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FA Chicago 2006을 다녀와서
글+사진 서동희 건국대학교 공예학과 교수
지난 10월 개최된 <SOFA Chicago 2006>은 필자에게는 첫 번째 작품 출품을 위한 방문이었다. 지난 2006년 6월 개최됐던 <SOFA New York 2006>은 참관을 목적으로 다녀왔기에 자연히 비교가 되었다. 필자는 이미 뉴욕에서 시카고 행사의 규모가 훨씬 크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온 터였고 자료에 의하면 16개국으로부터 100개 화랑이 참여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출품작가의 수도 1300명이라고 보도되었다. 소파 시카고에서 선보인 광경은 과연 세계적인 공예박람회의 규모라는 것을 실감케 했다. 행사장 내에서는 원칙적으로 사진 찍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지만 필자는 출품작가로 이른시간에 행사장을 들어가 붐비지 않는 시간에 촬영할 수 있었다.
전반적인 구조는 대략 국가별로 이루어졌다. 예를 들면 호주로부터 온 화랑들이 일정한 공간에 밀집되어 있고, 우리나라는 세계도자기엑스포재단에서 선발된 작가들인 윤광조, 신상호 등의 작품이 한국 도예를 대표하여 선을 보이고 있었다. 또한 한국길금공예연구소 대표인 홍정실의 입사 금속공예 작품들이 연구소 회원들의 작품과 더불어 전시되었다. 필자 본인의 작품들도 연구소 초대로 함께 선보이게 됐다.
한국에서 온 도예작가는 필자 이외에 한명도 없었
던 점이 아쉬웠지만 지난 봄 소파 뉴욕에 다녀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4일간 행사를 위해 3일간을 오고 가는 여정은 보통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필자 역시 동행할 생각 없이 작품만 보내려다가 주위에서 가지 않으면 일본작가에게 뒤진다는 적극적인 권면을 받아 시카고행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시카고는 본인이 1970년대 캔사스 대학교(미국 Lawrence 소재) 재학 당시, 시카고에 사는 변호사 내외가 시카고 박물관과 디즈니랜드 등을 보여준 기억이 날 정도로 아주 오랜만의 기회였다.
같이 동행한 일행과 함께 미시간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콘도에 짐을 풀면서 기대와 호기심으로 시카고 방문은 시작되었다. 십여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시카고 Navy Pier라는 전시관으로 직행하여 늦게까지 작품을 진열했다. 그 다음날은 일반 공개 이전에 초대 받은 명사, 수집가, 작가, 평론가, 언론 등만이 초대된 관람일이었다. 본인도 출품 작가로서 들어갈 수 있었다. 휘황찬란한 조명 속에 가로 세로 질서 정연히 진열된 부스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상한 대로 현대도예의 거장들과 원로 중진 신진 작가들을 보여주는 화랑들이 대거 참여했다. 현대도예의 양식을 일반적으로 추상적, 장식적, 인체적, 건축적 이미지로 나누는 경향이 있었지만 그모든 분야를 총망라하고 있었다. 하나하나의 부스를 방문할 때 마다 감동과 흥분을 느끼면서 열심히 관찰하였다. 본고에서는 한정된 지면인 것을 감안해 몇몇 눈에 띄는 작가들을 언급하면서 소개하고자 한다.
<SOFA New York>에서 본 화랑을 <SOFA Chicago>에서 다시 만났을 때 더욱 인상 깊었다. 다시 만난 라코스트 화랑Lacoste, 매서츠세츠 소재은 현대도예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가운데 한 작가를 언급하고 싶다. 루쓰 보르게니히트Ruth Borgenicht의 작품이다. 필자가 뉴욕시내 헌터 대학에서 거주작가Artist in Residency로 있을 때 대학원 도예전공 실습실에서 루스 보르게니히트를 만났다. 그의 코일링Coiling에 의한 동그라미 목걸이, 핸드백 등 장식물 오브제 만드는 것을 직접 보여준 바가 있어서 더욱 친근감을 느꼈다.
다음 부스로 향해 가는데 리차드 나킨Richard Notkin의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핵문제가 세계적인 관심사로 지목될 때, 리차드 나킨의 시사성을 담은 작품은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핵 공포에 대한 시사성을 나타낸 해골 주전자로써 널리 알려진 그는 이번에는벽장식을 겸한 도자포스터와 같이 해골 이미지로 배경을 채웠다. 미국 부시 대통령의 핵 확산을 막고자 노심초사하는 얼굴이 새겨진 도판이었다. 이는 핵의 위험천만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가 충분히 반영되었다고 본다.
