짜 금분으로 때워 그 값은 깨지지 않은 것보다 더 비싼 듯할 정도로 높았다. 모두가 골동이었고 금이 크게 가거나 많은 조각으로 깨어진 것들을 때운 것이 특징이었다. 심지어 반동강이 난 것은 물론 아예 서로 다른 짝을 붙인 것도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조각을 맞추어 때우느라 들인 수공과 금값을 생각하면 온전한 것보다 더 비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렇게 과다하게 수리된 모습을 보니 갑자기 떠오르는 사발이 있다. 내가 귀하게 소장하고 있는 <명기백도(名器百圖)>(1939년 일본에서 간행)에는 일본의 유명한 다구(茶具) 100점이 소개되어 있다. 그 중에 우리 나라의 분청사기 사발이 있다. 삼분의 일이 깨어져 나간 부분을 아예 다른 파편을 가져다가 금으로 수리한 것이다. 설명에 의하면 일제시대에 교토(京都) 경매에서 1만5천 엔으로 낙찰되었단다. 당시에 서울의 기와집 한 채가 2만 엔 정도였다는데 깨진 그릇, 그것도 짝이 맞지도 않는 그릇치고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가격이다. 참으로 희한한 일본 차인(茶道人)들의 취향이 놀랍기만 하다. 아마도 이 유명한 사발로 인하여 지금까지도 제짝이 아닌 파편을 붙여서 수리하는 일이 지금까지 이어지는가 보다. 도자기 수리에 대한 전문서 나는 도자기 문화재 복원 수리에 대한 흥미를 가지고 이미 스위스(Keramik und Glas)와 미국의 책을 가지고 있다. 근래에 일본에서 처음으로 간행된 <도자기 수리법>(1999년 발행)도 구했다. 이전에는 비전(秘傳)으로 전해졌던 기술이 도자기 잡지의 부록이나 특집으로 조금씩 다루어지다가 단행본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2001년에는 더욱 전문적인 책<쉬운, 금땜하기 입문>이 나왔다. 아예 금으로만 때우는 기술을 다룬 책으로 도자기 위주이면서 칠기(漆器)와 철기(鐵器)까지 포함되었다. 일본에서 이러한 성격의 책 두 권의 출현은 박물관 유물의 복원을 다루는 기술이라기보다는 일반인들의 수리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책이라고 여겨졌다. 전자에 의한 유물 복원은 예전과 달리 깨진 부분이 전혀 티가 나지 않도록 감쪽같이 수리하는 기술인데 반하여, 후자는 깨어진 부분을 수리하되 보다 예술적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기술도 포함하기 때문이다. 그간 모아온 골동 그릇으로 파티를 열 예정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이빨이 빠진 그릇은 재수가 없다며 즉시로 깨뜨리는 풍습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도예가들이 가마에서 구운 그릇들이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가차 없이 깨어버리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것은 대중매체에 의하여 잘못 전해졌을 뿐 그렇지만은 않다. 도예가로서 작품을 완성하는 일에 완벽을 기했다 하더라도 가마에서 일어나는 일은 알 수도 없거니와 때로는 작품을 만들 때부터의 고생을 생각해서라도 도저히 깰 수 없는 아픔이 따르기 때문이다. 비록 작은 기물이라 하더라도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정이든 밥그릇이나 차 도구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함부로 버릴 수 없다. 때워서 보관한다거나 가능하면 계속 사용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전문가에게 수리를 맡기는 일은 만만치가 않다. 