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년 중기청 기술개발사업 로드맵에 세라믹은 분류조차 안돼
지정과제서도 홀대받는 세라믹이 자유응모라고 공정할지…
세라믹이 뿔났다. 금속, 고분자와 함께 3대 산업소재임에도 규모의 논리에 밀려 전략기술개발사업의 산업소재 부문에서 제외됐던 세라믹이 중소기업기술로드맵에서는 분류조차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4일 중소기업청(청장 홍석우)은 2009년 중소기업 기술개발사업 선도과제 지원을 위한 수요조사 계획을 발표하며 기술로드맵을 공개했다. 문제는 이 기술로드맵 및 50개 고부가가치 유망기술 분야의 263개 지정공모에서 세라믹소재는 몇몇 세부과제에 이름을 올렸을 뿐, 분류목록에서는 제외되는 수모를 겪고 만 것. 2008년 지정과제에서는 ‘금속세라믹’이라는 알 수 없는 기술분류를 시행했던 중기청이 내년 과제에서는 아예 로드맵 분류상에서 세라믹을 제외시켜 버린 것이다. 결국 대기업위주의 지식경제부 전략기술개발에서는 산업규모가 작다고 제외되더니, 중소기업형 R&D에서는 문패마저 뜯겨버리고 만 셈이다.
체계적인 개발을 위한 다각적인 고민?
중소기업청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이번 기술수요조사에서는 중소기업 기술개발 정책 전반에 걸쳐 ‘제품 개발형 R&D’의 특성을 한층 강화하기 위해 개발을 희망하는 기술의 특성 및 연관 제품의 성격·거래관계를 분석, 바람직한 기술개발 방식까지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수요조사 제안서를 도입하는 등, 중소기업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고부가가치 유망기술의 체계적 발굴을 위한 다각적인 고민이 담겨져 있다”고 한다.
이 체계적 발굴을 위한 다각적인 고민을 위해 중소기업청은 전문기관에 지난해와 올해 각각 3억원의 예산을 들여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그렇다면 이 체계적인 조사에서 세라믹이 제외된 이유는 무엇일까?
보고서를 작성한 책임연구원은 “세라믹분야가 의도적으로 누락 된 것은 결코 아니다. 수요조사 과정과 전문기관에 대한 의견수렴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적극 보완하도록 노력하겠다. 하지만 세라믹 생산기업이나 연구자들의 참여가 소극적이었던 점은 지적하고 싶다”고 말한다. 물론 세라믹계도 반성할 부분이 적지 않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정부의 R&D예산이 과연 미래를 위한 청사진에 따라 체계적인 기술개발에 사용되고 있는가에 대한 부분은 분명히 집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금속세라믹 묶어놓으니, 세라믹은 없고 금속만 남더라
금년도 보고서는 최종보완작업을 거쳐 10월경 발표될 예정으로 현재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 하지만 지난해 보고서를 살펴보면 이때부터 오류는 시작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금속세라믹’이라는 알 수 없는 기술분류가 등장한 것. 전문가들의 보고서에는 당연히 이유가 따르겠지만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을 위한 로드맵에서 이같은 분류가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까? 더욱이 금속세라믹이라는 분류아래 ‘품위 소재 및 원료 생산 기술’ 등을 함께 다루고 있으니 말이다. 즉, 금속 알루미늄과 알루미나 분말의 생산기술을 동일시 한다는 것. 금속과 세라믹을 함께 묶어 분류하는 것이 어떤 편리성 때문인지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결과적으로 세라믹이 분류상에서 제외되는 과정에서는 결정적인 단초로서 작용하고 있었다.
지경부에서는 규모에 밀리고, 중기청에서는 분류조차 제외
그렇다면 완성된 보고서를 통해 실제 사업을 집행하고 정책을 수행하는 산업기술평가원과 중소기업청은 이에 대해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있을까? 산업기술평가원 중소기업혁신단의 책임자는 “이번 로드맵에 대해 구체적인 검토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답변은 곤란하다. 문제점이 있다면 사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보완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즉답을 피한다. 중소기업청의 담당 사무관은 “2008년 로드맵과 2009년 로드맵은 별개의 사안이다. 지난해 보고서를 근거로 이번 로드맵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 세라믹산업만 로드맵에서 제외된 것이 아니며, 지정공모에 세라믹이 포함되지 않았더라도 자유응모를 통해 50%가량을 추가로 지정과제로 선정하는 만큼 문호는 충분히 열려있다고 생각한다”며 “세라믹기업이 자유응모에 적극 참여한다면 공정한 심사를 통해 선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일면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정공모에서 조차 홀대받고 있는 세라믹이 자유응모라고 얼마나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더욱이 중기청은 지난 7월, 중소기업 R&D제도개편을 위해 기계소재, 정보통신, 전기전자, 섬유화학, 지식서비스 등 5개 분야의 49개 주요 기술별 ‘과제발굴 연구회’ 구성해 추진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물론 세라믹은 49개 주요기술에는 포함이 되어 있으며 금속과 함께 기계소재 분야로 함께 분류되어 있다. 그런데도 산업소재 중 금속, 화학, 섬유는 있는데 유독 세라믹만 분류상에서 누락된 이유는 무엇일까? 더더욱 국가 전략기술개발사업의 산업소재에서 규모의 논리로 제외됐던 세라믹이 중소기업형 R&D의 기술로드맵에서 조차 제외되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대통령의 국정철학, 현장의 고민 없이 실현될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중기청의 답변이 어디는 지원을 해주고 왜 우리는 지원을 해주지 않느냐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중기청의 핵심담당자 조차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 핵심과제로 삼고 있는 부품소재산업 육성이 무엇을 뜻하는지,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지 고민한적 없음을 당당히 고백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일본에 종속되어 있는 부품소재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대통령의 국정철학도 이를 뒷받침할 실무 조직의 고민 없이는 공염불에 불과함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3대 산업소재 중 가장 취약한 세라믹소재의 경쟁력 없이 과연 부품산업의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 세계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일본의 거대 세라믹기업과의 경쟁에서 중소기업 위주의 국내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까? 한번은 고민했어야 할 문제요. 지금은 그 방법을 찾고 있어야 할 시점. 그러나 ‘지정공고에서 빠졌으면 자유응모로 신청하면 된다’는 무책임한 답변이 바로 우리 중소기업 R&D정책의 현주소였다. 부품소재, 특히 대일무역적조의 주범인 세라믹소재산업에 대한 국가 R&D의 관심과 이해 개선 없이 과연 부품소재산업의 건전한 발전이 이루워질지 지켜볼 일이다.
안광석 기자 doraz@naver.com
기술로드맵 및 조사 대상기술분야(263개)
자료출처(중소기업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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