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가까운 그릇
곽경태
글 김한준 성보갤러리 실장
공예갤러리 나눔:2007. 6. 6 - 6.12
옹기는 흙에서 나와 그 생명을 다하면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자연에 가까운 그릇’ 이다. 옹기가 정확히 언제부터 우리 생활 속에 쓰이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지만 긴 세월 동안 일반 서민들의 삶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우리의 생활 전반에 걸쳐 같이 살아 왔다. 그러나 지금은 그 전통과 옹기를 만들고자 하는 젊은 도공들의 명맥이 거의 단절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는 임진왜란의 결과로 나타난 조선 요장의 황폐화와 도공의 납치 그리고 한일합방 이후 일본의 조선백자 말살 정책 등과 흡사한 산업화, 현대화에 따른 주거 환경의 변화 속에 옹기는 차츰 우리 생활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서민의 삶과 같이 해온 옹기 그 옹기를 다루는 작가 곽경태 또한 시골 된장 내음과 풋풋한 풋고추처럼 요즘 보기 드문 구수한 젊은 작가이다. 곽경태가 보여준 2년 전 성보갤러리 개인전과 금번 개인전은 그가 스스로 진화하는 세포처럼 또 다른 면모의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곽경태 작가의 작품 특징은 그 모양이 길고 입과 밑 지름의 크기가 비슷다. 배의 폭이 좁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경기, 인천, 강원, 충청 등 중부 지역의 옹기 모양과 대체로 원형에 가까운 달덩이 항아리의 특색을 보이고, 어깨가 좁고 배 부분이 넓고 진한 갈색 및 연홍, 진홍 빛깔의 전라도 지역의 옹기 모양, 어깨 부위가 잘 발달되어 배가 불룩하며 입지름과 밑지름이 좁은 경상도 지역의 옹기 모양을 두루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팔방미인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그의 작품 특징은 유약을 사용하지 않고 도자기를 더 큰 도자기 속에 넣어 숯과 조개껍질 혹은 낙엽 등의 자연 소재의 재를 넣고 밀폐하여 구운 내화갑 기법을 보여 주며 도자기와 같이 들어간 재들이 녹아 은은하면서도 독특한 빛깔을 보여 준다. 서른 시간의 인고와 가마가 무너져 내린 모습까지 고스란히 담아내어 작업과정과 작품의 리얼리티가 구수하게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작품 속에 시선이 흠뻑 녹아들어 간다. 굵고 힘이 넘치는 그의 작품을 보면 찰흙과 부엽토, 재를 섞어 만든 잿물을 입혀 구워낸 전통 옹기의 우수성과 옹기를 가마 안에 넣고 구울 때 나무가 타면서 옹기의 안과 밖을 휘감으며 생긴 아름다움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끊임없는 실험과 도전정신으로 모더니즘을 접목하여 현대적이고 실용적인 곽경태만의 독특한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네 역사가 끊이지 않는 한 옹기의 모습은 단절 없이 계속 이어져 내려갈 것이며 전통의 옹기를 알리려 부단히 노력하는 곽경태 작가 또한 우리네 삶 속에서 영원토록 남아 있을 것이다. 젊은 작가 곽경태를 위하여 갤러리 관계자 여러분들과 작품을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서 계속해서 관심 있게 지켜 봐 주시고 아낌없는 사랑과 애정 어린 채찍질을 해 주시길 바라며 곽경태 작가가 또 다른 세포분열로 새롭게 진화하는 모습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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