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박물관museum of face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소재지에서 남종면 방향으로 약 3km 정도 들어서면 팔당호 남쪽, 옛 경안천변에 자리한 마을이 분원리分院里다. 지금은 식당들로 가득 차있지만 이곳 분원리는 조선시대 사옹원司饔院에 딸린 관어용官御用의 상품 백자를 생산해내던 자기 제조장이 있던 곳이다. 얼굴박물관은 역사와 문화의 온기가 바로 손끝에 닿을 것만 같은 그런 곳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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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5월에 설립한 <얼굴박물관>은 대지 2천여 평, 건평 200여 평으로 단아한 한옥과 컨테이너 창고형태의 전시공간으로 구성돼있다. 최가네 철물점의 최홍규씨가 제작한 거대한 철문을 밀고 들어서면 마당의 석인들이 저마다의 표정으로 방문객을 맞는다. 문관석, 무관석, 동자석, 장승, 벅수, 장마석 등 200여 점의 석인들이 보여주는 얼굴표정은 순박하고 익살스럽다.
마당 한켠, 한폭의 배경같은 한옥 관석헌觀石軒은 현재 살림집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80여 년 전쯤에 지어진 한옥으로 전남 강진에서 옮겨온 고건축물이다. 이것은 여류화가 김승희의 조부가 백두산 소나무로 지은 집이라고 한다.
박물관 내부는 주전시장과 무대객석으로 사용되는 계단, 부전시장, 그리고 관람객을 위한 카페와 사무실용 서재로 구성된다. 공연예술과 시각예술이 어울리는 퓨전공간으로 설계된 주전시장은 나무계단이 턱을 이루며 출입구보다 낮게 위치해 계단에서 내려다보면 무대를 관람하는 관객이 될 수도 있고 주객이 될 수도 있는 이중적인 구조로 독특한 인상을 준다. 2층에 위치한 카페 <boutique cafe>에는 연극과 전통에 관한 책들이 벽면을 채우고 있으며 자기, 촛대, 꽃병 등의 전통소품들이 창밖의 팔당호와 운치있는 전경을 이룬다. 그밖에 세계의 문화예술인과 배우의 사진, 현대작가의 회화와 조각 등 광범위한 예술품도 소장돼있다.
박물관은 개관 이후 매년 특별전을 열어왔다. 2004년 <한국적 형상과 석인> <종이오리기와 석인>, 2005년 <무속화와 무속 공연>, 지난 2006년에는 <흙으로 빚은 얼굴>전을 선보였다. 지난 11월 4일부터 19일까지 열린 전시에는 강경연, 강수린, 석창원, 서병주, 이태호, 이정석, 이재준 등 도예가 일곱명의 도예작품과 조선시대, 중국의 당唐, 명明, 청淸 시대時代, 일본, 독일 등의 도자인형 40여점이 전시됐다. 지금까지의 특별전이 주로 우리의 전통과 옛 사람들의 얼굴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 전시였다면 이번 <흙으로 빚은 얼굴>전은 오늘날 우리의 얼굴을 주제로 선보인 전시였다.
이진화 큐레이터는 “앞으로 매년 2회에 걸친 특별 기획전시를 마련할 계획이며 공연과 전시, 교육이 융합된 복합문화공간으로 발전시켜 지역사회와 소통의 장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전했다.
얼굴박물관은 휴무일인 월요일과 화요일을 제외한 수~일요일에 관람이 가능하며 단체손님은 평일에 한해 받고 있다. 또한 회원제 운영방식을 도입해 박물관 무료입장과 특별행사 초청, 박물관 간행물 증정, 부대시설 관석헌의 이용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연주 기자 maigreen9@naver.com
얼굴박물관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 분원리 68
Tel 031.765.3522 http://www.visagej.org
<흙으로 빚은 얼굴>전. 강경연 작, 석창원 작, 이정석 작, 서병주 작, 이태호 작, 강수린 작, 이재준 작.
관람객을 반기는 마당의 석인들
다양한 예술인의 표정을 담은 사진들
얼굴박물관을 알리는 간판
최가네 철물점 최홍규씨가 제작한 철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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