현재 인사동에서 일반적인 수리라 하더라도 1센티를 때우는 데에 1만원을 부르는 정도이니 말이다. 차인 변희석씨는 사용 중에 깨어져버린 2만원의 녹차 잔을 인사동에서 5만원에 금땜으로 고쳐서 사용하고 있다.(은땜인 경우에는 1만원) 차인들로서는 아끼던 찻잔이 깨어졌다고 하여 쉽사리 포기하기도 어려운 일이거니와 멋지게 금땜한 도자기는 나름대로의 멋을 지니기 마련이기에 이를 사용하고 싶은 호기심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중국 청대(淸代)의 문인이며 최고의 미식가(美食家)로 알려진 ‘원매(袁枚)’는 “미식(美食)은 미기(美器)에 미치지 못한다”란 말을 했다. 그만큼 음식보다도 그릇이 차지하는 맛에 대한 비중이 높다는 말처럼, 그 동안 도예가로서의 안목으로 수집하고 때워놓은 골동 그릇들을 모아서 가까운 사람들을 불러모아 “골동 그릇으로 밥 한끼 먹기”를 열어 볼 작정이다. 금분으로 수리하기 나도 그 동안 재미로 시작한 도자기 수리 기술이 발전하여 지금은 곧잘 하는(?) 편이다. 주로 에폭시나 퍼티로 때워 금분 대용의 신주(놋쇠) 가루로 마무리를 한다. 하지만 골동이나 귀한 작품들, 음식에 사용해야 하는 그릇들은 옻과 순금으로 때운다. 사진에서는 저렴하고 재료 구입이 쉬운 가장 기초적인 방법을 소개한다. 이를 통하여 숙달이 되면 퍼티 대신에 옻에 쌀가루나 밀가루를 개어 때우고 생옻 위에 진짜 금분(2그램 포장에 6만원)이나 은분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하지만 옻을 다루는 일이 까다롭고 특히 옻을 말리기 위해서는 약25도의 실내 온도와 60~80%의 습도 조건을 맞추어야 한다. ① 재료와 도구 a.금분이나 대용 금분(놋쇠 가루) b.생옻 c.테레핀 오일(옻의 희석제) d.순간 접착제(자기류의조각을 맞추거나 미세한 금을 때우기에 적당하다) e.나이프(에폭시나 옻을 갠다) f.가늘고 긴 붓 g.칼 h.400번~1000번의 사포 i.순면 방망이(금을 바를 때사용) j.막대형 퍼티(깨진 조각이 없는 경우에 편리하다) k.에폭시(파손된 조각을 붙이기에는 퍼티보다 편리하다) ② 전이 깨어져 조각이 없어진 상태의골동 도자기를 준비한다. 우선 파손 부분을 쇠솔이나 수세미로 깨끗하게 닦아 말린다. ③ 막대형 퍼티의 적당량을 자른다. ④ 손가락이나 나이프로 접착제와 경화제가 잘 섞이도록 한다. 빨리 마르기 때문에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을 섞지 않는 것이 좋다. ⑤ 깨진 부분에 퍼티를 붙이고 도자기 원래 모양대로 매만진다. ⑥ 원래의 모양에 모자라지 않게 약간 부푼 상태로 붙이는 것에 유의한다. ⑦ 하루를 말려 충분히 건조된 후에 칼로 긁거나 200~400번의 사포로 물을 묻혀가며 갈아내어 도자기 원래의 선을 유지한다. 나중에 800~1000번의 사포로 정리하고 물에 닦아 말린다. ⑧ 가늘고 긴 붓으로 때운 부분에만 세밀하게 옻을 칠하여 약 5분 동안 말린다. ⑨ 순면으로 만든 면봉을 이용하여 금분을 묻혀 옻칠한 부분에 가볍게 대면 금분으로 도포가 된다. ⑩ 금분이 굳은 후에 옆에 묻은 금분을 털고 물로 닦으면 완성된다. ⑪ 때워놓은 골동 그릇들. 왼쪽 앞의 조각난 사발은 조각을 붙인 후에 표면의 금이 간 부분만 옻을 칠하고 금분을 바른다. 필자약력 1955년 생 단국대학교 도예과 졸업 개인전 7회 1999 국제 장작가마 심포지움 발표자 및 초대작가(미국, 아이오와 대학교) 2001 세계도자기엑스포, 민속도자 워크샵 시범자(여주 행사장) 2002 아오모리 세계장작가마대회 시범자 및 초대작가(일본, 아오모리) 2002 21세기 한국현대도예작가 초대전(성균관대학교 박물관) 2003 한국도예 ‘전통과 변주’ 초대전(미국, 샌디애고 시티칼리지) 현재 도예공방 거칠뫼(031-792-6350)운영 http://my.dreamwiz.com/po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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