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고

Top
기사 메일전송
온고지신의 실천
  • 편집부
  • 등록 2007-03-29 15:27:58
기사수정

야마다 히로유키 Hiroyuki Yamada
온고지신의 실천

글 김진아 홍익대학교 도예연구센터 연구원

지난 1월 24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인사동 통인화랑에서 일본의 젊은 작가 야마다 히로유키의 도예전이 <왔다 갔다>를 주제로 열렸다. 야마다 히로유키Hiroyuki Yamada·山田浩之라는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2004년 한국에서 열렸던 한일청년작가 교류전인 <CONTACT>전에서였다. 조형작품이 중심이 되는 <CONTACT>전에서 그를 처음 만났기 때문에 그에 대한 첫 인상은 자연스럽게 조형작가로 굳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가 제작하는 기물들은 조형작가가 생계를 위해 가끔 제작하는 소품쯤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전시에 대한 큰 기대는 없었다. 그러나 직접 작품을 접하고 난 후의 느낌은 전시의 제목처럼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과 오늘을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한 듯한 묘한 기분이었다. 과연 무엇이 그런 기분을 들게 하였을까.
야마다의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오랜 여행의 경험과 옛 것에 대한 동경심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아시아의 3개국-한, 중, 일을 오가며 보고 느낀 문화와 문화재들, 그 중에서도 최근 2-3년 동안 조선의 옛 물건들이 지닌 형태와 기능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친근감이 있다.
이번 전시에서 야마다가 보여준 작품들은 주로 화기와 항아리, 합, 주전자와 잔이다. 기물류의 전시에 늘 등장하는 아이템들이지만 철유의 블랙과 대조되는 실버silver의 기하학적 콤퍼지션composition이 우선 시선을 끈다. 또한 어딘가 오래된 듯 하면서도 참신한 포름들이 작품 여기저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특히 고가구에 달려있던 자물쇠를 연상케 하는 합과 화기는 작가의 주제의식이 뚜렷이 드러난 실용기로서 최근 인사동에서 열리는 기물 전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야마다는 모든 작품의 실마리를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실천에서 찾는다. 그가 제작하는 작품들이 모두 옛 물건들을 바탕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형태나 기능, 심지어 제작 태도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을 옛 것에서 도입하거나 차용한다. 그래서 언뜻 보면 그의 작품은 다소 고리타분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야마다는 끊임없이 오래전 삶의 한 부분으로서 사용가치를 지녔던 물건들과 대화하며 그것들이 단순히 옛 정서를 일깨워주는 표면적인 상징물이 아닌 현재의 일상에서 소중한 가치를 갖는 실용물로써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온고지신을 온 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볼 때, 그가 제작하는 기물들은 단순한 생계수단이 아니라 그의 작업세계에 있어 중요한 모티브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실용적 작품의 생산이 도예가들의 경제적 여건에 어느 정도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이 한창 자기 탐구를 위해 실험적인 시간을 보내야 할 젊은 작가들 사이에서 만연하게 되면서 점점 주제를 잃은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미美와 용用 사이의 난제를 풀어낼 여러 방법 중 하나를 한국의 공예를 사랑하는 일본의 한 젊은 작가에게서 찾았다는 것은 더욱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옛 것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 예술과 공예의 영역을 자유롭게 오가는 그의 제작태도는 한국의 작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야마다의 실천적인 온고지신의 태도는 전통적인 것이나 새로운 것, 그 어느 것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이러한 태도를 흔히 시도되는 전통의 현대적 변용과 확장의 추구라고 일축할 수도 있겠지만 젊은 청년작가의 실험적이고 지속적인 시도라는 점에서 같은 길을 걷는 작가들은 물론 관객들에게도 은근한 감동을 주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기사를 사용하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s://www.cerazine.net

 

0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monthly_cera
세로형 미코
03미코하이테크 large
02이삭이앤씨 large
오리엔트
미노
삼원종합기계
진산아이티
케이텍
해륭
대호CC_240905
01지난호보기
월간도예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