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토벽돌 - 출고가 대비 연료비 50%, 중소기업 살릴 고유가 대책 절실
“이대로라면 가마를 끄는 수밖에 도리가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천정부지로 치솟는 유가급등으로 운행할수록 손해를 봐야하는 화물차주들이 운송거부에 돌입. 이로인해 전국의 항만이 마비되고 원자재를 공급받지 못한 공장들이 생산라인을 멈추는 등 대한민국 전체가 극심한 혼란에 휩싸였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사태는 진정됐지만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사태를 바라보는 점토벽돌 등 세라믹건재 업계는 그저 막막할 따름이다.
벙커C유, 전년 대비 2배 이상 급등
가마를 사용한다는 의미의 요업(窯業). 그만큼 불,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업종이다. 산업용 벙커C유를 주로 사용하는 만큼 지난해 보다 2배 이상 급등한 벙커C유 가격으로 점토벽돌, 타일, 도자기 등 요업(세라믹) 업계는 생산원가 급등과 운송비 증가로 생산하는 만큼 손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생산원가의 절반 가량을 가마의 열을 유지하는 연료비와 운송비로 사용하는 점토벽돌 업계는 그야말로 비상이다. 점토벽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400원대 였던 벙커C유 가격이 820원까지 치솟았지만 벽돌가격은 그대로다. 더욱이 대전에서 서울로 운송할 때 드는 비용이 벽돌 한 장 당 30원꼴로 원가의 15% 이상을 차지해 유가 인상으로 점토벽돌 업계는 고사직전”이라고 설명한다.
점토벽돌은 연료 및 운송비가 출고가의 50% 육박
판매가는 오르지않는 상황에서 벽돌 한 장 당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연료비, 운송비는 두배 이상 급등하다 보니, 생산하면 할수록 판매하면 할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 그렇다고 한번 가마를 껐다가 다시 온도를 올리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생각하면 생산량을 쉽게 줄이기도 어려운 것이 점토벽돌 업계의 고민이다. 100~200m 길이의 가마를 1200℃ 까지 올려야 하는 점토벽돌 업체로서는 가마의 불을 끄는 경우는 설비교체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쉽지 않은 결정. 더욱이 연료비 비중이 높은 만큼 생산량을 조절하기도 어려움이 따른다. 연료를 태우는 마당에 가마를 놀릴 수는 없는 노릇. 또 성수기와 비수기가 뚜렷한 건설경기 흐름상 평상시 제고물량을 충분히 확보해 놓지 않고서는 적기에 납품을 할 수도 없는 노릇. 그렇다보니 몇 만장의 벽돌을 쌓아놓고 있느니 손해를 보더라도 판매해서 자금을 유통시킬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즉, 화물차연대야 운송하는 것보다 차를 세우는 것이 덜 손해를 볼지 몰라도 점토벽돌 업계는 생산원가 밑으로라도 팔아야만 손해를 적게 보고 그나마 운영자금이라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다.
손해봐도 팔아야 운영자금 회수
그러나 울며 겨자먹기로 버티는데는 한계가 있다. 수입은 점점 줄고 지출은 급속히 늘어만 가기 때문. 여기에 지방 건설업계의 부도율이 높아지면서 점토벽돌 업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건설업체 하청으로 제품을 공급하다보니 어음이 대부분, 현금 결제를 요구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점토벽돌 산업은 조적재 시장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바닥재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 올 하반기 중에 바닥재 벽돌의 제고가 소진되면 어느 정도 가격상승이 이루어질것이라는 기대감속에 그나마 연명하고 있는 분위기다.
중소기업 제품, 분리발주만 지켜져도
그러나 점토벽돌의 재고량 보다는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분리발주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가장 큰 어려움. 일정 규모 이상의 공사용자재 조달시 중소기업 제품을 분리발주하는 제도가 유명무실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하청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법으로 규정한 이 제도가 예외조항의 남용으로 전혀 지켜지고 있지 않은 것. 중소기업청 공공구매판로과의 담당자는 “분리발주 제도를 이행하지 않는 기관에 사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힌다. 하지만 문제를 제기한 업체가 시공사로부터 불이익을 당하는 구조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예외조항에 대한 뚜렷한 기준도 마련하고 있지 못한 상태가 더 큰 문제. 예외조항은 다수의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특수한 경우를 뜻하지만 점토벽돌은 분리발주를 적용받는 경우가 더 특수한 경우에 해당하고 있어 당국의 적극적인 대안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생산비보다 높은 운송비 써가며 수입해야 할 판국
점토벽돌 산업은 대표적인 로컬산업. 중국산 저가타일 공세에 국내 타일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었을 때에도 그나마 영향을 적게 받았던 이유는 바로 제품단가 대비 높은 운송료 때문. 에너지다소비업종으로 분류되어 중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업과 같이 높은 비용의 에너지진단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불이익을 받고 있지만 점토벽돌 업계 등 전통요업 분야가 고유가 시대에도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산업으로 평가받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국내 생산을 포기하고 수입에 의존할 경우 생산단가보다 운송비를 더 지불하고 이로 인한 에너지사용 역시 증가하는 그야말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안광석 기자 dora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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