또한 영국계열의 화랑들도 둘러보았다. 영국 웨일즈 지방 루틴공예센터전시장The Gallery, Ruthin Craft Centre에서 클레르 쿠르닌Claire Curneen의 「Feast, 2003(자기재질)」을 보여 주었는데, 표면처리의 질감Texture이 극 대비를 이루었다. 핀칭Pinching 기법의 꽃 장식은 요한 크레텐Johan Creten의 「여인의 향기 시리즈」를 연상시켰다. 요한 크레텐은 「여성토르소Torso」의 이미지와 수많은 핀칭Pinching에 의한 꽃무늬 옷으로 여인의 향기를 다양하게 나타내는 작업이었다.
이어 실용적인 기물만을 다룬다는 요한나 버드 도예화랑Johanna Bird Pottery에 들어섰다. 영국의 도예 역사상 유명한 버나드 리치Bernard Leech와 그 제자 마이클 카듀Michael Cardew 그리고 루씨 리Lucie Rie와 한스 카퍼Hans Copper 등 잘 알려진 이름과 작품들이 즐비하였다. 그 가운데 특히 루씨 리 작업에 대해 회상을 하였다. 1981년 본인은 영국문화원 후원하에 영국 도예계를 시찰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중의 하나로 영국 런던시내에 공방을 갖고 있는 루씨 리를 방문하였다. 자택내에 아담한 작업장에서 당시 팔순의 연세에도 그 전형적인 원추를 연상하는 날렵한 기물, 대접 형태의 표면상에 농도 짙은 화장토를 붓으로써 바르면서 작업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시장에는 자신의 작품을 방문객을 위해 보여주었는데 그 가운데 한스 카퍼의 작품도 볼 수 있었다. 이미 타계한지 오래됐지만 이번 시카고에서 보여주는 노란색 대접Yellow Bowl은 연도가 표시되어 있지 않은 노란색 기표면에 망간 안료를 이용하여 시유된 짙은 밤갈색 유액의 흐름이 무척 서정적이었다.
도예 부스를 돌아보다가 호크Hawk 화랑(오하이오 컬럼버스 소재)을 지나게 되었다. 호크화랑은 거대한 금속 동물 조각을 선보이고 있었다. 바다 물고기에서 지상 코끼리, 창공을 나는 새까지 동물 이미지를 마치 헝겊조각, 종이조각 오려 붙이듯 소형에서부터 거대한 스케일의 동물조각원을 꾸민듯 했다. 작가의 이름은 앨버트 팰리Albert Paley이다. 작가가 마침 자리에 있어서 그의 책에 사인을 받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도예인의 입장에서 우리 재료인 점토를 이와 같이 가위로 오리고 종이로 접듯 자유자재의 창의적인 표현으로 만인에게 감동을 주는 새로운 좋은 작업을 하고 싶다는 염원을 전했다.
이번 <SOFA Chicago> 참관에서 주목을 받은 전시회중 하나는 덴마크의 현대도예작품이었다. 갤러리 이름은 내르비Gallery NΦrby이었다. 보딜 만츠Bodil Manz의 「무제2006Untitled」이 선보이고 있었다. 보딜 만츠하면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뉴욕거주 당시 (2003-2004) 뉴욕시내 57번가의 가드 클라크Garth Clark 갤러리 전시회 오프닝에 늘 참석해 왔다. 그곳에서 2003년 10월 보딜 만츠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지금도 필자가 가지고 있는 자료에 의하면 작품명은 「Interupted Oval Form with Black and Yellow」이었다. 자기재질로써 제목 그대로 노랑과 흑색의 대비와 타원 형태의 기물이 전문성과 영성을 겸비했다는 평을 듣기에 적합한 작품이었다. 이번 출품작의 제목은 무제이지만 원통형이라는 기본 형태 표면상에 기하학적 선 구성이 선율적이고 색상 역시 단아한 처리를 하였다.
또 다른 덴마크 작가의 이름은 익숙하지 않지만, 바브로 아벅Barbro Aberg의 「원반을 가진 못Nail with Discus」이었다. 채색을 흑백처리한 작품으로 원반형Discus이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연속적으로 못이라는 기본 형태를 뚫고 지나가는데 당장 굴러갈 것 같은 기동력과 운동감을 주면서 흑백색 처리로 차분하고 산뜻한 동적, 정적처리가 신선감을 내뿜고 있는 작품이었다.
