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갑 선 Kim. Gab. Sun
갸.울.리.다.
글 김충순_서양화가
도예가 김갑선은 지난 1월 31일 부터 11일 동안 <갸울리다>라는 제목으로 전시회를 가졌다. 이번 전시는 작가 김갑선의 4번째 개인전이였으며 인사동에 있는 장은선갤러리로부터 초대 받아 열린 전시였다.
전시 주제인 <갸울리다>는 귀를 기울이다의 고어古語이며, 작가는 지난 몇 년 동안 지속해서 작업해온 ‘말馬’조형작업에 자신의 모든 감각을 기울이고 몰입하면서 갸울리다, 기울이다라는 낱말을 생각해 냈다고 한다.
지금까지 세 번의 개인전을 통해 작가 자신의 작업인 ‘말’에 대해서 기울이는 관심과 새롭게 꾸며내는 조형 장식들은 그의 작품을 대하게 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듯 했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몽토마夢土馬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김갑선의 이름 뒤에는 도예가 호칭이 붙는다. 그러나 그는 도예가로서 그릇 만드는 일 보다 몽토마를 만들고 장식하고 그림을 그려 넣는 일에 더 열중하고 있다. 다섯해 동안 만들어온 몽토마에게 영혼과 숨을 불어
넣어주었고, 따뜻한 체온을 전해주었다 .
그녀의 고향은 산세가 수려하면서 바다와 맞닿은 지역이다. 그러나 수려한 자연환경과는 무관하게 문화적으로는 전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벽촌인 곳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어렸을 적 그녀는 나즈막한 동산에 올라 수평선을 바라보며 꿈을 키웠을 것이다. 문화적으로 열악한 환경이나 여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감성은 타고 난대로 그곳에서 꿈을 꾸고 키워가며 현실로 드러내 수 있기만 기다려 왔을 것이다.
길고긴 시간이 흐른 뒤, 도예가 김갑선이 키워왔던 꿈은 대학에서 도자를 전공으로 선택하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졸업 후 타인들의 간섭이 사라진 뒤 늘 관심을 가져왔던 현대도예와 조형위에다 자신이 꾸어 왔던 꿈을 빚기 시작 했다. 토기와 토우로 시작된 도예의 역사에 슬그머니, 그러나 조금은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을 써넣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제작방법에서 벗어나 자신의 의지대로 자신의 감성을 최대한으로 구가하며 자율적 표현의 자유를 누리며 작업을 하고 있다. 김갑선은 작품 제작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어려웠던 고비를 거치기도 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제일 힘들었던 것은 자신의 조형도자에 대한 주위의 반응이였다.
도자기에서 출발해서 변화되어지는 도조작업, 고루한, 그녀의 고향 도예계에서는 대체로 냉소적인 반응이다. 도자기 고유성인 실용성이 우선인 문화권에서 어쩌면 그녀의 행위는 도예의 본질을 뒤집어 놓은 마녀인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도자기란 그릇이여야 한다고 생각하며 도자기로써 본연의 의무를 해야만 작품이라고 여기려든다. 생활도자기라는 단어가 유행되어 무수히 오르내리는 지금 실용성 없는 도자기를 만드는 여자와 작품에 대해서 이해하는 사람들이 아직은 많지 않다.
필자는 김갑선에게 도예가라는 호칭보다는 미술가가 더 어울린다고 여러 번 이야기 했던 적이 있다. 작가 김갑선은 도자재료들을 가지고 입체와 평면조형을 묶어서 작업 하고 있기 때문이였다. 아무튼 자신이 주변에 어떻게 보여지든 어떠한 평가를 받던 창작에 대한 그녀의 열정은 그대로였다. 작가 김갑선은 이렇게 다섯해 동안 만들어 온 몽토마에게 영혼과 숨을 불어 넣어주었다. 그리고 따뜻한 체온을 전해 주었다 .살아 있는 몽토마들 중에 더러는 작가의 손에 몇 푼의 돈을 쥐어주고서 방울소리를 울리며 떠나가기도 했다. 숨이 막힐 듯 좁디좁은 작업실에서 작가의 손에서 잉태되고 출산되어지는 Mon Toma들. 다음 여행을 위해 작업실 한켠에서 꿈을 꾸면서 기다리고 있다.
「길을 떠나다」
「기우」
「토마Ⅰ」
「토마Ⅱ」
「토마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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