행사장 곳곳을 둘러보다 죤 나츌라스John Natsoulas 화랑(캘리포니아, 데이비스 소재)과 만나게 됐다. 늘 인체적인 작업만을 다루는 이 화랑은 지난 <SOFA New York>에서와 같이 피터 반덴벌그Peter VandenBerge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제목은 「Amsterdame」이었다. 한 여성이 머리위에 집, 건물의 형태를 얹고 있는 여성상이었다. 한 여성의 머릿속에 가정Home, 주택House Keeping에 대한 애정, 관심으로 가득 차게 보이기는 작품이었다. 국내에서도 국민들의 관심사가 부동산으로 꽉 차있고 실제로 지난해의 최고 관심사로 뽑힌 부동산, 주택, 아파트 거주지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연상시키는 여운을 남겼다.
또한 유머와 해학의 세계적인 도예가 로버트 아네슨Robert Arneson의 주요 활동 무대이었던 데이비스Davis에서 <제18회 도자조각 컨프런스The Ceramic Sculpture Conference 2007>가 이 갤러리 주관으로 오는 4월 말에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밀집한 갤러리의 숲을 헤치고 다니다 우리 모두 잘 아는 베티 우드먼Betty Woodman의 작품을 보게 됐다. 베티 우드먼은 나이가 칠순이 지났지만 활동은 여전히 맹렬히 하는 여성작가로, 지금까지도 여름이면 이태리 별장 작업장에서 작업하고 돌아온다고 한다. 최근에는 현역 도예작가로는 드물게 뉴욕시내의 유명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에서 초대 개인전을 갖기도 했다. 그는 2004년 4월 뉴욕 통인 화랑에서 열린 필자의 개인전 오프닝에도 참석, 격려해 주는 후덕한 인간성도 겸비한 도예가이다.
계속해서 도예계 원로작가들의 작품들이 즐비하게 보였다. 피터 볼커스Peter Voulkos의 가스가마 소성작품 「Stack 1979」을 비롯해 루디 오시오Rudy Autio, 론 내이글Ron Nagle 등의 작품이었다. 루디 오시오가 즐기는 주제로는 여인들의 날렵한 곡선미로 동물들과 여인들의 동선이 활기차고 매우 유연하였다. 루디 오시오의 작업에서 지금까지 기물의 입구가 열려진 모양을 늘 보아왔는데 올해는 작품꼭대기 중앙에 모자 모양의 뚜껑을 씌운 것이 서양 사람들의 실용, 기능을 중시하는 철학의 적극적인 개입 흔적이 돋보였다.
끝으로 모든 도예 관계 정기간행물 Ceramics Monthly(미국), Ceramic Art and Perception(호주), American Craft(미국), New Ceramics(독일) 등 세계 각지의 공예 출판사가 총 집결된 공예계의 대잔치를 돌아보면서 망설였던 이 여행길에 오르길 과연 잘 했다고 생각했다. 100여개의 갤러리 부스를 순회한 후의 결론은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작가들 각자 나름대로 독특하고 창의적인 작업을 하기위해 재료의 연구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또한 순수 조형적인 작업은 일품공예로서 계속 활성화 되야 할 것이고, 한편 실용적인 기물도 겸비함으로써 더욱 대중의 저변확대로 친근감 있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는 소견을 갖게 했다. 생활용기의 작가 월터 킬러Walter Keeler도 언급 했듯이, 흔한 생활용기이지만 결코 흔치 않은 안목, 미학적 판단으로 생활용기의 수준을 창의적으로 승화, 발전시키는 것은 우리의 영원한 과제이다.
한국인 작가들도 그룹을 결성해 해마다 열리는 <SOFA New York>, <SOFA Chicago>에 적극 참여하기 바란다. 또한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차원의 후원이 계속 지원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이다. 작품의 질만 우수하면 홍보도 하고 실제 구매자도 나타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니겠는가!
필자 서동희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캔사스대학교대학원 도자공예 전공석사, 미국 미주리대학교대학원 미술교육학을 전공하고 한국과 미국에서 개인전을 다수 가졌다. 현재 건국대학교 공예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 「River of Life 3」 서동희 작, 35×15×8cm, 2005 earthenware
2 「wood-Fired cylinder」 Ruth Borgenicht 작, 30×46×46cm, stoneware
3 「All Nations Have Their Moments of Foolishness」 Richard Notkin 작, 117×159×11cm, earthenware
4 「Feast」 Claire Curneen 작, 48(h)cm, 2003, porcelain
5 「Yellow Bowl」 Lucie Rie 작, 12×24cm, porcelain
6 「Animal Sculptures, Elephants various size」 Albert Paley 작, 2006, metal
7 「Untitled」 Bodil Manz 작, 10×11cm, 2006, porcelain
8 「Nail with Discus」 Barbro Aberg 작, 22×70cm, ballclay
9 Betty Woodman 작
10 「Mardi Gras」 Rudy Autio 작, 81(h)cm, 2006, ceram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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